탬파베이 레이스는 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까?

[야구공작소 최윤석] 투수가 공을 낮게 던져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야구계의 오랜 통념이다. 높게 던지면 ‘큰 한 방’을 얻어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낮은 공 승부에 타자들은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제 타자들은 스윙 각도를 높여 무릎 높이의 공을 상대로 아무렇지 않게 장타를 쳐낸다(메이저리그 평균 발사각 2015년 10.5도, 2016년 11.5도).

스트라이크존 상, 하단 포심 패스트볼의 순수장타율 변화(ISO: 순수장타율(장타율 – 타율))

Pitch f/x 시대가 열린 2008년과 2009년에는 통념대로 스트라이크존 상단 포심 패스트볼의 순수장타율이 하단의 순수장타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두 수치는 2010년 처음으로 역전돼 하단 포심 패스트볼 상대의 순수장타율이 상단을 앞서기 시작한다. 2014년 이후에는 줄곧 이 추세가 유지된다. 이처럼 타자들이 낮은 공을 치는 것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투수들은 공을 낮게 던지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탬파베이 레이스는 이에 반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스몰마켓 구단인 탬파베이 레이스는 항상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 왔다. 조 매든이 팀의 감독으로 재직했던 시절 탬파베이는 수비 시프트를 선도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비 시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보편화된다. 한때 탬파베이는 포수의 프레이밍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하이 포심 패스트볼(High four-seam fastball)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헛스윙과 팝 플라이를 유도하는 하이 패스트볼 전략

타자들이 낮은 공을 치면 땅볼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2008~2016년 스트라이크존 하단 포심 패스트볼 상대 땅볼비율 56.0%, 전체 땅볼비율 49.3%). 땅볼은 장타가 되기보다 내야에서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많은 구단들은 투수들이 공을 낮게 던지게 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낮은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게 하면서 가장 지난 세 시즌 동안 가장 높은 땅볼 비율을 기록한 팀이 되었다(2014-2016 땅볼 비율 49.3%).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장타를 억제하는 헛스윙 유도에는 하이 포심 패스트볼이 최적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의 빠른 공 SwStr%(헛스윙률)는 하단의 빠른 공 SwStr%의 2배 이상이다(2008~2016년 포심 패스트볼 상대 스트라이크존 상단 SwStr% 22.8% 하단 SwStr% 10.4%). 탬파베이가 더 많은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하이 패스트볼을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탬파베이의 구단별 포심 패스트볼 SwStr%는 20%로 전체 6위에 올랐다. 탬파베이보다 높은 SwStr%를 기록한 5개 구단들 역시 하이 패스트볼 개수는 전체 8위 안에 들었다.

*헛스윙률: SwStr%, (헛스윙 개수)/(전체 스윙 개수)

2014~2016년 구단별 하이 포심 패스트볼 개수

하이 포심 패스트볼은 장타를 억제할 수 있는 또 다른 타구인 팝 플라이 유도에도 효과적이다. 팝 플라이는 높게 떴지만 주로 내야에서 잡혀 홈런이 될 가능성은 없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스트라이크존 상단의 포심 패스트볼을 쳤을 때 팝 플라이의 비율은 무려 9.2%로 리그 평균의 두 배였다(리그 전체 팝 플라이 비율 4.6%). 지난 세 시즌 동안 탬파베이 투수들이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진 결과, 인플레이 타구 중 팝 플라이의 비율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5.34%였던 것은 하이 패스트볼을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인플레이 타구 중 팝 플라이 비율 1위인 볼티모어(5.90%)와 2위인 디트로이트(5.64%) 역시 하이 패스트볼을 각각 2, 3번째로 많이 던진 팀이었다.

탬파베이의 하이 패스트볼 전략은 제이크 오도리지와 드류 스마일리가 탬파베이의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2014년에 시작됐다. 이들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전인 2013년에 탬파베이 투수들이 던진 하이 패스트볼의 개수는 1433개로 전체 26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도리지가 풀타임 선발 투수로 자리잡고 스마일리가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2014년 탬파베이는 2033개(3위)를 시작으로 2015년 2343개(1위), 그리고 지난해에는 2566개(1위)로 점차 하이 패스트볼의 개수를 개수를 늘려갔다. 그 결과 지난 세 시즌 동안 탬파베이의 포심 패스트볼 순수장타율은 0.166으로 30개 팀 중 10번째로 낮았다.

제이크 오도리지(사진=Wikimedia Commons)

 

좋은 하이 패스트볼의 자격, 오도리지와 스마일리

타자들이 모든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다.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란 공의 회전으로 인해 공이 회전하지 않을 때보다 떨어지지 않은 정도를 의미한다. 수직 무브먼트가 커질수록 패스트볼은 떠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어 그 공을 스트라이존 상단에 던진다면 헛스윙을 유도하기 쉬워진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9.1인치였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서 헛스윙을 유도한 공으로 좁혀보면 9.5인치까지 증가했다. 특히 타자들이 헛스윙한 하이 패스트볼 중에는 수직 무브먼트가 10인치 이상이었던 공이 40.8%나 되었다.

2016년 오도리지, 스마일리 및 리그 포심 패스트볼

오도리지와 스마일리가 하이 패스트볼 전략의 중심으로 선택된 이유 또한 수직 무브먼트 때문이다. 이 둘의 포심 패스트볼은 리그에서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다. 구속과 회전수는 평균에 못 미치거나 평균에 겨우 걸쳐있다. 하지만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11.6인치, 11.7인치로 리그 평균보다 한참 높다. 그들은 이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으면서 많은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이들의 포심 패스트볼 SwStr%는 리그 상위권이었다(오도리지 25.00% 3위, 스마일리 20.79% 17위, 패스트볼 1,000개 이상 던진 투수 52명 중).

 

하이 패스트볼 전략을 새롭게 이끌어갈 투수들

최근 하이 패스트볼 전략을 내세우던 탬파베이에게는 큰 고민이 생겼다. 이 전략의 중심인 오도리지와 스마일리가 팀을 떠났거나 떠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마일리는 지난 1월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고 오도리지도 항상 트레이드설에 휘말려 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항상 그랬듯이 젊은 선수들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6년 스넬, 앤드리스, 데 레온의 패스트볼

블레이크 스넬(24세, 서비스타임 110일), 맷 앤드리스(27세, 서비스타임 1년 71일), 호세 데 레온(24세, 서비스타임 29일). 이 세 유망주는 하이 패스트볼 전략의 차세대 멤버로 꼽힌다. 짧은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인해 매우 적은 표본이지만 잠시나마 하이 패스트볼의 위력을 뽐냈다. 특히 스넬의 포심 패스트볼은 수준급의 수직 무브먼트와 함께 높은 구속과 회전수를 기록하고 있어 더 큰 기대를 모은다. 나머지 두 명도 평균 이상의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다.

2017 시즌은 탬파베이 구단이 하이 패스트볼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한 네 번째 시즌이다. 이 전략의 핵심인 오도리지는 꽤 선방하고 있지만 스넬은 제구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앤드리스 역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피홈런 등 세부 기록은 좋지 않다. 주요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해주고 있는 가운데 5월 13일(한국시간) 현재 탬파베이 투수들이 던진 하이 패스트볼 개수는 423개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탬파베이가 지난 세 시즌 동안 어느 정도 효과가 검증된 이 전략을 활용하는데 나타난 장애 요인들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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