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지원금 노린 생계형 창단? 대학 야구부 창단의 이면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

지난해 11월, 웅지세무대학교 야구부가 해체 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야구부 창단이 보도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웅지세무대는 올해부터 야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기존 학생들이 졸업/편입한 후 본격적으로 해체 절차를 밟는다.

시작은 좋았다. 롯데 자이언츠 감독 출신 양승호 고양 위너스 단장이 창단과정을 총괄했고, 유영준 전 NC 다이노스 단장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창단식에는 야구계 굵직한 이름들이 자리를 빛냈다. 신생팀이긴 하지만 학교가 수도권에 있고, 고양 위너스의 홈구장을 전용 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었다. 웅지세무대는 4승 9패로 2023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창단 1년 차에 거의 모든 선수가 1학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희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야구부 해체는 예견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웅지세무대는 야구부 창단 이전인 21년도부터 올해까지 매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될 만큼 재정이 건전치 않았다. 웅지세무대는 재정 악화의 탈출구로 학과 통합을 통한 4년제 세무·회계 특성화 대학으로 전환을 택했다.

야구부 선수들이 지원한 학과도 통합 대상에 포함됐고, 야구부원들은 U-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4학년 세무·회계 과목에서 일정 학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해당 과목에서 기준 이상의 학점을 받기는 일반학생에 비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만에 하나 선수가 학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정상적으로 야구부를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학교는 야구부를 해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이란?

매년 교육부는 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탈락대학’과 더불어 ‘부실대학’이라 불린다. 지정된 학교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과 더불어 학생들도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 웅지세무대학교 야구부 창단식 >

 

왜 야구부를 만드는가?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매년 새로운 대학이 야구부를 창단하고 있다. 이는 아마추어 야구 발전과 대학 야구부의 필요성에 깊게 공감하였거나, 야구부를 창단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설명하기 힘든 기형적인 현상이다.

< 2023 신생 U-리그 참가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여부 >

2023년 대학야구 리그에 새롭게 참가한 대학 목록이다. 4개 중 3개 대학이 최근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이력이 있다. 가뜩이나 학교 운영도 어려운 대학들이 운영비가 많이 드는 야구부를 창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야구부를 창단했을 때 얻는 이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신입생을 확보할 수 있다

학령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대학 운동부에 대한 선수들의 수요는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구부 창단은 신입생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입생 충원은 곧 등록금 수입으로 연결된다. 대부분 체육 특기생에게 등록금을 면해주던 것은 예전 이야기다(참고 : [김세훈의 스포츠IN] 대학운동부 양적 증가…과연 좋기만 한 걸까 – 스포츠경향).

심지어 야구 선수들을 특정 학과의 인원을 채우는 데에 이용하기도 한다. 작년 창단선포식을 가진 한 지방 전문대는 선수들이 스포츠 관련 학과가 아닌 군사행정학과에 소속될 거라 밝혔다. 해당 학과 전체 정원은 30명. 일반적인 대학 야구부 규모가 25~3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야구부 학생들로 학과 정원을 채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둘째, 협회 등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 KUSF 「대학운동부 평가 및 지원 사업」 지원 현황 >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이하 KUSF)가 주관하는 「대학운동부 평가 및 지원 사업」에 따르면, 대학 운동부 창단 및 운영 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본 사업으로 130개교에 74억 원의 지원금이 분배되었다. 일반적으로 KUSF에 등록된 야구부엔 연당 수천만 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회의 지원금이 다가 아니다. ‘지역체육 발전과 인재 유출 방지’라는 명목으로 지역체육회로부터 창단지원금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대덕대학교 야구부 창단식 >

즉, 야구부 창단으로 신입생 충원과 각종 지원금을 확보함으로써 중·단기적 재정 개선이 가능한 것이다. 몇몇 재정이 부실한 대학의 생계형 운동부 창단 문제는 대학축구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참고 : [김세훈의 스포츠IN] 대학들 ‘기만적인’ 운동부 창단, 문체부가 제어해야 한다 – 스포츠경향). 이들이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마음만으로 야구부을 창단하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재정적 어려움 이겨낸 대학 야구부도 존재.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예외도 있다. 2021년부터 대학리그에 참가한 부산과학기술대는 2022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었으나, 지난해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과기대는 2023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제외됐다. 지난 KBO 드래프트에서 지명자도 배출했다. 대학과 선수가 윈윈(win-win)한 좋은 예시다.

같은 시기 대학리그에 참가한 동의과학대도 2023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었으나 올해 제외됐고, 지난 드래프트에서 창단 첫 프로 지명자를 배출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야구부를 창단하는 대학도 분명히 있다. 야구부 창단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지속 가능한 대학야구 발전을 위해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개선도 동반돼야

한번 프로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야구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한 선수들이 선택하는 곳이 신생팀이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의 탈출구로 야구부를 창단하는 대학에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속 가능한 대학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야구부의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야구부 창단 승인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몫이다. 관련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문체부의 몫이고, 부실대학 선정은 교육부의 역할이다. 무분별한 야구부 창단을 막기 위해 야구부 창단을 승인하는 기준이 보다 철저하고 까다로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기관 간의 충분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선수와 학부모의 간절함을 이용하고 기만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

 

참고 = 교육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덕대학교, 경북과학대학교, SBS 뉴스, 스포츠경향

야구공작소 김유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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