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행이 발표된 이후 KBO리그에서 또 한 선수가 빅리그에 진출했다. 바로 지난 시즌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고우석이다. 계약이 발표되자 언제나 그랬듯 각종 매체에서 관련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팬그래프 닷컴은 20-80 스케일에서 그의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에 55점을 부여하며 MLB 평균 이상의 구위를 지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MLB에서 고우석과 가장 비슷한 공을 던진 선수는 누굴까? 이를 바탕으로 고우석의 성적을 예측해 볼 수는 없을까? 이번 글에서는 선수 간의 유클리디안 거리를 활용한 유사도 분석으로 빅리그에서 고우석과 가장 비슷한 공을 던졌던 투수를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미래에 대해서도 간단히 전망해 봤다.
유클리디안 거리와 유사도 측정
선수끼리의 유사도를 측정하는 것은 이미 야구계에서 일반적인 일이다(링크).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Similarity Score, 베이스볼 서번트는 Affinity를 통해 선수 간의 유사도를 측정한다. 본 글에서는 위 두 가지 방법이 아닌 앞선 칼럼과 마찬가지로 유클리디안 거리를 통해 유사도를 측정하고자 한다.
이번 유사도 분석에는 구속, 횡 무브먼트와 종 무브먼트 데이터를 사용했다. 고우석의 트래킹 데이터는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투아이트래커 데이터를, 빅리그 데이터는 팬그래프 닷컴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인포 솔루션 데이터를 이용했다. 또한 빅리그 데이터는 지난 시즌 30이닝 이상 투구한 우완 투수들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포심 패스트볼
< 포심 패스트볼 프로필 및 유클리디안 거리 >
지난해 고우석과 가장 유사한 포심을 던진 선수는 차례대로 커터 크로포드, 제프 브리검, 저스틴 벌렌더, 에릭 스완슨, 스콧 맥고프였다. 다섯 명이 던지는 포심 모두 종 무브먼트가 리그 상위권에 속했다. 특히 유클리디안 거리가 1 이하였던 크로포드와 브리검의 경우, 지난 시즌 포심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가 각각 26%, 24.2%로 모두 리그 평균(22.2%)을 웃돌았다.
커터
< 커터 프로필 및 유클리디안 거리 >
다음으로 볼 구종은 커터다. 태너 하우크, 조시아 그레이, 저스틴 토파, 카멘 무진스키 그리고 마우시리오 요베라 순으로 유사한 커터를 던졌다. 이들 커터는 횡 무브먼트 수치가 다른 투수들의 커터에 비해 매우 낮았으며 구속 또한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언급된 이들 중 하우크와 토파는 지난 시즌 커터를 던졌을 때 좋은 결과를 냈다.
< 태너 하우크, 저스틴 토파 2023시즌 커터 성적 >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유사했던 하우크의 경우 좌타자를 상대로 주로 커터를 던졌는데 이때 철저하게 하이 존을 공략했다. 또한 나머지 두 종류 패스트볼(포심, 싱커)과 커터의 터널링이 훌륭했다. 그레이 또한 하우크와 똑같이 포심, 싱커, 커터를 던졌고 하이 존을 공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레이는 터널링에 실패했고 몰리는 공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하우크는 커터로 재미를 봤지만, 그레이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커터 기대 장타율: 0.497).
슬라이더
< 슬라이더 프로필 및 유클리디안 거리 >
다음은 슬라이더다. 팬그래프 닷컴은 고우석의 고속 슬라이더를 모두 커터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의 바탕이 된 고우석의 트래킹 데이터는 스포츠투아이의 것이므로 본 글에서도 커터와 슬라이더로 구종을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알버트 어브레유, 잭 리텔, 카일 라이트, 요안 아돈, 토니 곤솔린 순으로 유사한 공을 던졌다.
이들 모두 슬라이더 움직임은 리그 평균보다 적었다. 하지만 구속에서 분명한 강점을 가졌다. 리텔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하이 존에서 많은 헛스윙을 유도했다. 어브레유 또한 고속 슬라이더를 때로는 카운트를 잡는 공으로, 때로는 유인구로 사용하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커브
< 커브 프로필 및 유클리디안 거리 >
마지막 구종은 커브다. 파블로 로페즈, 메릴 켈리, 헌터 하비, 오스틴 프루이트, 켄달 그레이브맨 순으로 높은 유사도를 보였다. 로페즈를 제외하면 커브에 큰 강점을 가진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유클리디안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로페즈는 지난해 커브로 꽤 재미를 봤다. 커브의 피안타율은 0.202에 불과했으며 Whiff%도 36.4%에 달했다.
총평 및 보완할 점
고우석이 던지는 4가지 구종은 모두 빅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고우석과 비슷한 공을 던지면서 좋은 결과를 낸 선수들이 이미 존재함을 위에서 확인했다. 팬그래프 닷컴에서 보여주는 성적 예측 시스템 Zips는 고우석이 이번 시즌 62이닝을 던지며 ERA 5.4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각 구종의 프로필만 놓고 본다면 이를 상회하는 성적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위 유사도 측정에서 각 구종의 커맨드는 고려하지 않았다. 고우석의 KBO 통산 BB/9는 3.97이며 3 이하를 기록한 시즌은 단 한 시즌도 존재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제구력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 중 각 구종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은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
구종의 조합, 릴리스포인트, 그리고 익스텐션도 고려되지 않았다. 똑같은 포심을 던지더라도 스핀 미러링이 완벽한 커브를 섞어 던진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똑같은 공을 던지고, 볼 배합도 똑같이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두 구종을 던질 때 투구 폼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상대는 빅리그 타자다. 미세한 차이로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팀 내에서의 경쟁 또한 치열할 것이다. 지난 시즌 불펜의 중심이었던 조쉬 헤이더와 닉 마르티네즈가 FA로 팀을 떠났다. 그러나 퍼시픽리그 200세이브에 빛나는 마츠이 유키를 영입했고 지난 몇 년간 빅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완디 페랄타가 합류했다. 둘 다 계약 규모가 고우석보다 큰 만큼 더욱 많은 기회를 받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샌디에이고의 우완 불펜진이 뎁스가 그나마 얇다는 점이다. 지난해 불펜에서 20경기 이상 출장한 우완 투수 중 3점대 ERA를 기록한 선수는 스티브 윌슨, 그리고 현재 팀을 떠난 스캇 발로우가 전부였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실패가 예상되지도 않는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첫 등판은 서울에서 열리는 LA다저스와의 개막 시리즈가 유력한 상황. 과연 고우석은 빅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투아이트래커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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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구 차이가 좀 큰데 그냥 비교해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