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맥키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

데이비드 맥키넌(David Mackinnon), 삼성 라이온즈

1994년 12월 15일생 (만 29세) 내야수 우투우타, 188cm 90kg

2023 NPB in 세이부 라이온스

127경기 460타수 120안타 15홈런 50타점 48볼넷 91삼진 OPS 0.728 wRC+120

 

2년 전 삼성타선을 이끌며 이제는 빅리거가 된 이정후와 MVP 경쟁을 펼치던 피렐라. 그러나 지난해는 분명 아쉬웠다. 다행히 구자욱이 반등했지만, 오재일의 침묵으로 타선의 또다른 구심점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 한 해였다.

다만 샐러리캡을 고려했을 때 무작정 대형 FA를 영입할 수도 없는 노릇. 이에 삼성은 외국인 타자 교체로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올 시즌부터 피렐라를 대신할 데이비드 멕키넌이 그 주인공이다.

 

배경

직전 시즌까지 빅 리그에서 뛰었던 많은 선수가 KBO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맥키넌의 이력은 그 사이에서 다소 평범하다. 2017년 드래프트 32라운드, 전체 955번으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라운드와 순위를 보면 에인절스 구단도 그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루키 레벨이었지만, 4할에 육박하는 타율(0.392)과 1.036의 OPS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맥키넌은 이듬해 싱글 A와 상위 싱글 A에서 적응 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2019시즌 개막 18경기 만에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야구 인생 첫 번째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2020시즌 복귀했어야 할 마이너 리그 자체가 취소되어 버렸고 부상 복귀에 땀 흘리던 맥키넌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팀의 대선배 마이크 트라웃의 영상을 보며 타격폼을 수정했다. 이를 알게 된 트라웃이 스윙에 힘을 제대로 싣는 부분에 대한 도움을 줬다고 한다.

재정비를 마친 후 2021시즌 AA에서 주전 1루수로 99경기 13홈런 OPS 0.854를 기록했고 이듬해 AAA에서는 63경기 14홈런 OPS 1.060을 기록하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6월 18일 대망의 빅 리그 데뷔에 성공하지만 16경기에 장타 없이 37타수 7안타라는 부진한 성적과 함께 8월 2일 DFA되며 짧은 빅 리그에서의 봄날을 마무리했다.

그런 그에게 오클랜드가 손을 내밀었다. 8월 5일 클레임을 걸어 영입했고 산하 AAA에서 16경기 OPS 0.792를 기록한 뒤 재차 콜업됐지만 또 한 번 6경기 1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빅 리그 통산 22경기 50타수 7안타 0.140이라는 성적을 뒤로 한 채 맥키넌은 NPB로 향했다. 야구 인생 두 번째 변곡점이었다.

2022시즌 AAA에서 79경기 15홈런 OPS 1.001을 기록했기에 그를 영입한 세이부가 거는 기대는 꽤 컸다. 실제로 극 투고타저 성향을 보이는 NPB 무대에서 클린업의 한 자리, 그것도 야마카와 호타카가 빠진 4번을 주로 맡으며 15홈런, 외인 공동 1위인 2.1의 WAR을 기록하는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다만 구단의 평가는 실제 성적과 조금 괴리가 있었는지 100만 달러를 보장해주기 어렵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그 틈을 잘 파고든 삼성 라이온즈가 경쟁에서 승리하며 맥키넌을 쟁취했고 다가오는 2024시즌 KBO리그에서 본인의 야구 인생 세 번째 변곡점을 맞았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일단 가장 큰 관건은 장타력이다. 전임자 피렐라는 세 시즌 동안 73개의 홈런과 0.496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삼성의 문제점이 비단 장타의 부재만은 아니었겠지만, 리그 평균(0.374) 이하의 팀 장타율(0.368)과 8위에 그친 팀 홈런(88개)은 팀이 분명 겨울 동안 보강하고 싶을 부분이다.

이 점에서 맥키넌의 성공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리그와 NPB 성적을 보면 분명 장타를 칠 줄 아는 선수지만, 그렇다고 현재 언론에서 얘기할 정도로 홈런왕 수상이 유력한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오히려 마이너 통산 0.86에 달하는 우수한 BB/K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갭히터라 보는 게 타당하다.

< 맥키넌의 마이너 / NPB 주요 세부 지표 >

단 22경기만을 소화한 ML 무대에서 기록한 BB%(10.5)는 빅 리그 전체로 놓고 봐도 평균 이상의 선구안을 가졌다는 걸 증명해 준다.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정립한 2021년 이후로 어느 한쪽 투수를 상대로 약한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사실 21~22 두 시즌 동안 AAA 수위급 타자였던 맥키넌에게 투수 유형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다만 NPB 무대에서 뛴 지난 시즌에는 조금 차이가 났다. 대부분의 타자가 겪는 경향이겠지만 확실한 에이스급들을 상대로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팀의 2~3선발 혹은 제구력을 앞세운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로는 강점을 보였다. 그리고 6명 정도를 뽑아봤을 때 한 가지 경향을 특징지을 수 있었다.

< 맥키넌의 NPB 상대 전적 >

맥키넌이 약했던 투수들은 NPB에서 리그 에이스급을 논하기 이전에 평균 95마일(152km/h) 이상의 포심을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들이었다. 반대로 강했던 투수들은 압도적인 구위보다는 제구력을 앞세운 승부를 하는 유형의 투수들이었다. 물론 강했던 3명의 투수도 140km/h 후반의 구속을 보였다. KBO리그 기준에서 절대 느리지 않은 편이다.

다행히 KBO리그의 평균 구속은 2023시즌 기준 143.8km/h을 기록했다. 대처가 쉬운 공을 만날 확률이 더 높은 KBO리그에서 본인의 안정적인 선구안과 컨택 그리고 갭파워를 그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어두운 전망을 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

또 한 가지 맥키넌이 담당해 줘야 할 부분은 시즌 초반 이재현의 이탈로 좌타 쏠림 현상의 방지다. 지난 시즌 기준 김현준-김지찬-구자욱-김성윤-오재일까지 무려 주전 다섯 자리가 좌타자인 삼성 타선의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부상 없이 선발 라인업을 지켜줄 필요가 상당하다.

 

수비 및 주루

맥키넌의 경력 중 가장 독특한 부분은 리틀리그에서 골키퍼를 소화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년 시절의 경험 덕분인지 1루에서 다이빙 캐치하는 모습이 꽤나 능숙해보인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지난해 퍼시픽리그 1루수 UZR 1위(6.5)를 기록했다.

문제는 삼성 구단이 훌륭한 1루수인 맥키넌을 3루수로 기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단지 기존 1루수 오재일과의 공존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구단의 움직임은 매우 아쉽다. 자칫하면 3루에서 대기 중인 유망주들의 출전 시간도, 편한 포지션이 아닌 곳에 서는 맥키넌의 성적까지 둘 다 잃을 수 있다.

수비와 별개로 큰 체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력에는 강점이 없는 선수다. 약 2년 전 ML 무대에서 하위 36%에 속하는 26.7ft/s의 스프린트 스피드를 보였다. 장타 생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빠르지 않은 순발력은 3루에 기용했을 시, 분명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수비 포지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전망

AAA 무대를 파괴했지만 빅 리그에서 실패했고, NPB 무대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거둔 코너 내야수. 맥키넌의 커리어는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타자들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언뜻 실패할 가능성이 작아어 보일 수 있지만 외국인 농사는 그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NPB 무대를 경험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삼성에는 맥키넌과 조금 닮은 유형의 선수가 있었다. 라이온즈 파크 개장 첫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다린 러프’다. 일본 무대에서도 장난기가 많고 친근했던 맥키넌이 옆 나라인 한국 무대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면 삼성 팬들은 또 한 번 장수 외국인 타자를 품을 수 있어 보인다.

 

참조 = FANGRAPHS,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BASEBALL SAVANT, BASEBALL REFERENCE.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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