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수진 >

지난 11월 5일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한신 타이거즈가 오릭스 버팔로스를 7-1로 누르고 대망의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퍼시픽리그의 신흥 강자 오릭스가 통합 2연패를 노렸으나 우승을 향한 일념으로 뭉친 호랑이 군단을 끝내 넘지 못했다.

불과 5년 전 한신은 센트럴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며 카네모토 토모아키 감독이 불명예 퇴임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팀 전반에 걸친 개혁을 진행한 한신은 드디어 올해, 18년 만의 센트럴리그 우승과 38년 만의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한신이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선수단 재편 전략의 성공으로 이뤄진 세대교체

센트럴리그 최하위로 전락한 2018시즌 한신은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타선의 고령화가 심각한 팀이었다. 주전 좌익수였던 후쿠도메 코스케는 불혹을 넘긴 나이였고 주전 우익수였던 이토이 요시오도 만 37세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심각한 노쇠화로 1군에 머무르기 어려웠던 토리타니 타카시조차 무려 121경기에 출전했다.

세대교체 실패로 베테랑들이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팀은 로스터 재정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신의 수뇌부는 로스터의 연령대 및 취약 포지션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단기 성적 향상을 위해 FA 등 외부 영입에 의존하기보다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를 잘 육성해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우수한 스카우트들의 역량과 구단의 전략이 맞물린 효과는 야노 아키히로 감독 체제에서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3년 동안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대학·사회인 출신 야수들은 팀의 적극적 기용에 힘입어 모두 1군에 빠르게 적응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베테랑이 그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과정을 반복하며 올해 한신은 주전 야수 중 30대가 한 명도 없는 젊은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 2018년과 비교한 2023년 한신의 개막전 라인업 연령대 >

야노 감독은 로스터의 유동성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한 선수에게 여러 포지션을 지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의 수비적 활용성을 늘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러한 기용 방식은 선수들에게 돌아가면서 휴식일을 부여하고, 잠재력이 보이는 젊은 백업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분배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3시즌을 앞두고 새로 부임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오카다는 타선의 중심을 맡아줄 야수들이 타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라인업의 변동성을 줄이고자 했다. 그리하여 오카다는 각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를 재배치한 뒤 주전 선수들의 포지션을 하나로 고정했다. 그리고 주전으로 낙점받은 선수에게 최대한 많은 플레잉 타임을 할당했다. 

< 지난 2년간 한신 내야진의 이닝 분담 및 UZR 변화 >

오카다의 전략은 곧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리그에서 2루 수비가 가장 좋지 않았던 한신은 유격수 나카노 타쿠무를 2루수로 컨버전해 팀의 모든 수비 이닝을 소화시켰다. 그 결과 팀 2루 UZR 수치가 -13에서 2.5로 대폭 개선되었다. 송구 불안이 문제였던 3루수 오야마 유스케는 컨버전을 통해 최고의 수비 범위와 포구 능력을 겸비한 1루수가 되었다. 수비 범위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1·2간에 배치해 집중 기용하며 팀 수비의 가장 큰 구멍을 메웠다.

오야마의 1루 컨버전은 다른 포지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포구 능력이 뛰어난 오야마가 있어 유격수 키나미 세이야와 3루수 사토 테루아키의 송구가 어려운 타구를 잡은 뒤에 안심하고 강하게 송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야 포지션 재정비로 수비가 현저히 좋아진 한신은 1루수(오야마 유스케)·2루수(나카노 타쿠무)·유격수(키나미 세이야)에서 골든글러버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상수가 되어준 투수진의 단단함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을 제외하면 올해는 센트럴리그의 총득점이 최근 10년 중 가장 작은 해였다. 그만큼 리그 전반적으로 투수의 우위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그것을 고려해도 한신 투수진이 거둔 성과는 단연 돋보였다. 한신은 올해 센트럴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의 팀 ERA를 기록했다(2.66). 리그 2위 주니치 드래곤즈의 팀 ERA는 3.08로 한신과의 차이가 0.42에 달했다.

< 한신 주요 선발투수 및 선발진의 성적 >

한신 마운드의 독보적 강력함은 안정된 선발진에 근원을 두고 있다. 한신 선발진은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873.2이닝을 소화했으며 QS 성공률도 60%에 달했다. 이들이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은 탁월한 제구력이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 3명은 모두 4% 미만의 BB%를 기록했다. 비교적 볼넷 허용이 많은 사이키 히로토의 BB%도 세이부 라이온스의 에이스 다카하시 고나(7.5%)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들은 스트라이크존 경계 근처로 많은 공을 던져 타자와의 승부를 빠르게 끝내 체력을 비축함으로써 오랜 이닝을 버텨낸다. 

한신의 선발진은 양적으로도 우수하다. 한신은 6선발로 팀 최고 우완투수 유망주인 니시 준야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22세 시즌을 보낸 니시는 선발 등판한 11경기에서 62.1이닝을 던져 ERA 3.75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로테이션 후보에도 팀 최고 좌완투수 유망주인 몬베츠 케이토가 버티고 있다. 2군에서 55이닝 ERA 2.78을 기록한 몬베츠는 고졸 1년 차에 1군에 데뷔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로테이션 후보가 등판하는 경기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막강한 선발진은 한신의 최대 강점이다.

< 센트럴리그 각 구단의 불펜진 주요 성적 >

선발투수들과 타선이 만들어준 리드를 지켜낸 공고한 불펜도 한신의 중요한 무기다. 한신의 불펜투수들은 리그 유일의 2점대 불펜 ERA를 합작했으며 안타·볼넷·장타 억제에서 모두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우완 셋업 카지야 렌과 이시이 다이치가 7~8회를 든든히 지켰고, 승부처에서 나온 좌타자는 좌투수인 시마모토 히로야와 이와사다 유타가 막아냈다. 

한신은 올해 외국인 투수 4명이 도합 68.2이닝 투구에 그쳤다. 기존 클로저 유아사 아츠키도 허리 부상으로 이탈해 15경기밖에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주력 계투에 많은 부담이 생기지 않았고 벤치도 3일 이상 연투를 최대한 피하 필승조의 위력을 시즌 끝까지 보존했다. 두터운 뎁스와 로스터를 적절히 이용하는 지도자가 만나 선순환 구조가 생긴 것이었다. 강력함에 안정감을 더한 투수진은 강해진 한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볼넷을 재조명해 효율성을 높인 타선

한신은 지난해 팀 득점이 리그에서 주니치 드래곤즈 다음으로 적었다. 득점 1위인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619득점보다 130점이나 뒤처졌던 결정적인 이유는 낮은 출루율이었다. 2022시즌 한신의 팀 출루율은 리그 최하위인 .301에 그쳤다. 홈런을 치기 어려운 고시엔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팀이기에 주자를 많이 살려 보내지 못한 것이 저조한 득점력으로 직결되었던 것이었다.

취임 직후 오카다는 타선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볼넷 증가에 초점을 맞췄다. 오카다는 타석에서 1구 더 볼 것을 요구하는 방침을 내리며 볼넷이 득점 효율 향상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확실한 인센티브가 따라오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봉 협상 때 이뤄지는 선수 평가에서 볼넷의 가중치를 높일 것을 요청해 구단의 승인을 받았다.

< 한신 주력 타자들의 BB% 변화 >

감독의 요구에 가장 확실한 변화로 화답한 것은 테이블세터였다. 치카모토는 존에서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률이 지난해 27.3%에서 올해 20.3%까지 감소했다. 나카노도 동일한 지표가 지난해 30.7%에서 올해 26.7%로 낮아졌다. 스윙을 아끼자 자연스럽게 볼넷 증가가 따라왔다. 둘은 지난해 도합 1190타석에 들어서 59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1245타석에서 124개의 볼넷을 합작했다.

참을성을 요구한 감독의 지시는 다른 타자들에게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다. 4번타자 오야마는 지난해 510타석에서 59볼넷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625타석에서 99볼넷을 얻어냈다. 5번타자로 주로 기용되는 사토는 지난해 603타석에서 51볼넷을 얻었지만 올해 548타석에서 54볼넷을 올렸다. 주전 선수들의 출루 횟수가 고루 증가한 덕에 팀은 지난해보다 150개나 많은 529볼넷을 기록했고 팀 출루율도 .301에서 .322로 크게 올랐다.

 < 최근 2년간 센트럴리그 각 구단의 BB%, 출루율, 득점 변화 >

한신 타선이 올해 남긴 홈런은 센트럴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84개였다. 2루타와 3루타를 합한 장타 개수를 비교해도 리그 5위의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팀 홈런과 장타가 모두 지난해와 같은 5위임에도 팀 득점은 66점이나 늘어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이는 전적으로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주자가 살아나간 덕분이다. 감독의 전략과 팀의 정책, 그리고 그것을 잘 따라와 준 타자들의 조합이 한신이 리그 최다 득점 구단으로 거듭난 비결이었다.

 

젊은 피가 주축인 한신, 전망은 밝다

한신은 긴 기다림 끝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누군가는 이러한 결과가 단기전에서 한신에 운이 호의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신의 우승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프런트의 장기적인 안목과 감독들의 현명한 판단, 그리고 지도자의 지시를 잘 따라준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5년 전 한신은 선수 생활 말년의 이토이와 후쿠도메가 각각 3번타자와 4번타자를 맡고 있었다. 당시 팀의 에이스 투수와 클로저는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는 모두 팀이 드래프트로 지명하고 육성한 젊은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한신은 외국인 투수 없이 로테이션을 채우고 외국인 야수 없이 풀시즌을 치를 수 있는 젊고 강한 팀이 되었다.

한편 팀의 4번타자 오야마와 부동의 리드오프 치카모토는 각각 2024시즌과 2025시즌 종료 후 FA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 동행을 이어간다고 해도 팀은 두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간판선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리그 정상급의 역량을 가진 두 선수의 존재감을 채워줄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주축들이 30대로 접어드는 향후 2년은 한신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시험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올해 한신은 30홈런 타자와 15승 투수 없이 .616이라는 높은 승률을 남겼다. 2위 히로시마와 11.5경기 차이로 시즌을 마친 뒤 디펜딩 챔피언 오릭스마저 무너뜨리며 달라진 팀의 모습을 보여줬다. 팀은 젊은 선수단과 유능한 수뇌부의 힘을 모아 새로운 중흥기를 만들고자 한다. 간사이의 팬들은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도 올 가을에 경험한 열기를 다시 느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참고 = NPB 공식 홈페이지, NHK, 산케이 스포츠, 데일리 스포츠, 닛케이 신문, 아사히 신문, 원포인트제로투

야구공작소 강상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수진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동민,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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