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궁.해] 병살타 3개를 치면 그 경기는 진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

“속설이 궁금해, 속궁해”는 야구계에 많은 속설을 근래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보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평소 자주 들었거나 사실 여부가 궁금했던 속설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2021년 한국시리즈, 11월 15일 KT는 2차전을 승리하며 시리즈 스코어 2:0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역대 한국 시리즈 3승 0패 시 우승 확률 100%. 3차전을 앞두고 상대 팀인 두산은 벼랑 끝에 몰릴 위기에 처했다.

대망의 3차전, KT는 강백호, 조용호, 장성우가 병살타 3개를 기록했다. “병살타 3개를 치면 그 경기는 진다.” 속설대로라면 그 경기는 KT가 졌어야 한다. 두산 팬들은 이 속설을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KT가 경기에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0의 압도적 우위를 만들었다. 이후 KT는 4차전마저 승리하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병살타 3개를 치면 그 경기는 진다.”는 속설에 반증이 되는 경기가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 속설을 앞으로 믿어도 될까? 한번 파헤쳐 보자.

 

속설 : 병살타 3개를 치면 그 경기는 진다.

한 경기에 한 팀이 병살타 3개를 치면 경기를 진다는 속설이다. 병살타는 한 번에 2아웃이 만들어지는 좋지 않은 플레이다. 그런 만큼 세 번이나 그런 플레이를 되풀이한다면 흐름을 상대 팀에 넘겨줘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얘기다. 타선의 힘이 좋지 않아 병살타를 3개씩이나 친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

우선 속설을 살펴보기 전 “병살”과 “병살타”는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간략히 차이를 말하면 병살은 한 공으로 2명의 주자를 잡아내면 나오는 기록이다. 병살타는 그런 공 중 땅볼이 되어 포스 플레이(리버스 포함)로 인해서 타자에게 2아웃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의 기록이다.

가령 뜬공 아웃 상황에 주자가 오버런으로 귀루를 못 해 포스 아웃된다면 이는 병살이지만 병살타는 아니다. 주자가 오버런한 책임을 타자에게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병살 3개를 치면”이란 말은 위의 속설과 전혀 다른 얘기다.

 

병살타 3개를 친 팀의 승률은 그리 낮지 않았다.

필자는 2019~2023년 KBO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살타 3개를 친 팀의 다양한 지표를 알아봤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 팀이 정규 시즌에서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경기는 총 256경기였다. 이 중 2팀 다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9경기는 승패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제외했다. 5년간 총 247경기가 있었고 3개 이상의 병살타를 친 팀의 승률은 0.388이다.

< 2019~2023년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경기 수 및 승률 >

승률이 4할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 경기는 진다.”라는 강한 어구에 비해 엄청 낮지 않다. 그 이유는 병살타라는 특수한 플레이에 있다. 먼저 병살타는 최소 1명의 주자가 누상에 나가 있어야 성립될 수 있는 플레이다. 즉 3개의 병살타가 기록되려면 최소 3명이 출루를 해야 한다. 적당한 출루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병살타는 대부분 일반적인 타격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무사 주자 1루 상황의 타자에겐 크게 2가지 선택지가 있다. 강공과 번트다. 번트를 댈 경우 타구 속도가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번트 병살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2023년 1,016번의 병살타 중에서 번트 병살타는 단 3번밖에 없었다. 즉 주자가 출루해 있는 상황에서 강공을 했을 때 대부분의 병살타가 이루어진다.

한국 야구는 메이저리그보다 약 9배 높은 희생 번트를 기록할 만큼 번트 의존도가 높다. 타격감이 좋은 선수 타석에도 박빙의 상황이라면 종종 번트를 대곤 한다. 그럼에도 주자가 출루해 있을 때 강공을 하는 건 어떤 경우일까. 바로 그 경기에 팀 타격이 상승세일 때다. 팀 타선이 많은 안타와 출루를 만들어내고 있을 땐 번트보다 강공으로 공격을 진행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좋은 공격 흐름을 만들어 낸다.

한 팀이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247경기에서 해당 팀의 평균 안타 개수는 약 10.1개를 기록했다. 평균 출루율은 약 0.386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리그 평균과 비교했을 때 매년 더 높았으며 5년 치 평균에도 차이가 있었다. 대상 경기에서 해당 팀의 공격력은 비교적 좋았다.

< 2019~2023년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경기 해당 팀과 리그의 평균 안타 개수 >

< 2019~2023년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경기 해당 팀과 리그의 평균 출루율 >

그러나 득점 부문에선 좋지 않았다. 평균 득점 약 4.6으로 리그 한 경기 평균 득점보다 낮았다. 2021년이 유별나게 높았을 뿐 나머지 4년은 모두 리그 평균보다 낮았다.

< 2019~2023년 3개 이상 병살타를 기록한 경기 해당 팀과 리그의 평균 득점 >

타선의 공격력은 좋았으나 득점력은 낮았다. 이 부분이 속설이 나온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비교적 낮은 득점력은 경기의 패배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가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건 타격 자체가 아닌 득점 부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팀이 병살타 3개를 기록해도 경기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병살타는 출루해 있는 주자를 삭제시키는 좋지 않은 플레이다. 득점권 상황에서 한 번에 2아웃으로 이닝을 종료시킬 수도 있다. 이런 플레이가 한 경기에 3번이 나온다면 팀 득점력의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해당 팀의 평균 득점은 약 4.6점에 그쳤다. 많은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3개의 병살타는 공격의 흐름을 3번이나 깨는 좋지 않은 플레이다. 상대 팀이 이 흐름을 이어받으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야구에서 흐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살타 3개를 치면 그 경기는 진다.”라는 속설이 생겼다.

하지만 3개 이상의 병살타를 친 경기에서 해당 팀의 공격은 평균적으로 좋았다. 3개의 병살타가 팀 타선이 침체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상승세여서 발생했다. 타선의 활발함, 이것이 병살타 3개라는 악재가 발생해도 “그 경기는 진다”라는 강한 어구에 비해 승률이 엄청 낮지 않은 이유다.

응원하는 팀이 어떤 경기에서 병살타를 3개나 쳤다면 팀 타선이 조용하진 않을 것이다. 평소보다 더 재밌는 경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경기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속설대로 무조건 지는 게 아니라 4할에 가까운 무작정 낮지 않은 승률을 근래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부록. 각 팀의 전력과 병살타 3개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병살타는 안 좋은 플레이의 표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살타 3개를 기록한 경기의 대부분은 비교적 팀 전력이 약한 하위권 팀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위권 팀의 낮은 승률이 전체 승률을 낮게 만드는 평균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도 들 수 있다. 그래서 5년간의 팀별 승률로 순위를 매기고 병살타 3개를 기록한 경기 수와 승률을 비교해 봤다.

< 2019~2023년 순위별 병살타 3개를 기록한 경기 수와 승률 >

상관 계수는 -1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Ι0.5∼1Ι(절댓값)의 수치일 경우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팀별 승률로 메긴 순위와 병살타 3개를 기록한 경기 수의 상관 계수는 약 0.4로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상위 3팀과 하위 3팀 간의 차이가 조금 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승률은 약 -0.1로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하위권 팀이라고 해서 병살타 3개를 기록한 경기를 더 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팀의 승률은 팀 전력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각 팀의 전력과 병살타 3개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참조 = 네이버 스포츠,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장호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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