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에 대한 이야기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

시프트의 시대

지난 몇 년간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 시프트 사용 빈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시프트가 적용된 타석의 비율은 2017년 26.8%에서 2022년에는 47.8%까지 늘어났다. 많은 팀이 큰 지출 없이도 실점을 줄일 수 있는 시프트에 매력에 빠진 것이다.

< 연도별 수비 시프트 적용 비율(2015~2022) >

일반적으로 수비 시프트는 팀 실점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인플레이 안타를 줄여 야구의 역동성을 낮추고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메이저리그는 2023년을 앞두고 아래와 같이 수비 시프트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극단적 시프트의 시대는 종결되었다.

1. 수비수는 내야 좌우에 두 명씩 있어야 한다.

2. 내야수가 뒤로 물러나더라도 외야 잔디를 밟을 수 없다.

그런데 굳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면서까지 수비 시프트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시프트를 금지하기 전에는 투타의 전략이 발전하는 양상에 따라 투수와 타자의 반격과 재반격이 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프트 금지 전까지 시프트가 타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본다.

 

타자의 유형에 따른 분류

일반적으로 타자 유형에 따라 시프트가 적용되는 양상이 다르다. 당겨치는 비율이 높은 파워히터들은 많은 시프트의 대상이 된다. 반면 파워가 약한 스프레이 히터를 대상으로는 수비 측에서도 시프트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리그 전체 타자를 대상으로 시프트가 적용된 타석과 적용되지 않은 타석의 타격 결과를 뭉뚱그려 비교하면 편향이 발생한다. 가령 전체 타자를 대상으로 시프트가 적용된 타석과 적용되지 않은 타석의 OPS를 비교했더니 예상과 달리 시프트를 적용했을 때가 더 높았다고 하자. 그렇지만 이대로는 높았던 이유가 정말 시프트가 예상과 반대로 작용해서인지, 아니면 시프트가 적용된 타자 중 원래 잘 치는 타자가 많아서인지가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타자들을 타석에서의 시프트 적용 비율에 따라 세 개의 군으로 나누어(60% 이상, 40~60%, 40% 이하) 군별로 시프트의 영향을 조사했다. 2019, 2021, 2022년에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이 대상이다(2020년은 코로나 단축 시즌이기 때문에 제외한다).

 

시프트 적용 비율에 따른 특성

적용 비율에 따른 타자들의 좌/우타자 빈도수,  당겨치기/밀어치기 비율, 평균 OPS를 알아봤다.

< 연도별 시프트 적용 비율별 통계 >

적용 비율이 높을수록 좌타자의 빈도와 당겨치기 비율이 증가한다. 60% 이상의 시프트 적용 비율을 가진 선수들은 대부분 좌타자이며, 적용 비율이 줄어들수록 우타자의 비율이 늘어난다. 또한 60% 이상의 시프트 적용 비율을 가진 타자들은 타구의 약 40%가 당겨친 타구다. 평균 OPS는 60% 이상의 적용 비율을 가진 타자들이 제일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시프트 적용 비율 60% 이상

시프트 적용 비율이 60% 이상이고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시즌은 3년간 총 233명이 있었다. 2019년에 70명, 2021년에 77명, 2022년에 86명이었고 타석 위치별로는 좌타자 157명, 우타자 40명, 스위치 36명이었다. 이들의 시프트 적용/미적용 시의 평균 OPS는 아래와 같다.

< 연도별 시프트 적용 비율 60% 이상 타자의 시프트 적용·미적용 시 OPS >

2019년에는 시프트 적용 시 OPS가 더 높았지만 2021, 2022년에는 반대였다. 특히 2019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시프트로 얻은 이득이 -0.035에서 0.044로 높아졌다. 

시프트가 60% 이상 적용된 타자-시즌 중에서 시프트 적용 시 OPS가 가장 높았던 것은 2019년 요르단 알바레즈였다. 알바레즈는 무려 1.148이라는 OPS를 기록하며 시프트를 완벽하게 뚫어냈다. 

< 시프트 적용 시 OPS 순위 >

 

시프트 적용 비율 40% 이상 ~ 60% 미만

시프트 적용 비율이 40%~60%인 타자-시즌은 총 180명이었다. 2019년 58명, 2021년 59명, 2022년 63명이며 타석 유형별로는 우타자 80명, 좌타자 58명, 스위치 42명이었다. 

이 군은 시프트 적용/미적용 비율이 반반에 가까워 시프트 적용/미적용 성적을 비교하기에 가장 좋다. 확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시프트 적용 비율 40% 이상 60% 미만 타자들의 시프트 적용·미적용 시 OPS >

이번에도 시프트 적용 비율 60% 이상 군일 때와 유사했다. 2019년에는 적용한 것이 손해였지만 2022년은 적용하는 게 이득이었다. 다만 그 차이는 -0.013에서 0.024로 훨씬 작았다. 

아래 표는 시프트 적용 시의 OPS가 미적용 시보다 좋았던 타자를 나타낸 것이다.  

< 시프트가 적용됐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둔 타자 >

2019년 AJ 폴락은 시프트가 적용된 189타석에서는 0.339/0.402/0.643의 기록을 보여준 반면 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은 153타석에서는 0.179/0.230/0.257을 기록했다. 아래 그림은 폴락의 시프트 적용/미적용 시의 타구 분포도다.

< 2019년 AJ 폴락의 타구 분포도(좌측 : 시프트 미적용, 우측 : 시프트 적용) >

아래 표는 시프트 미적용 시의 OPS가 더 좋았던 선수들이다. 가장 차이가 컸던 선수는 2019년 대니 잰슨이었다. 잰슨은 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은 214타석에서는 0.238/0.318/0.460, 시프트가 적용된 172타석에서는 0.171/0.228/0.241을 기록했다. 

< 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았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둔 타자 >

< 2019년 대니 잰슨의 타구 분포도(좌측 : 시프트 미적용, 우측 : 시프트 적용) >

시프트가 적용됐을 때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보다 OPS가 높은 선수는 180명 중 88명이다.  2019년 32명, 2021년 30명, 2022년 26명이다. 시프트가 적용됐을 때 적용되지 않은 상황보다 OPS가 낮은 타자는 90명으로 2019년 25명, 2021년 28명, 2022년 37명이다.

 

시프트 적용 비율 40% 미만

시프트 적용 비율이 40% 미만인 타자는 총 396명이다. 2019년에는 144명, 2021년에는 127명, 그리고 2022년에는 125명이었다. 우타자는 전체의 82.8%인 328명이며 좌타자는 38명, 스위치히터는 30명이다. 앞서 시프트 비율이 60% 이상인 타자들은 대부분 좌타자였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시프트 비율 40% 미만 군에서는 3년 모두 시프트 적용 군의 OPS가 더 높았고 2019년에는 그 차이가 0.07에 육박했다. 이 군에서는 시프트를 적게 하길 잘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적용/미적용 군의 OPS 차이는 조금씩 줄었다. 

< 시프트 적용 비율 40% 미만 타자들의 시프트 적용·미적용 시 wOBA >

결론

정리해 보자. 먼저 시프트가 많이 적용된 타자들은 좌타자이고 당겨치기 비율이 높았다. 특히 시프트가 60% 이상 적용되는 군은 그 미만인 군에 비해 OPS가 두드러지게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프트 적용 비율이 줄어들수록 우타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군별로 시프트 적용/미적용 시 OPS를 비교한 표 셋을 다시 보자. 공통으로 2019년에는 시프트를 적용한 군의 OPS가 더 좋았고, 2021~2022년에는 그런 경향이 완화/역전되었다. 시프트가 적용됐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두는 타자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감소했다. 차이가 크진 않아 3년으로 속단하긴 어렵지만 팀들이 점점 더 타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시프트를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시프트가 야구의 역동성을 낮추고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렸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야구를 한층 더 효율 있고 전략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극단적 시프트가 금지된 상황에서 팀들은 앞으로 어떻게 수비 전략을 구성하는지 올해의 경기와 앞으로의 경기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참고 = MLB.com,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김승곤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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