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경기 전에 섭취해도 괜찮을까요?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

몇몇 선수들은 운동 능력 향상을 기대하면서 카페인을 섭취한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비롯한 고카페인 섭취에는 건강에 대한 우려가 항상 뒤따른다. 실제로 에너지 드링크를 자주 마신 선수들이 탈수나 시력 저하 같은 부작용을 호소해 한때 메이저리그 일부 팀은 선수들의 에너지 드링크 섭취를 금지했다.

카페인 섭취에 대한 선수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최근 유튜버 ‘Bat Boys’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아롤디스 채프먼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R’ 사의 에너지 드링크를 즐겨 마신다고 밝혔다. 반면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MJ 멜렌데즈는 팀원들이 경기 전에 에너지 드링크 또는 커피를 마시는 것을 알지만 본인은 섭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는 경기 전 커피는 마시지 않지만, 스윗티를 통해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말했다. (링크)

그러면 야구선수에게 카페인은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만약 카페인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 얼마나 섭취해야 적절할까? 이에 대해 알아보자.

 

카페인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카페인은 오래전부터 경기력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아 온 만큼 많은 연구가 있었다. 국제스포츠영양학회지(JISSN)에 따르면 kg당 3~6mg 수준의 카페인 섭취는 운동능력을 향상한다고 한다. 카페인이 수면을 촉진하고 신체의 각성을 억제하는 체내 화학물질인 ‘아데노신’의 활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데노신 활성이 억제되면 우리 몸은 집중력과 주의력에 도움을 주는 도파민 활성을 증진한다.

또한 카페인은 수행하는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판단하는 운동 자각도(Rating of Perceived Exertion)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통증에 대한 인식을 감소시키고 이상행복감(euphoria)을 증진해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알려진 엔도르핀의 분비도 카페인이 자극할 수 있다.

일회성으로 섭취한 카페인은 동체 시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는 같은 실험군을 대상으로 카페인과 위약(Placebo)을 각각 다른 날 섭취하게 했는데, 참가자들이 위약의 섭취했을 때보다 카페인을 섭취한 이후 더 작은 동적 자극을 정확하게 식별한다고 파악했다.

커피 섭취를 통한 운동 능력 향상에 관한 연구에선 카페인이 단시간 내에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실험 대상자들은 섭취 전후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다. 이에 따르면 운동 능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커피가 아닌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다.

한편 카페인이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탈수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여러 연구에서 운동 직전 카페인 섭취는 이뇨 작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을 냈다. 카페인 음료 섭취 후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수 증상에는 고온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에너지 드링크? 커피?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 섭취 방식에 따른 카페인 농도 비교 >

그렇다면 다양한 카페인 식품 중 어떤 것을 어떻게 섭취해야 좋을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카페인 섭취 방식에 따른 체내 카페인 농도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보다는 각성 효과를 위해 충분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해당 연구는 뜨거운 커피 20분 차가운 커피 2분 ▲차가운 커피 20분 ▲에너지드링크 2분 ▲에너지드링크 20분 등 섭취하는 음료와 섭취 시간에서 차이를 두었지만, 시간대별 카페인 농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실험 대상자들의 체내 카페인 농도는 160mg 분량의 카페인 섭취 후 63분~72분 사이 최고 농도에 도달해 200분 시점까지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 3mg 수준으로 유지됐다. 올해 KBO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 12분(192분)인 것을 고려하면 경기 시작 60분~30분 전에 카페인을 섭취할 때 경기 내내 각성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약을 먹는 방식(무수물)과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등을 마시는 방식(수화물) 중에서도 고민할 수 있지만, 두 방식 모두 몸에 작용하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알약의 경우 카페인 함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섭취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과유불급, 카페인도 많이 먹으면 독

그러나 경기 전 카페인 섭취를 루틴으로 삼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일회성 카페인 복용은 다수의 연구자가 추천했지만, 공통으로 카페인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습관성, 장기적 섭취는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연구자는 ‘시합 전 카페인 섭취’를 최대 주 2회로 권장한다.

특히 장기간 복용으로 인한 카페인 중독 상태가 되면 오히려 만성 피로에 노출되기 때문에 시즌 중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 야구 선수들에게는 카페인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 더불어 일일 권장량 이상을 꾸준히 섭취하면 안압 증가로 인해 시력 저하를 동반한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일부 팀이 에너지 드링크를 금지하기 직전인 2012년 조시 해밀턴이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시력 저하로 5경기를 결장한 이력이 있다. 이후 조시 해밀턴은 복귀 직후 10경기에서 결장 직전 10경기보다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해밀턴의 사례를 통해 잘못된 카페인 섭취는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조시 해밀턴의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결장 전후 10경기 성적> 

다만 경기 전 3mg/kg 이상의 고카페인을 복용하는 전략을 쓰지 않는다면, 일상의 루틴으로서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까지 기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적당한 용량의 커피 섭취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다르빗슈 유는 아침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게 루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추신수 역시 아침을 커피로 시작하는 루틴이 있다고 밝혔다.

 

카페인 섭취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카페인 섭취는 분명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섭취 그리고 비효율적인 섭취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카페인 섭취를 통한 경기력 향상 전략을 시도하겠다면, 아래의 내용을 참조해 오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 카페인 섭취 전략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과다 복용이다. 카페인은 많이 먹을수록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카페인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3mg/kg 이하의 섭취로도 충분하다.  또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카페인 섭취는 주 2회 이하, 일일 400mg 이하로 철저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100mg은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 1캔 정도의 함량이다.
  2. 카페인 섭취를 통한 경기력 향상이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CYP1A2’라는 간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효소가 없는 사람이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시합 전 카페인을 섭취할 생각이 있다면 우선 몇 번의 적용을 통해 카페인에 대한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3. 만약 경기력 향상을 위한 카페인 섭취 전략을 시도하기로 했다면 이상적인 섭취 시점은 경기 시작 직전보다는 시작 60분 전, 늦어도 30분 전이다. 앞서 설명했듯 체내 카페인 농도는 섭취 후 30분~120분 사이에 급격히 상승한다. 충분히 흡수될 시간을 둬야 경기 초반부터 카페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 카페인의 반감기 이후로는 오히려 아데노신 분비가 증가하는 ‘카페인 크래시’가 발생할 수 있어 경기보다 너무 이른 시간대에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참고 = 코치라운드, Fangraphs.com, 

고온 환경하에서의 카페인 섭취가 운동 운동자각도와 심박수에 미치는 영향.”, 한국사회체육학회지, 2009, 김태욱, 김종혁, 신영오, 이정범,

커피음용이 단기간 근육작용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한국전문물리치료학회지, 2007, 이준우, 조강희,

고온 환경에서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카페인 섭취전략.”, 한국생활환경학회지, 2008, 김태욱, 임승길, 황종문, 김종혁,

“Pharmacokinetic analysis and comparison of caffeine administered rapidly or slowly in coffee chilled or hot versus chilled energy drink in healthy young adults.” 2016, White JR Jr, Padowski JM, Zhong Y, Chen G, Luo S, Lazarus P, Layton ME, McPherson S,

“Effects of caffeine ingestion on dynamic visual acuity: a placebo-controlled, double-blind, balanced-crossover study in low caffeine consumers.” Psychopharmacology (Berl). 2021, Redondo B, Jiménez R, Molina R, Dalton K, Vera J

야구공작소 김민준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민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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