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버스터 포지가 있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안방은 오랫동안 견고했다. 코로나19 전까지는. 당시 나이 34살, 연장 계약에서 팀 옵션 1년이 남았고 2021시즌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포지의 이른 은퇴 결정은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2009년부터 12년간 샌프란시스코의 안방을 지켜온 포지가 사라졌으니, 프런트의 1번 과제는 그다음 주전 포수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한 조이 바트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졌다. 201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지명된 바트는 포지 다음 안방마님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바트는 2022시즌 97경기 타율 0.215, 11홈런 25타점, 출루율 0.296 장타율 0.364 OPS 0.528로 아쉬운 성적을 보여줬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에 앞서 안방을 대폭 보강했다. 잦은 부상으로 2021년과 2022년 통틀어 65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골드글러브 2회 수상으로 수비가 좋은 로베르토 페레스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데려왔다. 이외에 게리 산체스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데려왔고 룰5 드래프트로 블레이크 사볼을 확보했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페레스가 주전 자리를 꿰차며 개막전 주전 포수로 낙점됐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과 함께 시즌 아웃 돼 5경기 만에 계획이 어그러졌다. 설상가상으로 바트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사볼밖에 남지 않았고 패트릭 베일리가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패트릭 베일리는 누구인가
2020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3번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베일리는 플레이트 뒤에서의 모습이 장점인 선수다. 특히 프레이밍과 도루 저지에서 메이저리그 상위에 포진하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9월 30일 기준으로 프레이밍에서 이번 시즌 규정 투구 수를 받은 포수 중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도 보여주고, 득점 환산도 가장 높은 +16점을 기록했다.
< 사진 1 = 패트릭 베일리의 프레이밍 지표 >
도루 저지에서도 9월 30일 기준 이번 시즌 평균 팝 타임 1.87로 메이저리그 전체 포수 중 공동 2위를 기록하면서 본인의 어깨를 과시하고 있다. 1.71초로 이번 시즌 가장 빠른 팝 타임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로 샌프란시스코 프랜차이즈 팝 타임 상위 기록 14개 모두 베일리가 기록 중이다. 해당 기간만큼은 포지를 넘어선 것이다. 단순히 팝 타임만 빠른 것이 아니라, 익스체인지(포수가 공을 받고 송구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0.59초로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6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도루 저지에 있어서 좋은 바탕을 모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포수로서 모든 방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한 가지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블로킹이다. 베일리는 블로킹을 득점으로 환산했을 시 -2점을 기록하고, 평균 대비 -10개의 블로킹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 규정이닝을 채운 70명의 포수 중 공동 6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 사진 2 = 패트릭 베일리의 블로킹 맵 >
타석에서 스위치히터 베일리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좌타석에 더 많이 들어갔지만, 확실히 오른손에서의 생산력이 더 독보적으로 보인다. 9월 30일 기준 이러한 성적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 표 1 = 패트릭 베일리의 좌우 스플릿 >
포지가 떠난 이후 안방에서의 생산력에 아쉬웠을 샌프란시스코에 베일리는 희망이 됐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결단을 내리고 즉시 전력으로 백업 활용이 가능 오스틴 윈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바트를 트리플 A로 보내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베일리는 자신보다 먼저 기대받았던 바트에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여주면서 팀 내 입지를 높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바트는 타선에서 좋은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를 스윙-테이크 프로파일을 통해 보고자 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스트라이크존을 중심부터 하트, 섀도우, 체이스, 웨이스트 존으로 나누고, 각 존에 대한 득점 생산능력을 스윙 여부로 나눠보는 것이다. 바트는 이 방법을 통해서 보았을 시, 오히려 득점 생산능력을 -8로 받을 정도로 생산능력이 부족한 부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베일리는 이와 상반되게 +5점을 생산해 내며, 타선이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수비에서만이 아니라 타선에서도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 사진 2 = 조이 바트의 스윙 테이크 프로파일 >
< 사진 3 = 패트릭 베일리의 스윙 테이크 프로파일 >
하지만 베일리는 타석에서의 본인의 역할보다 포수로서의 수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빅 리그에서는 게임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특히 포수로서 수비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타석에서의 스트레스를 덜 앓게 되는 것 같고, 타석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던 보너스로 보입니다. 타석에 들어설 때 제 어프로치를 지키려 하고, 잘 해결되면 좋죠.”라고 에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입의 등장, 준비된 자세
과연 오랫동안 오라클 파크의 안방을 지켰던 포지는 베일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디 에슬레틱에서 밝히길 포지가 베일리를 만난 건 2021시즌 스프링캠프에서였다. 그 이후 다시 만난 건 2023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였다. 강연에서 첫 질문을 던진 것이 베일리였다. 베일리는 어린 포수로서 베테랑 투수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알고 싶어했다.
“2021년 캠프 이후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타 선수들에 비해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큰 그림을 바라보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한 단계 도약할 준비가 되어 보였고, 증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 역시 베일리의 워크에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첫 원정경기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베일리를 지켜본 알렉스 콥도 신기해했다. “첫 비행은 즐겨야죠.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거기 있는 것 자체가 축하할 일이죠.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도 하고. 근데 베일리는 다음 시리즈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며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베일리는 동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체스까지 배웠다. 하루는 션 마네아와 다른 투수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체스를 두는 모습을 봤다. 그들과 유대감을 쌓고, 어떻게 사고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체스를 배웠고, 투수들과 조금씩 체스를 두기 시작했다.
올해 7월 디 에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파르한 자히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베일리는 아마추어 시절에 지켜봤던 모습들이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줬죠. 당연히 투수진들로부터 받는 평가도 큰 부분입니다. 런 게임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좋았습니다… 그게 얼마나 무거울지 얘기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 팀에게 중요했습니다.”
베일리가 데뷔 시즌에 보여준 모습은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기대하기엔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맥코비만의 안방을 오랫동안 지켜줄 수 있을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새로운 신예 포수의 등장이다.
참고 = Baseballsavant, MLB.com, Theathletic, Fangraphs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에디터 = 야구공작소 유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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