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
신인 드래프트는 한 구단의 한 해 농사를 넘어, 향후 10년 이상까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야구계에서 중요한 행사다. 특히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는 팀의 즉시전력감 또는 미래로 기대를 가장 많이 받는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한화는 1라운드에서 전국 단위 지명권을 행사해 광주진흥고등학교 투수 문동주를 지명했다. 당시 문동주는 계약금 5억 원의 1차 지명 최대 금액 및 한화 신인 역대 3위 금액을 기록하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당해 부상까지 겹치며 13경기 1승 3패 ERA 5.65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경험을 쌓고 절치부심한 문동주는 2023년, 한화의 토종 1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또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됐고 2023 KBO 신인왕의 유력한 후보로도 언급된다. 과연 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높아진 커브 활용도
문동주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투수로 본격적으로 전향했다. 그래서 고교 시절까지 던질 줄 아는 변화구가 많지 않았다. 또한 완성도도 높지 않았다. 그래서 2022년 문동주의 투구에는 패스트볼의 의존도가 높았다.
밋밋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러 존에 넣으면 타자에게 공략당할 확률이 높다. 지난해 문동주는 57.8%를 패스트볼로 구사하는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가져갔다. 밋밋했던 변화구는 대부분 유인구로만 사용했다. 특히 제2구종이었던 커브는 낮은 코스 구사율이 76%를 기록할 정도로 낮은 유인구 활용에 집중했다.
< 2022년 커브 구사 위치 (투수 시점), 단위 : % >
하지만 패스트볼 위주에 유인구를 던지는 단조로운 패턴은 타자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타자들은 완성도가 높지 않은 커브 등 변화구를 가볍게 버리고 패스트볼만 노리는 타격으로 문동주를 공략했다. 결국 주 무기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이 0.327, 피OPS가 0.919를 기록하며 문동주에게 완성된 제2 구종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2022년 6월, 문동주는 견갑하근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후 휴식과 재활을 병행하며 최원호 당시 2군 감독 지도하에 커브의 완성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 최원호 2군 감독이 재활 기간 동안 문동주의 커브 구사 능력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링크).
재활을 마친 문동주는 2군에서 선발 등판하며 1군 복귀를 준비했다. 이를 보며 수베로 감독은 문동주의 커브 완성도가 높아진 점을 주목했다(링크). 커브 각이 예리해졌다고 평가했다(링크). 이후 남은 22년 시즌을 치르고 호세 로사도 한화 투수 코치는 커브는 이미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며 문동주의 커브 완성도가 높아졌음을 언급했다(링크).
완성도가 높아진 커브는 위력 있는 제2 구종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에 문동주는 커브의 구사율을 6.7%P만큼 높여 패스트볼 의존도를 낮췄다.
< 구종 구사율, 단위 : % >
그러나 단순히 커브 구사율이 높아졌다 해서 투구 패턴이 변했다고는 할 수 없다. 작년과 가장 큰 차이는 커브를 카운트 잡는 용으로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밋밋하지 않은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에 충분했다. 이에 문동주는 커브를 존에 집어넣어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커브의 Zone%가 작년 대비 10.7%P만큼 증가했다. 초구 커브 구사율도 작년 대비 14.4%P 상승했다. 둘을 조합해 본다면 카운트를 잡는 데에 커브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커브는 유인구로서의 역할만 하지 않게 된 것이다.
< 커브 비율, 단위 : % >
달라진 커브는 문동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타자들은 이제 패스트볼만 노리는 타격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주 무기인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이 0.256, 피OPS가 0.706으로 작년보다 매우 개선됐다. 커브가 제2 구종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다.
안정된 제구력
문동주는 고교 시절에도 150km/h를 상회하는 빠른 패스트볼를 던지는 투수였다. 구속뿐 아니라 회전수도 최고 2,378rpm에 달했다(링크). 그러나 강속구 투수는 이전에도 많았다. 그리고 매번 그들에게는 제구 물음표가 따랐다.
문동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1군의 벽이 높았던 탓인지 2022년 문동주는 제구에 난조를 겪었다. 헛스윙 비율이 30.5%로 리그 평균보다 8.8%P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구위에 장점은 뚜렷했다. 하지만 BB%가 리그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문동주는 달라졌다. BB%가 작년보다 2.7%P 감소했으며 올해 리그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구 성장이 눈에 띄게 이뤄진 덕분이다.
< 22, 23년 문동주와 리그 평균 BB%, 단위 : % >
하지만 제구에 초점을 두게 되면 더 섬세하게 공을 던지려 하다 구속의 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오히려 타자에게 치기 쉬운 공이 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문동주는 작년과 전체 구종의 평균 구속엔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제구를 보완했다.
이는 가다듬은 변화구를 토대로 한 투구 패턴의 변화가 가장 유의미했다. 작년 대비 커브의 Zone%가 증가했고 슬라이더도 42.2%로 13%P 증가했다. 즉, 위에서 언급했듯 카운트를 커브 등의 변화구로 잡는 타자 타이밍을 뺏는 투구 패턴의 추가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도 한몫했다. 초구의 Zone%가 작년 대비 4.5%, 2S 이후는 18.6%나 증가했다. 유인구 승부가 아닌 공격적인 승부의 횟수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안 좋았을 땐 항상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면서 끌려다니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피해 가지 않는 승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다고 문동주는 좋은 성적의 이유를 밝혔다(링크).
< 22, 23년 2S 이후 구사율(투수 시점), 단위 : % >
성장하고 있는 문동주
문동주는 이제 전업 투수로 활동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리그 유망주 중 수준급의 활약을 하고 있다. 리그 전체로 봐도 두드러진 활약이다. 수베로 감독 체제의 리빌딩이 끝난 후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한화엔 절대 없어선 안 되는 선수다.
많은 이들이 문동주를 안우진에게 비교하곤 한다. 안우진도 강속구를 가진 투수였지만 결국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구위를 바탕으로 제구에 보완을 거친 결과 국내 최고의 투수로 불리고 있다. “160km보다 중요한 건 제구다.” 문동주와 같은 경험을 했던 안우진이 했던 말이다(링크).
아직 제구 쪽에서 문동주를 완벽한 투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구가 더 보완될 경우 어쩌면 안우진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성장세만 보더라도 2년 차 안우진보다 더 가파르다.
올해 문동주는 9월 3일 등판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아시안 게임의 이유도 있지만, 한화의 ‘120이닝 제한’으로 미래를 위한 관리 때문이다. 문동주의 잠재력과 이 정도 급 팀의 관리가 합쳐진다면 앞으로 그의 성장은 감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동주가 과연 안우진을 넘는 국내 최고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지켜보자.
참고 = STATIZ
야구공작소 장호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양재석,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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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겐 보물일듯..한국을 대표하는 류현진 같은 국보급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