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kt 위즈)
[야구공작소 오정택] 창단 후 두 시즌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NC 다이노스와는 달리, kt 위즈는 지난 시즌까지 연이어 최하위를 기록하며 최약체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더군다나 오프시즌에 kt가 보여준 모습은 감히 무기력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FA 선수 영입은 없었고 외국인 선수에게 큰 투자를 감행한 것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kt는 올해도 최약체로 평가받으며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kt의 지난 시즌은 1군 참가 첫 해였던 2015년보다도 더욱 실망스러웠다. 투수진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타자 한명을 선발 투수로 교체하여 외국인 선발 투수를 3명이나 썼지만 투수진은 여전히 약점이었다. 외국인 타자 두 명을 앞세워 보여주던 화끈한 타격마저 사라지며 투타 모두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6년 투수 WAR 9.77 / 야수 WAR 11.63 모두 최하위)
하지만 올 시즌 kt는 KBO리그 3위를 기록하며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4/25기준) 뜨거웠던 공격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내내 실망스러웠던 투수진이 일을 낸 것이다.
선발진의 변화, 로테이션의 구축
kt는 지금까지 ‘선발야구’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주권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투수 자체가 적었다. 창단 후 2년 동안 총 24명의 투수가 선발 기회를 얻었으며 이는 동 기간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더욱 아쉬운 점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신생팀의 국내 선발진을 보완해줄 외국인 투수도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선 24명 중 외국인 투수가 무려 9명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그 첫걸음은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의 등장이었다.
피어밴드와 로치는 현재까지 8개의 퀄리티스타트를 합작, 팀내 퀄리티스타트의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피어밴드 4회 / 로치 4회) 특히 피어밴드의 모습은 매우 압도적인데, 4경기에 등판하여 31이닝 동안 단 4점밖에 내 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 비해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너클볼과 체인지업의 비중을 크게 높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표1) 로치도 팀이 원했던 2선발 투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주고 있다. 좋은 제구력과 싱커성 투심을 활용하여 땅볼을 유도, 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중이다.
표1. 2017/2017시즌 피어밴드의 구종별 구사비율과 피안타율
원투펀치 구축 이후 국내 선발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주권이 시즌 초반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유망주였던 정대현과 고영표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잡는 모습은 긍정적이다.(표2)
표2. 고영표와 정대현의 등판기록
고영표는 좋은 구위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던 잠수함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와 피어밴드와 유사하게 슬라이더를 줄이고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린 것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이다.
정대현은 지난 2년간 고질적인 제구 불안과 잦은 피홈런 허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 채 ‘풀타임 선발’ 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3게임에 불과하지만 올해 정대현은 이러한 문제점의 해법을 어느정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부진한 경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계투수까지 계속해서 공을 던지고 있고, 부진했던 경기를 포함하더라도 볼넷 비율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펜진의 변화, 확실한 클로저의 등장
창단 첫 해 kt의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리그 5위를 기록하며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부족했던 선발진을 메우기 위해 장시환과 조무근을 전천후 카드로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잦은 연투의 여파로 지난해에는 조무근과 장시환이 부진에 빠졌고, 결국 김재윤이 클로저를 맡아야 했다. 김재윤은 14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5개의 블론세이브도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다소 부진했던 것이 ‘경험치’가 되었던 것일까? 김재윤은 올 시즌 7경기에서 6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세이브 성공률 9위(56.3%)를 기록했던 kt였기에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줄 수 있는 김재윤의 성장은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여겨진다.
마무리투수 김재윤의 앞을 책임져줄 셋업맨은 다양한 카드를 실험 중이다. 지난 시즌 좌완 불펜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심재민, 전천후 카드 엄상백, 건강을 회복한 조무근이 번갈아 가며 김재윤의 앞을 막아주고 있다. 이들과 김진욱 감독 특유의 ‘무리시키지 않는 불펜 활용’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도 기대해 볼 만한 점이다.
진정한 ‘마법’이 필요한 마법사 군단
kt 투수들은 지금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수 WAR 1위) 그와 반대로, kt 타자들은 최악을 보여주었다. (야수 WAR 10위) 지금까지 kt가 보여준 명과 암은 뚜렷하다. 뜨거웠던 투수진과 차가웠던 타선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며 kt의 우선과제이다. 아직 kt 위즈의 전력은 하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금의 성적 또한 ‘돌풍’일지 모른다.
창단 후 3년이 지나며 kt는 어느덧 신생팀의 한계를 깨부숴야 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투타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kt를 진정한 강팀으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수원 팬들의 쏟아지는 커피선물에 행복해 하는 김진욱 감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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