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였던 함덕주, 화려하게 날아오르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

2021년 3월 25일, 선발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LG는 두산과 2:2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두산에 양석환과 남호를 내주고 함덕주와 채지선을 받아왔다. 많은 이들은 국가대표와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함덕주가 우승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함덕주는 팔꿈치 뼛조각 통증으로 인한 부진 및 수술로 인해 2021~22시즌 각각 16경기,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구속도 두산 시절만큼 나오지 않았고, BB/9도 2년간 5.57, 7.82에 달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LG 역시 2년 연속으로 업셋을 당하며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지난 2년간 함덕주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모두 불안했다. 한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은 뭐만 하면 아프지 않을까 조마조마했고 캐치볼 할 때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으면 하루가 힘들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했다.”라며 털어놓기도 했다.

2023시즌에 함덕주는 이적 후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해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던 함덕주,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리그 최고의 불펜으로 돌아와 LG의 우승 도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그는 어떻게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었을까.

 

슬라이더의 활용

함덕주를 대표하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직구와 체인지업은 수많은 범타를 끌어냈다. 함덕주를 국가대표로 이끈 체인지업에 더해 그는 올해 새로운 옵션을 하나 더 장착했다. 바로 슬라이더다. 혹자는 함덕주가 슬라이더를 원래부터 던지고 있지 않았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하지만 활용 방법이 다소 달라졌다.

올해를 제외한 나머지 해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와 더불어 체인지업과 커브 또한 종종 구사했다. 하지만 올해는 슬라이더 구사율을 크게 높여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좌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슬라이더를 많이 구사하지 않은 지난 3년간 좌타자 상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효과적으로 좌타자를 봉쇄 중이다.

< 우타자 상대 구종 구사율, 단위 : % >

< 좌타자 상대 구종 구사율, 단위 : % >

함덕주의 슬라이더는 안우진이나 김광현같이 빠르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아니다. 대신 좌우로 긴 릴리스 포인트를 이용한 조금 더 횡적 변화가 많은 슬라이더다.

최채흥과 백정현이 이런 슬라이더를 던진다. 슬라이더 대부분이 존 바깥, 특히 좌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존에 넣더라도 높은 쪽은 피하고 있다. 함덕주는 슬라이더를 직구와 함께 정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좌우 무브먼트가 있는 직구와 슬라이더는 좌타자들을 헷갈리게 하기 충분하다.

< 2023년 슬라이더 구사 위치 >

그 결과 타자들은 슬라이더에 많은 헛스윙을 하고, 슬라이더를 건드려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슬라이더의 아웃존 스윙률은 33.3%로 커리어 최고, 컨택률은 59.4%로 커리어 최저다.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으며 피OPS 0.063이란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4월 2일 강백호와의 승부에서 함덕주는 2구를 제외한 모든 공을 좌타자 가장 먼 곳으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 4월 2일 강백호와의 승부 >

< 4월 4일 김태진과의 승부 >

 

적극적인 승부

함덕주는 통산 BB/9 4.91 정도로 제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BB/9 2.97을 기록하며 볼넷을 줄였다. 슬라이더를 커리어에서 존 밖으로 가장 많이 던지면서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바로 직구와 체인지업의 활용에 있다. 직구의 평균 구속은 140.3km/h 정도로 빠르진 않지만 지난 2년보다 상승해 두산 시절 구속을 회복했다. 대신 함덕주의 직구는 변화가 많다. 평균 대비 상하로 29cm 더 꺾이고, 좌우도 14cm 더 꺾이며 타자가 느끼기엔 커터처럼 느낄 수 있는 직구를 던진다. 변화가 큰 직구는 느린 구속을 보완해 주며 역방향으로 꺾이는 체인지업의 좌우 무브먼트(상위 9등)와 더불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커리어하이로 꼽히는 2018년과 비교해 보면 슬라이더를 존 밖으로 더 많이 빼는 대신 직구와 체인지업을 더 존으로 밀어 넣고 있다. 그 결과 타자들의 방망이를 더 끌어냈다. 물론 가운데로 밀어 넣는 건 아니다. 존에 들어간 직구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투구가 낮은 쪽에 형성되어 장타 억제에 노력하고 있다.

< 체인지업 투구 결과 변화 >

< 직구 투구 결과 변화 >

직구와 체인지업의 컨택률은 높아졌지만, 정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직구의 피안타율, 피장타율은 0.213, 0.307이고 체인지업은 0.091, 0.091로 뛰어난 수치를 기록하며 단 하나의 장타도 맞지 않았다. 타구의 59.3%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고, 내야 뜬공의 비율도 46.2%에 달한다. 둘 다 커리어 최고 수치다. 평균 타구 속도 또한 127.4km/h(리그 8위)로 강한 타구를 효율적으로 억제하며 0.177의 낮은 BABIP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승부 덕에 이닝 당 투구 수도 데뷔 후 가장 낮은 15.4개를 기록, 효율 있는 투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결론

작년까지만 해도 함덕주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팬들은 지쳐갔고, 그를 전력 외 취급하는 팬들도 있었다. 함덕주는 “아프지 않아야 1군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아프지만 않으면 잘할 자신이 있다, 지난 2년간 제대로 못 한 걸 한풀이 하듯 많이 던지고 싶다. 팬들 앞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 인터뷰처럼 올해 그는 원 없이 던지고 있다. 7월 15일 기준 벌써 42경기에 출전했고 42.1이닝을 소화했다. 풀 시즌 환산 시 75이닝을 넘는 페이스다.

그는 자신감과 함께 통증을 떨쳐버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만 28세의 나이다. 자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기다. 그리고 올해 아프지 않은 함덕주는 어떤 선수인지 증명하고 있다.

LG는 포스트시즌에 갈 확률이 매우 높다. 과연 함덕주는 무더운 여름 체력 저하를 이겨내고 시즌 마지막, 아니 포스트시즌에서까지 활약하며 LG 팬들의 오랜 소원인 리그 우승과 개인의 FA 대박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참고 =  STATIZ, 2itracking.com

야구공작소 홍휘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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