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4할에 도전하는 타자, 루이스 아라에즈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

KBO의 처음이자 마지막 4할 타자는 1982년의 백인천(0.412)이었다. 유구한 역사가 있고 뛰어난 선수들이 넘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4할 타자는 흔치 않았다. 빅리그 역사에서 규정타석을 소화하며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단 35명. 이마저도 1941년의 테드 윌리엄스(0.406)가 마지막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이 대기록 앞에 이름을 내놓은 사나이가 있다. 지난해 AL 타율 1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타율 0.383을 기록하며 대단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루이스 아라에즈다. 

아라에즈는 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이는 선수다. 최근의 메이저리그는 빠른 타구 속도와 높은 발사각도, 그리고 홈런으로 설명된다. 반면 아라에즈의 이번 시즌 Hard Hit%는 24.4%로 리그 꼴찌 수준(리그 하위 2%)이며 홈런 또한 3개밖에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라에즈가 볼넷을 특별히 잘 고르는 것도 아니다. 올해 그의 BB%는 7.5%로 리그 평균(8.6%)보다도 낮다.

그렇다면 대체 아라에즈에게 어떤 장점이 있기에 이렇게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구보다 뛰어난 컨택 능력

미네소타 트윈스의 피치 코디네이터인 J.P. 마르티네즈는 그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아라에즈는 빠르지도 않았고 수비 범위가 넓지도 않았습니다. 송구 능력도 인상적이지 못했죠. 하지만 타석에서 공을 맞히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어요.”

유망주 시절 아라에즈는 각종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눈과 손의 협응력(Hand-Eye Coordination)이 우수하며 배트 컨트롤이 정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라에즈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장타율은 한 번도 0.450을 넘지 못했고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시즌도 없다. 하지만 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삼진을 적게 당했다. 아라에즈는 2019년 트리플 A에서 2.7%의 K%를 기록했는데, 당시 그가 뛰던 IL(인터내셔널 리그)의 K%는 22.8%였다.

 

빅리그에 올라와서도 플레이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 홈런과 볼넷은 많지 않았지만, 삼진을 적게 당했고 많은 안타를 뽑아냈다. 과거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아라에즈는 타석에서 투구를 끝까지 눈으로 좇으며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석에서 집중해 공을 보며 많은 볼을 고르는 만큼 놓치는 스트라이크도 많았다.

지난 시즌 아라에즈는 리그에서 스윙을 가장 적게 하는 타자였다. 작년 그가 기록한 42.7%의 스윙 비율은 5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132명 중 107위였다. 존 바깥의 공에 대해 리그 평균보다 3.7%P 적게 스윙했지만, 존 안의 공에 대해서도 리그 평균보다 5.4%P 적게 스윙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스윙이 늘었다. 다만 언뜻 보기에 이상적인 형태로 늘진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 중심 구역인 ‘Heart’로 들어온 공에 스윙한 비율은 67%로 지난 시즌(68%)과 비슷하지만, 스트라이크존 변두리에 해당하는 Shadow와 존에서 멀리 떨어진 Chase에 스윙한 비율은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 루이스 아라에즈 Swing/Take Profile >

< 루이스 아라에즈 Plate Discipline (Chase%-유인구에 스윙한 비율) >

하지만 많은 실투를 놓치고 좋지 못한 공에 배트가 나감에도 아라에즈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낮은 K%를 기록 중이다(5.2%). 뛰어난 컨택 능력 덕분이다. 

올해 아라에즈의 컨택 비율은 94.6%로 지난해에 이어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뛰어난 컨택 능력은 구종을 가리지 않는다. 패스트볼, 오프스피드 피치, 브레이킹볼 세 종류의 공에 대한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가 모두 리그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피치 그룹별 50번 이상 스윙).

< 루이스 아라에즈 피치 그룹별 Whiff% >

 

라인드라이브를 날려라

하지만 적은 삼진만으로 아라에즈의 성적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높은 타율은 훌륭한 인플레이 타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앞서 언급했듯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다. 그렇다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아라에즈의 Sprint Speed는 메이저리그 하위 2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라에즈의 xBA(기대타율)는 0.331에 달하며 매년 리그 평균을 웃도는 BABIP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운이라 치부하기는 힘들다.

2017년 아라에즈에 대한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바로 그가 구장 어디로든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보낼 수 있다는 부분이다. 디 애슬레틱 또한 그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데 있어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표현한 바 있다.

실제로 아라에즈는 빅리그 데뷔 이후 매년 LD%(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 1, 2위를 다퉜다. 올해도 아라에즈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30.8%의 LD%를 기록 중이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안타가 된 비율은 63%였다. 반면 땅볼 타구는 24%, 뜬공 타구는 22%에 그쳤다. 루타 수를 생각하지 않고 안타 생산에만 집중한다면 가장 좋은 타구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베이스볼 서번트를 통해 아라에즈의 타구를 살펴보면 더욱 상세한 분석을 해볼 수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는 타구를 총 6가지(Barrel, Solid, Flare/Burner, Under, Topped, Weak)로 분류한다. 이중 Flare/Burner는 타구 속도가 정말 빠른 땅볼(Burner), 타구 속도는 느리지만 각도가 좋은 타구(Flare)를 말한다. Flare/Burner의 타율은 0.659로 단타를 만들어 내기에 가장 적합하다.

아라에즈의 데뷔 이후 5년간 Flare/Burner%는 32.5%로 같은 기간 리그 평균(24.4%)을 크게 상회했다. 이번 시즌에도 아라에즈는 115개의 Flare/Burner 타구를 만들어 내고 있다(리그 1위). 아래 타구 분포도를 보면 내야와 외야 사이의 공간에 가장 많은 타구가 형성되는데, 내야수 키를 살짝 넘기는 라인드라이브를 상상해 보면 좋을 것이다. 

< 루이스 아라에즈 타구 분포도 >

이전에 미네소타의 로코 발델리 감독은 아라에즈가 성가신 선수(Pest)라고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아라에즈는 투수들이 상대하기 까다롭고, 야구장 어느 곳으로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는 성가신 선수고, 저는 그의 플레이를 사랑합니다.”

홈런을 많이 때리는 것도, 도루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라에즈는 빅리그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남아 그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전에도 아라에즈와 같은 타자가 메이저리그에 존재했다. 그 또한 연평균 홈런이 6.75개에 불과하고 통산 BB% 또한 7.7%에 그쳤지만, 뛰어난 타격 실력 하나로 통산 타율 0.338을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아라에즈와 비슷한 나이인 24살에 첫 타격왕을 차지하며 잠재력을 터뜨렸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아라에즈는 25살에 달성). 이 선수가 누구냐고? 바로 영원한 3할 타자 토니 그윈이다.

 

참고 = Baseball America, Baseball Savant, Fangraphs, The Athletic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한규,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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