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땅볼 비율과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 사진 출처 = MLB.com >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는 2018시즌 종료 후 워커 뷸러와 후안 소토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역대 최연소 5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이었고, 홈런 이후 화끈한 세레머니는 불문율이 가득한 MLB에 신선함을 전해주었다. 

이후 매년 발전하는 모습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아쿠냐에게도 불운이 찾아왔다. 2021년 7월 11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재즈 치좀 주니어가 친공을 쫓다 전방 십자인대 완전 파열을 당한 것이다. 아쿠냐는 눈물을 흘리며 들것에 실려 나갔고 그대로 2021시즌을 마감했다. 

많은 이들이 한 시즌을 날린 것 이상으로 향후 그가 원래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아쿠냐처럼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뽐내는 선수에게 십자인대 파열은 매우 치명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재활을 무사히 마친 아쿠냐는 2022시즌 트루이스트 파크로 돌아왔다. 과연 그는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유지했을까?

 

실망스러웠던 부상 복귀 첫 시즌

복귀 첫 시즌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으나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장타력 감소였다. 데뷔 이래 아쿠냐는 순장타율이 0.20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심지어 20, 21시즌은 0.300을 넘겼다. 그런 아쿠냐가 기록한 2022시즌 순장타율은 0.148. 딱 리그 평균 정도였다. 

< 아쿠냐의 역대 순장타율과 리그 평균 순장타율 >

타구 속도와 각도 또한 모두 좋지 않았다. 먼저 타구 속도는 전년 대비 2.6마일 감소했다. 여전히 평균 이상이지만 우상향하던 그래프가 급격히 꺾였다. 

타구 각도는 더욱 극적으로 변했다. 2021년까지 아쿠냐는 뜬공을 많이 치는 선수였다. 특히 2018년 MLB 데뷔 이래 발사각과 뜬공 비율이 점차 올라갔다. 그러나 부상 복귀 후에는 땅볼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땅볼이라고 장타를 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담장을 넘길 가능성은 0이다.

그렇지만 2023년 아쿠냐는 놀라운 반전을 이루어 냈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그가 돌아왔다

2022년을 그저 그런 성적으로 마쳤기에 아쿠냐에는 2023년이 무척 중요해졌다. 만약 이번 시즌마저 전년도와 비슷한 성적이라면 이제 우리는 그에 대한 눈높이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아쿠냐는 본래 모습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 2023시즌 아쿠냐 주요 지표(NL 순위). 6월 22일 기준 >

주요 타격 지표들이 전부 커리어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나 놀라운 점은 타구의 질과 컨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점이다. 

아쿠냐는 올 시즌 평균 타구 스피드가 무려 95마일로 리그 상위 1%에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삼진율은 13.2%에 불과한데, 2023시즌 전까지의 통산 삼진율은 그 두 배에 가까운 25.3%였다. 더 강한 타구를 더 많이 만들고 있다.

아쿠냐 본인은 이와 같은 호성적에 대해 무릎의 변화를 언급했다. 작년까지는 스윙할 때 회전하는 것이 어려웠고 종종 무릎이 스윙을 따라오지 못했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팀의 타격코치인 케빈 세이처 또한 “지난해 아쿠냐의 하체에는 폭발성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거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이처 코치는 아쿠냐에 부상으로 인해 조심스러운 스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그렇게 할 수 없을 뿐인지 물었다. 아쿠냐는 ‘조심하고 있던 것’이라고 답했다. (링크)

이후 세이처 코치는 스윙을 마쳤을 때 배꼽이 투수를 향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아쿠냐는 조언에 따라 연습하면서 점점 타격이 좋아졌다고 한다. 결국 지난 시즌 아쿠냐는 무릎 부상의 여파로 소극적인 스윙을 했던 것이다. 반면 올 시즌은 커리어에서 가장 빠른 타구 속도를 기록 중일 만큼 자신의 스윙을 되찾았다.

 

그런데도 땅볼 타구는 더 늘어났다?

이처럼 아쿠냐는 모든 면에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넘어 훨씬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다. 앞서 아쿠냐의 2022시즌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던 땅볼 비율이다. 2023시즌에는 땅볼이 줄기는커녕 더욱 늘어났다. 

플라이볼 혁명 이후 야구계는 이상적이지 못한 발사각이나 땅볼/뜬공 비율을 고쳐야 할 과제처럼 받아들였다. 특히 빠른 타구 속도를 보유한 선수의 타구 각도가 낮은 경우 장타력 향상을 위해 타구 각도를 높이도록 조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헌데 놀랍게도 아쿠냐는 그러한 상식에 완전히 역행하고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상식에 역행하고도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로 먼저 땅볼의 질이 좋아진 것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사각 10도 이하의 타구를 땅볼로 정의하는데 지난해 아쿠냐는 해당 각도에서 0.259의 wOBA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는 같은 각도에서 wOBA가 0.323으로 크게 높아졌다. 의외로 라인드라이브 타구 각도인 10~25도 사이에서는 두 시즌 모두 wOBA가 0.801로 차이가 없었다. 

또한 타구 각도의 분포가 좋아졌다. 평균 발사각은 낮아졌지만, 이는 22시즌 지나치게 퍼 올린 타구가 많았던 탓이다. 23시즌 들어 뜬공이 줄었으나 이는 팝 플라이 비율의 감소였고 이상적인 각도의 뜬공은 줄지 않았다. 실제로 인필드 플라이 비율 또한 12.8%에서 5.3%로 7.5%P나 줄었다. 언뜻 보기에 올해 들어 각도가 낮아진 것 같지만 실은 작년과 달리 극값이 줄었을 뿐이다.

MLB는 물론이고 KBO에서도 타구 각도가 좋지 못한 타자의 스윙 궤도를 수정한다는 기사를 꽤 자주 볼 수 있다. 문제는 발사각을 바꾸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타구 속도 못지않은 타자 고유의 능력이라는 의견도 많다.

타자가 어떤 각도로 공을 치느냐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타구 속도와의 조합이다. 게다가 겉으로 보이는 땅볼/뜬공 비율과 발사각은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 평균의 오류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온 아쿠냐처럼 때로는 자기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해 보는 게 어떨까?

 

참고 = Fangraphs, BaseballSavant

야구공작소 정세윤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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