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트볼은 정말 몸쪽으로 던져야할까?

< 사진 출처 = New York Yankees >

 

하이패스트볼을 던질건데, 어디로 던져야 해요?

하이패스트볼 전략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하이패스트볼 구사비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구속이 느린 선수들일수록 높은 로케이션 위주의 피칭이 되어야 데뷔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투구의 위치는 상하에 더해 좌우도 결정되어야 한다. 높은 포심을 던질 때 좌우의 측면에서는 어느 코스가 더 효과적일까?

보통 하이패스트볼을 구사할 때 효과적인 쪽은 몸쪽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필자가 들어본 근거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스윙 궤도다. 타자들의 스윙 궤도가 몸쪽 높은 공을 치기에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각적 효과다. 몸쪽 하이패스트볼이야말로 타자에게 시각적으로 제일 빠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우선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설명이 그럴듯해도 실제로는 틀린 경우도 많다. 우리는 심심찮게 한가운데나 바깥쪽 높은 코스에 헛스윙하는 장면도 목격한다. 정말로 몸쪽 높은 공이 가장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이 글에서는 이 문제를 정량적으로 살펴본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이패스트볼이 만들어 내는 ‘좋은 결과’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자. 투수 입장에서 공 한 구 단위로(타석 단위가 아님) 가장 좋은 건 헛스윙 유도다. 하이패스트볼은 기본적으로 헛스윙을 잘 유도한다. 헛스윙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과하게) 높은 발사각의 타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다. 내야뜬공은 사실상 삼진과 같다. 매우 높은 확률로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주자는 진루하지 못한다.

 

연구 참고 사항

하이패스트볼 관련 연구에서 의외로 어려운 요소는 ‘높은 존을 어떻게 정의할까’이다. 고전적인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베이스볼 서번트를 통해 소개된 Attack Zone(Heart/Shadow/Chase/Waste)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분석에서 사용하는 존은 왼쪽과 같다(포수 시점). 1~9가 스트라이크존에 해당하고, 그중에서도 빨간 테두리로 표시된 1~3번 영역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이패스트볼 영역이다.

우측 그림은 최근에 등장한 Attack Zone을 나타낸다(포수 시점). 초록색 점선이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다. 가장 안쪽 보라색 영역이 한 가운데를 의미하는 Heart(중심부), 그 주변을 감싸는 살구색 영역이 모서리를 의미하는 Shadow(변두리) 존이다. 이 분류를 활용할 경우 변두리 영역의 상단 3개 존(11, 12, 13)을 높은 존으로 정의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 영역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기존 분류와 차이가 있다. 글에서는 두 분류를 각각 이용해 좌우 방향별 하이패스트볼의 효과를 분석할 것이다.

또 하나의 난점은 하이패스트볼의 효과 중 헛스윙 유도가 투구 단위의 결과지만 높은 뜬공 유도는 타석 단위의 결과라는 것이다. 몸쪽/가운데/바깥쪽 하이패스트볼의 효과를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두 효과를 하나의 단위로 통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헛스윙 유도는 바깥쪽이 더 잘 되는데 타구 결과는 몸쪽이 더 좋다면 어느 쪽이 더 좋은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투구 단위의 결과와 타석 단위의 결과를 통합해 평가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하이패스트볼의 투구 단위 효과(헛스윙 비율, 스트라이크 콜 비율)를 평가할 때 볼카운트가 2S 상황인 경우만을 갖고 평가했다. 이렇게 하면 헛스윙이나 루킹 스트라이크가 나왔을 때 그것이 바로 삼진이라는 타석 결과로 이어진다. 헛스윙과 루킹 스트라이크라는 투구 단위 결과를 삼진이라는 타석 단위 결과로 연동해 종합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2S에서의 결과가 모든 카운트를 대표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수치가 전반적으로 감소했을 뿐 몸쪽/가운데/바깥쪽에 대한 트렌드는 완전히 일치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는 스탯캐스트가 시작된 2015년 이후 메이저리그의 모든 우투수와 우타자 간의 타석 결과를 이용했다.

 

전통적 존을 활용한 연구

이런 연구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최고의 결과가 나온 빈도다. 앞서 말했듯 공 단위로 보았을 때 투수에게 최고의 결과는 헛스윙이므로 SwStr%(헛스윙/투구)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헛스윙에 루킹 스트라이크를 합한 비율인 CSW%( (헛스윙+루킹 스트라이크)/투구 )도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는 두 지표가 몸쪽/중앙/바깥쪽(각각 위 그림 1, 2, 3번)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나타낸 것이다(2S 상황 한정). 앞으로 모든 그래프에서 파란색은 몸쪽, 주황색은 중앙, 회색은 바깥쪽을 의미한다.

통념과 달리 SwStr%는 배트 궤적에 제일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몸쪽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 헛스윙 유도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통념이 있는 바깥쪽 존의 SwStr%가 가장 높았다. 다만 중앙 존과 겹치거나 역전당하는 해도 존재했다.

스트라이크 콜의 비율은 연도별 일관성이 낮아 단독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 CSW%가 주목받기 시작하며 SwStr%를 잘 보강해 준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번 경우 CSW%를 이용해 비교하자 중앙과 겹치는 해 없이 바깥쪽이 일관되게 높은 것이 확인되었다. 2S 상황에서 삼진을 가장 잘 잡아낼 수 있는 코스는 바깥쪽이었다.

그러면 배트 궤적 이론과 시각적 효과 이론은 틀린 것일까? 이번에는 타석 결과를 살펴보자. 아래의wOBA, xwOBA는 하이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그것이 (삼진, 볼넷 포함) 타석 종료로 이어진 경우 전체를 표본으로 해 계산되었다.

중앙 영역의 wOBA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바깥쪽 코스가 CSW%에서 큰 이득을 안겼던 것과는 달리 wOBA는 몸쪽 코스와 비슷했다. 조금 더 파고들어 타구 질까지 반영한 xwOBA는 아예 그 서열을 확실하게 정리했는데, 몸쪽이 바깥쪽보다 훨씬 더 투수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실제 내주는 타구에서 일관된 패턴의 차이가 있었을까?

몸쪽 높은 공은 중앙/바깥쪽 높은 공들과 완전히 구별되는 낮은 타구 속도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시속 6마일(약 10km/h) 정도 느렸다.

각도 역시 유의미하게 달랐다. 일반적으로 최적의 발사각을 8도~32도로 정의한다. 바깥쪽의 경우 타구가 안타가 나오기 쉬운 각도에서 형성되었으며, 한가운데의 경우에는 장타의 위협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반면 몸쪽 높은 공은 30도 이상의 높은 발사각도로 이어지며, 타구 속도와 함께 고려해 본다면 얕은 뜬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스윙 궤적 이론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를 총평해 보자면 이렇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바깥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이 헛스윙 유도의 측면에서는 훨씬 뛰어났다. 하지만 내준 타구를 고려한 종합적인 결과에서는 몸쪽 높은 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Attack Zone을 활용한 연구

Attack Zone을 활용할 경우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2S 상황에서 바깥쪽 존의 SwStr%가 크게 내려갔는데 심지어 세 구역 중 꼴찌가 되었다. 헛스윙이나 스트라이크 콜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한가운데였다.

타구 속도와 타구 각도를 살폈을 때의 순서는 전통적 존을 활용했을 때와 거의 동일했다. 다만 전통적 존과 달리 스트라이크 존 경계에 군집한 투구가 대상이므로 전반적인 타구 속도는 많이 내려왔다. 타구 각도의 경우는 바깥쪽 존은 조금 낮아졌고 몸쪽 존은 높아졌다. 특히 몸쪽의 경우에는 최적 각도인 8도~32도 범위마저 벗어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에도 몸쪽 높은 공의 승리가 예견된다. 그러나 의외로 wOBA에서는 몸쪽이 우세하긴 해도 세 영역의 각축전이 관찰된다. 이는 타자가 아예 스윙하지 않아서 볼넷을 얻는 효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타구질을 반영한 xwOBA의 경우는 조금 더 차이가 나서 몸쪽의 판정승을 선언하기에 무리가 없다.

대신 한 가지 확실한 상황은 있었다. 바로 스윙이 이끌려 나왔을 때이다. 헛스윙으로 삼진이 되든 타구가 나오든 스윙으로 타석이 종료되는 경우에는 몸쪽 코스가 투수에게 훨씬 이득이었다.

 

우투 vs 우타, 하이패스트볼은 몸쪽으로 던져라!

힘들게 돌아돌아왔지만 결국 어떤 존을 기준으로 생각해도 하이패스트볼은 몸쪽으로 던지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9회 말 무사 3루의 상황이라면, CSW%가 가장 높았던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바깥쪽 높은 하이패스트볼을 한 번쯤 고려는 해볼만 할 것이다. 마치 9회 말에 1점만 내면 이기는 상황에서는 번트를 용인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는 팀의 목표가 다득점이 아니라 득점 자체가 되는 것처럼, 저 상황에서는 최소 실점이 목표가 아니라 실점 자체를 막는 것이 목표가 된다)

스윙 궤도 이론은 하이패스트볼에 인플레이가 발생했을 때 그 결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가운데 및 바깥쪽 공과 확실히 차별화되면서 타자의 스윙 궤도와 몸쪽 높은 공이 상극이라는 것이 더욱 도드라진다.

시각적 원인의 경우 고전적 존으로 접근했을 때는 다소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몸쪽 높은 공보다는 바깥쪽 높은 포심에 헛스윙이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Attack Zone을 기준으로 접근한 경우에는 상황이 역전되면서 이 이론에 힘을 실어줬다. 로케이션이 조금 더 눈에 가까워지는 높이가 되자, 꽤 컸던 몸쪽과 바깥쪽 사이의 간극이 좁혀진 것도 모자라 그 폭만큼 역전까지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해 보이는 결과에 실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2S 상황의 고전적 존에서 바깥쪽 높은 포심이 몸쪽 높은 포심보다 헛스윙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반대 손 타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까? 흥미가 있으시다면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 보시라.

 

야구공작소 신하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동민,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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