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로스터’ 메이저리그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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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부상 복귀전으로 관심이 모아졌던 지난 8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가 3회 투구 도중 몸 이상 증세를 보여 갑작스럽게 투수를 교체했다. 게다가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결국 연장승부를 벌이게 됐고, 워싱턴은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무려 10명의 투수를 경기에 투입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애틀랜타도 11회까지 7명의 투수를 투입했고, 경기 동안 양팀은 모두 7명의 야수를 교체했다. 이런 장면은 9월이 되면 심심찮게 지켜볼 수 있다. 현지시간으로 9월 1일 경기부터 메이저리그의 액티브 로스터(Active Roster)는 25인이 아닌 최대 40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시스템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25인 로스터’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실제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포함된다. 25인 로스터는 개막전부터 확장로스터가 시행되는 9월 1일 전까지 유효하다. <베이스볼알마낙>에 따르면 현재 25인 로스터의 시작은 1914년이다.

그리고 25인 이외에 메이저리그 계약이 보장된 15명의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는 40인 로스터가 있다. 구단은 25인 로스터 조정이 필요하면 반드시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만 콜업을 할 수 있으며, 40인에 없는 선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40인 로스터 내 선수를 지명할당(DFA)해야만 한다. 하지만 9월 1일 이후에는 25인 외에 추가적으로 40인 로스터 내에 포함되어 있는 선수를 자유롭게 메이저리그로 부를 수 있다. 이것이 확장로스터이다.

 

선수-구단에 확장로스터가 필요한 이유

확장로스터는 9월부터 정규시즌이 끝나는 10월까지 약 한 달 남짓 시행되는 제도이나, 구단과 선수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제도다. 먼저 선수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로 진입하는 관문이 넓어진다. 지긋지긋한 마이너리거 꼬리표를 떼고 한 달여의 메이저리거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일명 AAAA형 선수에게는 이 시간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간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최지만은 시즌 중반 마이너리그에 2번이나 내려갔지만 확장로스터를 통해 다시 메이저리그에 승격됐다.

금전적인 보상도 주어진다.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선수는 메이저리그 기본 연봉(약 50만 달러)을 등록 일수에 맞추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연봉이라고는 해도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받던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 있는 동안은 서비스타임도 계산된다. 추후 연봉조정신청이나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서비스타임을 하루라도 빨리 얻어내는 것이 좋다. 하루이틀 차이로 FA 자격 취득이 한 해 앞당겨질 수도, 밀릴 수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9월 첫 주면 마이너리그 시즌이 종료되는 가운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선수들을 메이저리그로 올려 동기부여를 해 줌과 동시에 다방면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보스턴은 확장로스터 시행 직전 팀내 최고 유망주인 요안 몬카다를 콜업시켰다. 몬카다는 올 시즌 하이싱글A와 더블A에서만 활약한 21살 유망주에 불과하지만, 3루 자리가 약점인 보스턴이 몬카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포스트시즌까지 노리고 있는 보스턴으로서는 9월 몬카다의 적응 여부에 따라 그를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또한 한정된 휴식일 속에 한 시즌에 구단 별로 4만km 내외를 이동하며 162경기를 치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확장로스터는 1년 간 고생한 기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하고 추가 휴식을 부여함으로써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

 

확장로스터, 개정이 필요할까

물론 확장로스터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확장로스터 기간에는 투수교체 빈도가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경기 흐름이 느슨해지기 쉽다.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는 연장 12이닝 동안 양팀 합계 26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섰고 경기 시간은 5시간 23분이 소요됐다. 같은 날 LA 다저스도 마이애미 원정에서 5회에만 무려 4명의 투수를 투입했는데, 두 사례 모두 확장로스터를 시행하기 전에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확장로스터 기간에는 구단마다 운용하는 로스터 숫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구단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의 규정에는 확장로스터 기간 동안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선수 숫자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각 구단의 사정에 따라 적게는 30명, 많게는 37~8명으로 남은 시즌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이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한 사람은 밀워키 전임 단장 출신인 덕 멜빈이다. 멜빈은 단장 시절인 2009년 인터뷰에서 “정규시즌은 1경기의 승패에 따라서 우승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구단마다 운용하는 로스터가 다른 채 정규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멜빈의 의견이 큰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마이크 소시아 LA 에인절스 감독과 댄 듀켓 볼티모어 단장이 9월 이후 경기에 대해서는 출장 가능한 선수 30명을 지정해 경기를 치르자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노사 단체 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CBA)을 갱신할 예정이다. 오프시즌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FA제도와 퀄리파잉오퍼, 드래프트 제도에 대한 수정 요구가 가장 먼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00년 묵은 로스터 규정에도 손을 댈지 지켜볼 일이다.

야구공작소
반승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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