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에서 가장 강한 고등학교 야구팀은 없다? 미국 고교야구 이야기 – 1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

제목을 보고 이 글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은 어떻게 저런 도발적인 말을 할 수 있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필자가 거주 중인 미주리주의 고교야구에서는 주 내 단 하나의 최강 학교를 가리는 경기를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 해 가장 강력한 여섯 팀은 탄생하게 된다. 왜냐면 미주리주 고교야구 시스템은 모든 고등학교를 클래스(Class)라 부르는 여섯 그룹으로 분류한 상태에서 한 시즌을 치르기 때문이다. 매년 시즌 개막일, 미주리주 내 각지에 있는 고등학교 야구팀은 재학생 숫자에 따라 클래스를 부여받는다. 클래스는 2021년부터 여섯 개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각 학교는 디스트릭트(District)라는 하위 집단을 배정받는다. 디스트릭트는 긴 거리 원정을 방지하기 위해 거리가 가까운 학교끼리 묶이게 된다. 미국 고교야구는 평일 방과 후에 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걸려도 편도 1시간 내외에 있는 팀과 경기를 치른다. 디스트릭트에는 5~8개 학교가 속한다. 클래스 1~4에는 디스트릭트가 16개, 클래스 5~6에는 8개의 디스트릭트가 있다. 

<2021-2022 미주리주 고교야구 클래스 3 디스트릭트 배정표>

미주리주 고교야구는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으로 나뉜다. 정규 시즌은 9주 동안 진행된다.  2023년 시즌의 경우, 각 학교는 3월 17일 개막전을 치를 수 있으며, 5월 12일부터 포스트시즌이 시작하기에 이전까지를 보통 정규 시즌이라 부른다. 이후 6월 첫째 주까지 포스트시즌이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포스트시즌을 먼저 설명하자면 미주리주 고교야구의 포스트시즌은 클래스와 디스트릭트 내 학교가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모두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제로 치러지기에 한 경기 지는 순간 그 해의 학교 야구는 끝난다. 먼저 디스트릭트 내의 최강팀을 가리는 디스트릭트 토너먼트(District Tournament)가 열린다. 최대 8개 학교가 경쟁하는 작은 규모의 토너먼트지만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며, 우승팀은 학교 야구장 벽면에 우승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 디스트릭트 토너먼트 구조1 >

디스트릭트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학교는 클래스 내 다른 디스트릭트 우승팀들이 모이는 스테이트 토너먼트(State Tournament)에 출전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디스트릭트는 인근 학교들의 모임이기에 이동 거리가 길지 않지만, 이제는 디스트릭트 우승팀끼리 맞붙기 때문에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종종 2~3시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행히도 스테이트 토너먼트가 열리는 시점에는 모든 학교가 종업식을 마친 다음이기에 학생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각 클래스에 있는 디스트릭스 숫자에 따라 스테이트 토너먼트는 16개 혹은 8개 팀이 맞붙는다. 16강과 8강을 치른 후에는 중립 구장으로 옮겨서 미주리주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을 달고 준결승, 3·4위전, 결승전을 치른다. 클래스가 여섯 개니까 주 전체에서 24개의 팀이 미주리주 챔피언십에 나서는 셈이다.

MSHSAA는 미주리주 챔피언십 전 경기를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 MSHSAA TV를 통해 생중계한다. 2023년 미주리주 챔피언십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Ozark)로 알려진 도시 오자크(Ozark)의 유에스볼파크(US Ballpark)에서 열린다.

< MSHSAA TV 홈페이지 >

정규 시즌은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네 가지 정도의 특징이 있다. 첫째, 학교 사정에 따라 각 학교는 원하는 만큼 경기 일정을 꾸릴 수 있다. 학교 내 좋은 야구장과 방수포가 갖춰져 있고 팀의 로스터가 탄탄한 팀이라면, 날씨가 허락한다는 가정 아래 보통 9주 동안 40경기 내외로 정규 시즌을 보낸다. 그러나 공설 야구장을 활용하거나 선수층이 얇은 학교라면 한 시즌에 많으면 25경기 정도 치른다. 즉, 학교마다 한 시즌에 치르는 경기 숫자가 제각각이다. 

< 내야를 모두 덮을 수 있는 방수포가 있는 학교는 다음 날 날씨가 맑다면 경기를 치를 수 있다 >

둘째,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는 만큼, 같은 클래스나 디스트릭트에 속하지 않은 학교와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학교에 근무하는 체육부장(Athletic Director)들은 서로 원하는 상대를 찾아 경기 일정을 짜고 MSHSAA에 통지하면 된다. 정규 시즌 중간에 뜻이 맞는 학교끼리 모여서 자체 토너먼트를 조직할 수도 있고, 심지어 다른 주 학교를 초청해 경기를 치러도 공식 경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두 특징을 종합하자면, 미주리주 고교야구의 정규 시즌은 한국 고교야구 주말리그처럼 리그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정규 시즌의 성적은 추후 열리는 디스트릭트 토너먼트에 몇 번째 시드로 들어가는지 결정하는 요소이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디스트릭트 내 팀과 한 번도 맞붙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즌을 보낼 수도 있고 상대를 골라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에 단순하게 정규 시즌 성적만 보고서는 강팀인지 약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학교가 디스트릭트 내에서 가장 우수한 정규 시즌 성적을 기록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명예와 상은 없다. 어떻게 보면 정규 시즌 경기는 포스트시즌을 위한 연습경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한 학교가 맞붙고, 심지어 지역 내 라이벌 학교들이 서로와 일정을 잡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기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2021-2022 클래스 6 디스트릭트 1 정규 시즌 성적표2 >

마지막으로 정규 시즌에는 각 학교의 대표팀(Varsity)뿐만이 아니라 2군(Junior Varsity) 혹은 3군(Freshmen) 경기도 진행된다. 학교 야구부의 규모와 학교에 갖춰진 인프라에 따라서 각 학교는 대표팀 외 2군과 3군 운영을 병행한다. 저학년 혹은 다소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출전하는 2군과 3군 경기는 학생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미래 자원을 육성하기 위해 진행된다. 경기 시간 제한 없이 7이닝을 모두 채워야 경기가 끝나는 대표팀 경기와 달리 2군과 3군 경기는 2시간 제한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대표팀과 같은 규칙을 사용해 경기를 진행한다.

경기는 공식야구규칙(OBR)이 아닌 미국고등학교체육연맹(NFHS)이 제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NFHS가 제정한 규칙은 OBR과 대부분 유사하지만, 학생 스포츠가 온전한 기능을 펼치고 학생 스포츠에서만 배울 수 있는 가치관이 학생 선수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더 많은 학생 선수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명 주자(Courtesy Runners), 재출장 규칙(Re-entry Rule) 등이 존재하며, 학생의 인성 교육과 안전을 위해 스포츠맨십 항목과 사용 장비 부분이 상당히 강조된 편이다. 

각 경기에는 MSHSAA 공인한 심판이 배정된다. 일반적으로는 2심제로 진행되지만, 심판이 부족한 경우 2군과 3군 경기는 1심제로 진행될 수도 있다. 미주리주 챔피언십의 경우 4심제로 진행된다. MSHSAA 공인 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MSHSAA에 가입 신청을 한 후, 범죄경력과 이해관계 충돌 여부를 검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이해관계 충돌 여부란 심판원이 어떤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혹은 현재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들을 통과하게 된다면 이후 NFHS 규칙에 대한 시험을 봐야 한다. 최초 등록할 때 보는 Part 1 Test와 매년 1회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Part 2 Test를 통과해야 하며, 1~3년 차 심판은 MSHSAA가 공인한 심판 메카닉 클리닉을 최소 3회 참가해야만 MSHSAA 공인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다.   

< MSHSAA 심판 등록 화면 >

이상 미주리주에서 어떤 방식으로 고교야구가 진행되는지를 설명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진행되는 한국 고교야구와 달리 미주리주에서는 봄에만 고교야구가 펼쳐진다. 한국 고교야구가 주말리그와 전국 단위 토너먼트로 운영된다면, 미주리주 고교야구는 9주간의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으로 이뤄져 있다. 비록 야구 시즌이 한국 고교야구 시즌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짧지만, 미주리주에 소재한 고등학교가 1년에 치르는 경기 숫자는 적으면 25, 많으면 45경기 전후로 상당히 많다. 한창 시즌 중에는 마치 프로야구 선수들이 경기하듯이 쉬는 날보다 경기하는 날이 더 많다.  

앞서 첫 번째 문단에서 ‘미주리주 고교야구 최강팀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현듯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클래스를 우승한 6개 팀끼리 토너먼트를 추가로 진행하면 한 해의 최강 학교를 가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MSHSAA에 직접 왜 클래스 우승팀끼리 경기를 하지 않냐고 질문을 했다. 메일을 보낸 후 하루가 지난 후, MSHSAA로부터 답신이 왔다. 이 부분에 대해 여태껏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었다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의아하며, 1년 주에서 가장 강력한 팀을 가려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미주리주에서 가장 강한 고등학교 야구팀은 없다? 미국 고교야구 이야기 – 1

참고 = MSHSAA TV, NFHS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홍기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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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2022 클래스 6 디스트릭트 1 토너먼트 대진표
  2. 위에서 설명했듯이 각 학교가 치른 경기 숫자가 다르다.

3 Comments

  1. 제가 사는 Virginia도 같은 시스템입니다. 사립학교들은 사립학교끼리의 리그가 있고, 공립학교들은 학교 크기에 따라 class를 나누고 각 class안에 지역별 디스트릭트가 있습니다. 레귤러 시즌이후 디스트릭 우승팀들끼리 각 class의 챔피언을 뽑는 토너먼트를 벌입니다. 각 클라스별로 주 우승팀이 한팀씩 나오게 되지요.

    • 미주리주는 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모든 학교를 재학생 숫자로만 나눕니다. 이 점을 제외하고는 버지니아주와 방식이 똑같은 것 같습니다.

  2. 제가 사는 Virginia도 같은 시스템입니다. 사립학교들은 사립학교끼리의 리그가 있고, 공립학교들은 학교 크기에 따라 class를 나누고 각 class안에 지역별 디스트릭트가 있습니다. 레귤러 시즌이후 디스트릭 우승팀들끼리 각 class의 챔피언을 뽑는 토너먼트를 벌입니다. 각 클라스별로 주 우승팀이 한팀씩 나오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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