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박지원>
아도니스 메디나 (Adonis Medina), KIA 타이거즈
1996년 12월 18일생 (만 26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85cm 85kg
ML 통산 성적 19경기(2선발) 1승 1패 1세이브 35.1이닝 27K 13BB ERA 5.35
2022시즌 (ML + AAA)
시라큐스 메츠 18경기(2선발) 1승 1세이브 31이닝 33K 17BB ERA 4.65
뉴욕 메츠 14경기(0선발) 1승 1세이브 23.2이닝 17K 6BB ERA 5.28
KIA의 지난 겨울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야수 최대어 나성범을 영입했고, 시즌 도중 예비 FA 포수 박동원을 데려오는 등 많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필사적이었던 KIA의 가을야구는 한 경기로 끝나버렸다. 포수가 약점임에도 박동원을 잔류시키지 못하는 과정에서 팀 내 분위기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과를 동반하지 못한 무모한 전력 보강이었다는 평이 뒤를 이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해서였을까? KIA는 지난해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재계약이 기대됐던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교체했다. 부상과 약물 이력이라는 불안 요소는 있었지만 분명한 강수였다.
2022시즌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성적
션 놀린 21경기 8승 8패 2.47 124이닝 108K 24BB sWAR 3.48
토마스 파노니 3승 4패 2.61 82.2이닝 73K 24BB sWAR 1.90
둘을 대신해 2023년을 책임지게 된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이 아도니스 메디나다. 영입 과정에서 밀워키와 이중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다소 잡음도 있었지만, 무사히 KIA에 합류했다. 부담이 될 법한 전임자의 성적에도 KIA의 제안을 수락하며 KBO리그의 문을 두드린 아도니스 메디나는 어떤 선수인지 살펴보자.
배경
최근 KBO리그에 건너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나이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지만 1996년생으로 올해 만 27세인 메디나는 굉장히 일찍 건너온 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중도 교체된 로니(1996년 1월 12일생) 다음으로 어린 나이다.
메디나는 18세였던 2014년 5월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7만 달러에 국제유망주계약을 맺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계약 직후 도미니카 서머리그에 합류했고 이후 꾸준히 싱글A와 상위 싱글A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았다. 2018년에는 퓨처스 게임에 출전하고 팀의 40인 로스터에 진입하는 등 착실하게 메이저리그 데뷔를 향해 나아갔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23살의 나이로 AA 승격과 동시에 올스타에 선정되는 좋은 시즌을 보냈다. 옥에 티라면 탈삼진의 감소, 볼넷의 증가와 함께 나타난 후반기의 부진(9경기 2승 4패 40.2이닝 6.42)이었다. 성장세가 정체되는 느낌이었다.
코로나19가 빅리그를 강타한 2020년 마이너리그 폐쇄로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지만, 9월 확장 로스터를 통해 드디어 빅리그에 데뷔했다(9.21. vs 토론토 4이닝 2실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메디나의 커리어는 부진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빅리그 데뷔가 꿈이라 느껴질 정도로 AAA에서 선발투수로서 크게 부진(17경기 4승 5패 5.05)했다. 한편 믹 아벨, 앤드류 페인터 등 다음 세대를 위한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도드라지며 팀 내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7번째 시즌을 맞는 메디나에게 구단이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스몰 샘플이지만 2년간의 AAA~ML에서 보인 모습은 특별할 게 없었다. 전형적인 AAAA선수들이 겪는 과정을 답습했다.
2020 MLB 1경기(1선발) 4이닝 4.50 K/9 9.0 BB/9 6.75
2021 AAA 17경기(17선발) 67.2이닝 5.05 K/9 7.32 BB/9 3.46
2021 MLB 4경기(1선발) 7.2이닝 3.52 K/9 7.04 BB/9 4.70
확실한 한계를 드러낸 메디나는 곧장 팀의 계획에서 배제됐다. 지난해에는 지구 라이벌 메츠로 이적해 불펜으로 등판했음에도 여전히 부진했다(14경기 6.08). 그리고 올 시즌 다시 한번 무대를 옮겨 KBO리그의 새내기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스카우팅 리포트
KBO리그로 넘어오는 외국인 투수들에게 가장 관심을 두게 되는 부분은 바로 구속이다. 그 점에서 메디나에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평균 구속 140km/h 중후반의 싱커를 던지며 최고 152~154km/h까지 나온다.
지난 2년간은 대부분 불펜(AAA+ML)으로 등판하며 약 150km/h의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 시 어느 정도의 감소는 예상되지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150km/h 이상의 공을 던진 점을 보면 경쟁력이 있다.
구속에 동반되는 공의 움직임도 좋아 땅볼의 생산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 수비 WAA에서 상위 30명 이내에 들어간 2명의 내야수(박찬호 0.877 – 리그 9위 / 김도영 0.209 – 리그 24위)가 메디나의 땅볼들을 잘 처리해줘야 한다.
주력 구종인 130km/h 초반의 슬라이더는 미국에서도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슬러브와 같은 궤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각을 통해 땅볼을 유도해내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드 피치로는 130km/h 후반의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컨디션이 좋을 때는 타석을 가리지 않고 많은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아직 발전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구종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사 비율을 늘린 커터가 있다. 기록 주체에 따라 슬라이더로 분류하는 곳도 있지만 커터 역시 짧은 변화 각을 통해 범타 유도가 주목적인 구종임을 생각하면 메디나라는 투수의 컨셉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컨트롤의 경우 “well enough” 즉, 충분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AA 이하 473이닝 429탈삼진 156사사구 K/9 8.16 BB/9 2.97
AAA ~ ML 134이닝 115탈삼진 56사사구 K/9 7.73 BB/9 3.76
약점은 선발 경험이다. 프로 커리어 한 시즌 최다 이닝은 겨우 119.2이닝(22선발)이다. 그마저도 6년 전이며 마지막으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시즌도 벌써 4년 전이다. 지난해 AAA와 MLB 무대를 합친 32번의 등판 중 선발 등판은 단 두 번뿐이었다.
미국 무대에서 주로 불펜으로 등판하던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에서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선발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시즌 말미로 갈수록 지치거나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행히 메디나는 지금까지 큰 부상을 겪은 적은 없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아쉬웠던 KIA 입장에서는 메디나의 이닝 소화능력이 신경 쓰일 수 있다. 심지어 핵심 자원인 양현종, 이의리는 모두 WBC 대표팀 소집에 응하며 시즌을 일찍 준비했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는 뜻이다.
마치며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메디나는 결국 빅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나이는 아직 27세로 젊고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한 공을 던진다.
이제 KBO리그는 더 이상 빅리그에서 실패한 유망주들이 찾아오는 하위리그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에릭 테임즈, 조쉬 린드블럼, 크리스 플렉센, 드류 루친스키 등등 적지 않은 숫자의 역수출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메릴 켈리는 빅리그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WBC 미국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다음 WBC에는 메디나가 도미니카 대표팀으로 참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려면 우선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반등할 필요가 있다.
참고 = MiLB.com,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도삼,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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