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호타준족, 세드릭 멀린스

<사진 출처 = NBC SPORTS>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력적인 단신 선수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무키 베츠, 호세 알투베부터 랜디 아로자레나, 아지 알비스까지. 이들은 작은 체구에도 훌륭한 운동 신경과 과감한 타격 기술로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준다.

이들은 작은 체구라는 핸디캡 때문에 많은 사람의 편견을 극복해야 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주전 중견수 세드릭 멀린스 역시 그랬다. 멀린스는 역경을 극복한 과정이 유독 돋보이는 선수이다.



세드릭 멀린스의 성장 과정

세드릭 멀린스는 어린 시절부터 키가 작았다. 그의 키는 173cm인데, 이마저도 대학교 시절 키가 조금 자란 덕이다. 유독 작은 키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마지막 학년에서야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눈에 띄지 않아 대학 야구 최상위리그인 NCAA에 속하는 대학교가 아닌 하위 리그 NCJAA에 해당하는 루이스버그 대학교에 입학했다.1

멀린스 하위 리그에 속했지만 더 노력했고, 고등학교 시절보다 체구가 커지며 NCAA의 디비전 1에 해당하는 캠벨 대학교로 전학에 성공한다. 동시에 루이스버그 재학 당시 우연히 그를 보러 온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다. 이는 향후 멀린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지명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뒤늦은 나이에 꽃을 피운 세드릭 멀린스는 2015년 드래프트 13라운드 전체 403순위로 입단했다. 지명 순위는 낮았지만, 멀린스는 빠르게 구단의 핵심 유망주로 성장했다. 입단 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주전 중견수는 애덤 존스. 2008년부터 11년간 중견수 자리를 지켰던 존스가 멀린스의 자리를 위해 우익수로 옮길 정도로 멀린스는 유망했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만 빠르게 적응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2021시즌 전에 두 가지 변화를 겪는다. 2020시즌 중 크론병을 진단받아 그해 11월 장 수술을 받았고 스위치히터로 타석에 들어서던 그가 왼쪽 타석에만 들어서기 시작했다.



세드릭 멀린스의 전성기

“일단 내가 야구에 대해서 플랜 A라고 마음을 정하면, 플랜 B는 필요 없다. 단지 플랜 A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문제이다.”

세드릭 멀린스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21시즌 전 두 가지 변화를 겪었던 그는 스프링캠프부터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이 시즌은 멀린스에게 잊을 수 없는 시즌이 되었다.

2021시즌 멀린스는 처음으로 159경기에 출장하며 602타석을 소화하는 풀 시즌을 치렀다. 멀린스는 리그 내에서의 상대적인 타격 수준을 볼 수 있는 wRC+에서 136을 기록했다. 평균적인 선수에 비해 36% 높은 생산력을 보인 것이며 좌타자로 한정하면 167명 중 19위였다 (180타석 이상). 이는 팀이 볼티모어로 적을 옮긴 1954년 이후 역대 외야수 중 9번째로 높은 수치다. 게다가 좌투수 상대 wRC+ 역시 60타석 이상 소화한 좌타자 중 92명 중 19위를 차지해 좌투수 상대 약점까지 털어냈다.

또한 30홈런 30도루라는 2012년 이래 메이저리그에서 7번밖에 없었던 기록을 냈다. 30-30은 볼티모어 역사상 최초로 기록됐다. 30도루는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수치,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았는지 나타내는 OAA에서도 상위 3%에 해당하는 10의 수치를 기록했다.

주루와 수비를 합한 6.1의 WAR도 구단 역사상 4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외야수였다. 21세기 기준으로는 6.7의 2008년의 닉 마커키스에 이은 2위의 기록이었다.

이런 활약으로 멀린스는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외야수 실버슬러거를 수상한다. 2016년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리빌딩을 단행하던 볼티모어에게 멀린스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른 유망주들의 성장과 함께 2022시즌에는 후반기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경쟁하며 6년 만의 위닝 시즌을 만들어 냈다.



세드릭 멀린스의 플레이스타일

멀린스의 주루와 수비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인정받았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른 2022시즌 멀린스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상위 20%에 해당한다. 마이너리그에서 5년간 멀린스는 1번의 20도루 시즌과 2번의 30도루 시즌을 만들었다. 수비 능력은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상위 4%에 해당하는 OAA로 증명된다.

타격에서도 잠재력을 가진 선수였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2년 차인 2016년부터 4년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5년간 기록한 119개의 2루타와 26개의 3루타가 그의 장타력을 증명한다.

멀린스가 장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은 높은 뜬공 비율 덕분이다. 2021시즌에 멀린스의 타구 중 플라이볼 비율은 41.1%로 규정타석을 채운 132명의 타자 중 38위였다. 플라이볼을 많이 생성해내기에 작은 체구에도 장타를 칠 수 있는 것이다. 멀린스가 홈런 30개를 친 2021시즌조차 강한 타구 비율(Hard%)은 상위 66%에 불과한 33.2%였다. 순수한 힘이 좋은 타자는 아니다.

멀린스는 정교함이 두드러지는 선수도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통산 7.6%의 BB%는 2022시즌 리그 평균인 8.2%보다 조금 낮다. 타율은 21년의 0.291이 최고로 마이너리그에서조차 2할 중반에서 맴돌았다. 장타가 터지지 않을 때는 평범한 타자가 된다.

그런데도 21년의 성공을 생각하면 22년의 성적은 아쉬웠다. 특히 21년에 반등했던 좌투수 상대 성적이 과거로 회귀했다. 21년, 22년의 히트맵을 대조해보면 22년의 멀린스는 좌투수가 던진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세드릭 멀린스 좌투수 상대 안타/투구 수, 포수 시점. 좌: 2021년, 우: 2022년>

멀린스는 공을 당겨치는 비율이 높은 풀히터라 좌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공에 약할 수밖에 없다. 2021시즌에는 잘 대처했지만, 2022시즌에는 위험성이 그대로 발현됐다. 앞으로 멀린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볼티모어는 선발투수 카일 깁슨, 2루수 아담 프레이저, 불펜투수 마이클 기븐스를 영입했다. 2022시즌의 좋은 성적에도 볼티모어는 아직 “도전!”을 외치지는 않은 상황. 2023시즌 멀린스는 좋은 활약을 보일지, 그리고 볼티모어 역시 동시에 좋은 성적을 거둘지. 21시즌 이후 꾸준히 트레이드설이 나오고 있는 멀린스의 거취도 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참고 =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최준혁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준업,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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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 대학 야구는 NCAA, NAIA, NJCAA의 3개의 조직으로 이뤄진다. NCAA는 대학과 장학금의 규모에서 가장 크고 입학 요건도 까다롭다. NCAA는 3개의 디비전으로 이뤄진다. 특히 디비전 1은 가장 높은 단계로서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지원이 이뤄지며 많은 대학 야구선수들의 꿈이다. NAIA는 소속 대학들의 규모는 작지만, NCAA의 학업 요건이나 타 자격 요건을 맞출 수 없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기에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준다. NCJAA는 지역 2년제 대학으로 이뤄진다. 학업이나 다른 제한이 가장 없어 가장 많은 대학생들이 지원한다. NCAA의 하위 디비전 소속 선수들과 NJCAA 대학 소속 선수들도 2년 후 NCAA 디비전 1에 해당하는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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