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field Jump (2) – 외야수비와 운동 능력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공용>

앞서 Outfield Jump (1)에서는 이대형 vs 이병규라는 주제를 두고 어떤 특성이 외야 수비 지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또한 Burst 능력이 좋은 수비수가 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알아냈다. 그렇다면 ‘외야 수비에서의 가속 능력’과 ‘달리기 속도’는 얼마나 비례할까?

Baseball Savant에서는 Sprint Speed라는 항목을 제공하는데, 이는 선수들이 전력 질주를 할 법한 상황에서 선수별로 제일 빠른 1초 동안의 속도를 평균 낸 항목이다. 즉, 우리가 말하는 최고 속도(소위 사람들이 달리기 속도라 칭하는)와 제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Sprint Speed, OAA, 그리고 Outfield Jump

<Sprint Speed와 Outfield Jump 스탯들 사이의 관계>

위와 같이 선수들의 최고 속도와 외야 수비 스탯들 사이 관계를 조사했다. 그러자 다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Sprint Speed와 Reaction은 거의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Burst는 예상보다는 낮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최초 1.5초 구간이 각 선수의 최고 속도 도달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 유추해볼 수 있다. 반면 어느 정도 속력이 끌어올려진 1.5초부터 3초 사이에는 최고 속도에 도달까지는 못 하지만 어느 정도 근접해졌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또 한 가지는 한 선수의 최고 속도가 그 선수의 외야 수비 능력을 24% 가까이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타구 당 OAA는 Sprint Speed와 0.24의 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앞선 내용과 이를 조합해보면, 최고 속도가 빠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Burst도 높은 경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외야 수비에서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앞선 ‘이병규 vs 이대형’ 글에서도 언급했듯, 3초까지의 구간은 전력 스프린트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주 강한 상관관계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Reaction과 Route 사이의 교환 관계(trade-off)

<Reaction과 Route/Burst 사이의 관계>

지난 1편에서 살펴본 내용으로 Reaction은 타구 당 OAA와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리고 Outfield Jump의 요소들인 Route와 Burst 역시 Reaction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특히 Route와는 강한 상관성을 가졌다. 평균 대비 반응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루트를 똑바로 못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한 개를 취하기 위해서 한 개를 내줘야 하는 관계를 교환 관계(trade-off)라고 부른다. 원인은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타구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당연히 반응 속도는 늦을 것이다. 반면 경로를 최대한 직선으로 따라갈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서 다시 한번 1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편에서 타구 당 OAA는 Reaction과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고, Route와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결국 이 교환 관계에서 우리가 수비력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면 경로를 똑바로 읽는 것보다 첫발을 빨리 떼는 것이 더 좋은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한 Reaction은 Burst와도 약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결국 초반(~1.5초)에 미리 가속하기 위한 예열을 충분히 해 놓으면 그 뒤에도(1.5초~3초) 빠른 가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석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Reaction과 Burst를 정의한 방식도 한몫한다. 1편에서도 서술하였듯, Reaction은 투구 시점에서 1.5초 지난 시점까지 외야수가 이동한 거리로 정의된다. Burst는 1.5초 지난 시점부터 3초까지 이동한 거리로 정의된다. 두 개의 과정이 연속적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이동 거리 간 관련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결과였을 것이다. 대신에 Reaction을 첫 스텝을 뗄 때까지 지난 시간과 그때의 가속도로 정의했다면 이것보다 낮은 상관관계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내야에서 외야로(가설)

보통 수비 능력에 의한 포지션 변화를 꾀할 때, 내야에서 외야로 가는 경우는 흔하지만, 외야에서 내야로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연구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내야수비에서 공을 쫓기 위해서는 빠른 반응속도, 즉 훌륭한 Reaction이 요구되겠다고 생각된다. 체공시간과 뛰는 거리 자체가 짧기 때문에 가속력이 필요하기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판단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내야수가 가진 선수들의 특성은 외야에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야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Burst는 내야 수비에서 도움이 될지 다소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출중한 Reaction을 가진 선수는 다른 외야수들에 비해 출발선이 더 앞으로 당겨져 있다는 것 역시 살펴본 바 있다. 특히 Burst가 동일한 두 선수라면 반응속도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바뀐 선수들의 대부분이 공의 궤적을 잘못 파악해 실수를 범할 때가 많은데, 이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세금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일단 Burst가 높고, 그다음으로 Reaction이 좋은 선수가 더 높은 소득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내야수들의 Reaction이 좋을까? 여기에 대한 자료는 없기 때문에 위의 가설을 통계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없다. 다만, 케이스 스터디는 가능하다.

마이너리그 커리어를 거의 2루수로 쌓았다가 2015년부터 외야 전향했던 오두벨 에레라의 경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Reaction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LA 다저스 시절부터 전천후 유틸리티로 유명했던 키케 에르난데스 역시 보스턴 레드삭스 합류 이후 전업 외야수로 뛰었는데, 2021시즌과 2022시즌에 압도적인 Reaction 1등을 기록했다. 앞의 둘과 반대로 절망적인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다. 2016년 브랜든 드루리와 2018년 리스 호스킨스 모두 내야 출신으로 외야를 많이 소화했는데, 최악의 외야 OAA에도 불구하고 당해 Reaction에서 7위와 11위를 기록했다.

또한 무키 베츠와 같은 사례도 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베츠는 Reaction이 강하고(20위권 이내) 평균보다 낮은 Route를 기록했다. 반면, 2018년 이후(2020년 단축 시즌 제외)에는 Reaction이 중위권(30위권 이하)으로 내려오고 평균 이상의 Route를 기록했다. 한편, 타구 당 OAA는 2016~2017시즌이 제일 높았다는 것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메이저리그 팬이 알다시피 베츠 역시 내야수 출신이다.

또 한 가지 Reaction의 덕목은 연도별로 이어지는 정도가 Burst, Route에 비해 더 높다는 점이다.

<Reaction/Burst/Route의 연도별 상관성>

비록 Burst에 비해 수비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성 자체는 조금 더 떨어지지만, 올해의 뛰어났던 성적이 다음 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Reaction이다. Reaction의 가치를 실제 외야 수비 설명력보다 높게 살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우리가 앞서 한 가정, ‘내야수들의 Reaction이 외야수들에 비해 뛰어날 것’이 맞는다면, 내야수의 외야 전향은 통계학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참고 =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신하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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