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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석,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요?

By 조훈희
2023년 1월 19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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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야구장의 매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신나는 응원, 치맥을 비롯한 먹거리, 경기 관람 등을 꼽을 수 있다. 관중은 각자 선호도에 따라 좌석을 선택한다. 응원을 좋아한다면 응원석, 치맥을 즐기고 싶으면 테이블석, 경기 관람에 집중하고 싶다면 포수 뒤쪽 좌석을 주로 찾는다. 반면 외야석은 뚜렷한 비교 우위가 없다. 따라서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그런데도 쉽게 팔리지 않는다. 외야석을 더 많이 채울 방법이 있을까?

앵커링 효과를 활용하면 다양한 외야석 마케팅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언젠가 사양기에 접어든다. 이럴 때 기업은 혁신의 필요성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레이블링을 새로 하거나, 형태를 바꾸는 전략이 동반되곤 한다. 그렇게 제품과 서비스는 새로 태어난다. 기업은 해당 과정에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다. 그중 하나가 앵커링 효과(정박 효과)다. 외야석 역시 레거시가 오래된 제품이다. 

앵커링 효과란, 어느 한 판단의 기준점이 다른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이 글에서는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는 대상을 ‘타겟’이라고 정의한다. 타겟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앵커’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000킬로미터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 다음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얼마일까?”라는 질문을 덧붙인다고 가정하자. 이때 학생들의 평균 답변은 “8,000킬로미터보다 짧고, 약 5,500킬로미터”였다. 반면 앞선 질문을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00킬로미터보다 짧을까? 길까?”로 바꾸었더니 학생들은 “800킬로미터보다 길며, 약 2,000킬로미터”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첫 번째 질문의 앵커가 두 번째 질문의 답변인 타겟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앵커링 효과, 어떻게 활용할까?

마케팅에서 앵커링 효과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방법은 공통분모가 있는 선택지를 추가하는 것이다. 선택지 간의 비교를 손쉽게 만들기 위함이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는 두 종류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나는 온라인 신문 구독권, 다른 하나는 온라인과 종이 신문의 동시 구독권이었다. 기간은 1년으로 동일했다. 반면 가격은 각각 29.99달러와 69.99달러로 차이가 났다. 당시 종이 신문에 대한 수요는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종이 신문을 무작정 없앨 수 없었다. 종이 신문과 관련된 협력사들의 입장도 헤아려야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서비스(온라인 신문 구독권) 대비 수요도 낮고 가격도 비싼 두 번째 서비스(온라인과 종이 신문의 동시 구독권)를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이코노미스트가 활용한 앵커링 효과 전략>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옵션을 추가했다. 바로 1년 동안 오직 종이 신문만 구독하는 서비스였다. 가격은 69.99달러로 책정했다. 동시 구독권과 가격이 동일한 이유는 동시 구독권에서 온라인 신문이 차지하는 한계 비용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종이 신문 옵션을 추가한 결과 동시 구독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했다. 종이 신문만 구독하는 것과 가격이 같으면서, 온라인 신문의 편리성까지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은 이처럼 판매를 유도하고자 하는 선택지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열등한 선택지를 새로 추가하곤 한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런 방식으로 동시 구독권의 판매를 늘렸다. 새로운 옵션이 앵커(닻)의 역할을 한 것이다. 

 

외야석? 홈런석!

그렇다면 야구단은 앵커링 효과를 활용해 외야석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외야석을 새롭게 레이블링하거나, 좌석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은 마케팅 활동부터 시도하는 편이 안전하다. 따라서 ‘외야석’이라는 명칭을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기존 외야석을 일부 남겨두는 것이다. 새롭게 레이블링을 거친 좌석과 기존 외야석이 공존하게끔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앵커링 효과에 따라 새로운 좌석이 비교 우위를 가진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외야석의 레이블링 방법으로는 크게 홈런 분포를 활용한 네이밍과 외야수를 활용한 네이밍을 꼽을 수 있다. 

외야석 대신 홈런석 내지 홈런 존으로 부르면 어떨까? 외야석은 게임과 동떨어진, 시야가 멀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이름이다. 홈런 타구는 상대적으로 외야석 앞줄에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앞줄 일부만 홈런석으로 명칭을 바꾸어도 된다. 나아가 팀 내 주요 거포들의 타구 방향을 고려해 특별한 이름을 지어도 좋다. 예를 들어,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의 좌/우측 외야석을 각각 황대인/최형우 홈런 존 등으로 네이밍 하는 방식이다. 좌석의 색깔까지 구분한다면 금상첨화다. 

 

<양키 스타디움의 저지스 체임버스>

타자가 아닌 외야수를 활용해 좌석을 네이밍 할 수도 있다. 외야석은 수비하는 외야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좌석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양키 스타디움의 우측 외야석에는 ‘저지스 체임버스’ 구역이 있다. 애런 저지만을 위한 3줄짜리 응원석이다. 

뉴욕 양키스는 저지스 체임버스 티켓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고 있지 않다. 대신 홈 경기마다 18명을 선정해 출입권을 부여한다. 혹은 이벤트 경품으로 내걸거나 지역 재단 및 자선 단체 관계자에게 표를 증정하기도 한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팬들에게 저지스 체임버스는 특별한 외야석이라는 인식을 부여한다.

LA 에인절스 역시 홈구장에 ‘트라웃 팜’을 마련하고 있다.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의 전용 응원석이다. 마찬가지로 고척돔 중앙 외야석을 ‘정후 존’으로 이름 붙이면 어떨까? 해당 좌석에 앉은 팬은 이정후가 포구를 마치고 던져주는 공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보다 다양한 좌석으로

기업의 여력이 된다면 새로운 레이블링을 넘어 좌석의 형태를 변경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기존 외야석을 일부 남겨두고 새로운 좌석을 추가할 수 있다. 이때 구단은 외야석보다 열등한 좌석을 추가할 수도, 우월한 좌석을 신설할 수도 있다. 선택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타겟’과 비교 수단인 ‘앵커’는 달라진다.

첫 번째 대안은 외야석보다 열등한 좌석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탠딩석이 있다. 스탠딩석을 운영하는 야구장은 이미 존재한다. 양키 스타디움과 팬웨이파크는 내외야 일부에 스탠딩 존을 마련하고 있다. 긴 테이블도 설치되어 있어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스탠딩 존을 마련하면 스탠딩석을 앵커로 삼아 타겟인 외야석 판매 촉진을 도모할 수 있다. 

<양키 스타디움의 스탠딩 룸>

세이프 스탠딩석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세이프 스탠딩 좌석은 관객의 자유도와 안전 측면에서 기존 외야석보다 우월한 옵션이다. 좌석의 경사가 높기 때문에 일어나서 응원을 해도 앉아있는 뒷사람의 시야가 방해받지 않는다. 또한 앞에 바가 설치되어 있어 관중들끼리 부딪히거나 떨어지는 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유용하다. 관객들 사이의 이동이 빨라져 입장 및 퇴장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리그의 일부 구단은 2022/23시즌부터 세이프 스탠딩석을 운영하고 있다. 

<파일럿 테스트 중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

스탠딩석과 기존 외야석, 세이프 스탠딩석을 혼합해 외야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그럴 경우 외야석도 내야석처럼 구분된 형태를 띠게 된다.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현재 대부분의 구장은 내야석을 세밀하게 구분해 범주화하고 있다. 반면 외야석은 한 단위로 묶어 놓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는 단일 대안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적은 수의 범주화는 외야석 전체에 대한 열등한 이미지를 부각한다. 외야석도 내야석처럼 체계적으로 구분한다면 앵커링 효과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지금의 외야석은 계륵 같은 존재다. 팬들의 구매력이 올라가면서 조금 비싸도 좋은 좌석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새 외야석은 없애자니 아깝고, 놔두자니 안 팔리는 좌석이 되었다. 앞으로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외야석의 인식을 개선하고, 판매를 촉진하려는 움직임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야구공작소 조훈희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오연우,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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