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표, 이름만 보면 안됩니다

야구와 야구 지표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오래된 야구의 역사만큼 많은 야구 지표가 있고 각 지표들의 의미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지표의 이름과 실제 의미에 차이가 있어 지표가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그 예시들을 살펴보자.

 

장타율

장타율을 이야기하기 전에 장타력을 정의하려고 한다. 장타력은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이다. 같은 개수의 안타를 치더라도 장타의 비율이 높은 타자들이 있다. 그런 타자들이 장타력이 좋은 타자들이다. 안타 중 장타의 비율이 떨어지는 타자들은 장타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영어 Slugging Percentage를 직역한 스탯인 장타율은 타자의 장타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다. 때문에 장타율이 높아진 선수에게는 장타력의 향상이, 낮아진 선수에겐 장타력의 하락이 주장되곤 한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장타율이 높은 선수는 정말 장타력이 뛰어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장타율의 계산 과정을 살펴보자. 장타율은 (1루타 수×1+2루타 수×2+3루타 수×3+홈런 수×4)/타수로 계산한다. 장타에 포함되지 않는 1루타가 장타율의 계산 과정에는 포함된다. 이로 인해 선수의 장타력이 감소하거나 변함이 없더라도 단타 개수가 증가한다면 장타율은 높아질 수 있다.

<피렐라의 성적>

첫 번째 예시는 삼성 라이온즈의 피렐라이다. 작년보다 성적이 좋아진 피렐라의 장타율은 7푼 상승했다. 하지만 이를 ‘피렐라의 장타력이 좋아졌다’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타율은 증가했지만 안타 중 장타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피렐라의 장타율이 증가한 이유에는 크게 증가한 타율의 영향이 크다. 또 다른 예시인 기아 타이거즈 나성범의 성적을 보자.

<나성범의 성적>

나성범의 2루타와 3루타가 각각 10개와 1개가 증가했지만 홈런은 12개 감소했다. 또한 안타 중 장타의 비율도 감소했다. 하지만 장타율은 단 1리 밖에 줄지 않았는데, 타율이 작년에 비해 3푼 9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타율과 출루율의 대소 비교가 있다. 

 

타율과 출루율

타율은 타자가 안타가 칠 확률을 의미한다. 그리고 출루율은 타자가 출루할 확률을 의미한다. 안타를 친다는 것은 출루에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안타 외에도 볼넷과 사구 등으로 출루에 성공할 수 있다. 때문에 항상 출루율이 타율보다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위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두 지표의 계산 과정에 있다. 타율은 ‘안타/타수’로 계산된다. 하지만 출루율은 ‘안타+볼넷+몸에 맞은 공/타수+볼넷+몸에 맞은 공+희생플라이’로 계산된다. 희생플라이가 출루율을 구하는 공식의 분모에 추가된다.

그래서 이런 가정을 할 수 있다. A라는 선수가 30타석에 들어서서 10타수 3안타 3볼넷과 17개의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의 타율은 3/10 = 0.300이다. 하지만 A의 출루율은 6/30 = 0.200이다. 즉 출루율이 타율보다 작아졌다.

물론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쯤 상상해 볼 수 있는 예시다.

 

xFIP

스탯캐스트의 등장으로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가 측정되며 타구의 질에 대한 수치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트래킹 데이터가 고려되어 만들어진 지표들의 앞에는 주로 ‘기대되는’이라는 뜻의 영어 ‘expected’의 알파벳 x가 붙는다.

대표적으로 xwOBA가 xERA가 있다. wOBA가 타자의 실제 타석 결과들에 가중치를 더하여 평가했다면 xwOBA는 타자가 친 공의 타구 속도, 각도, 타자의 주력과 타구의 유형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wOBA 스케일로 계산한다.

xERA 역시 마찬가지이다. 투수가 허용한 표면적인 기록을 통해 계산된 ERA대신 투수의 피xwOBA가 ERA 스케일로 환산된 값이 xERA다.

때문에 x가 붙은 또 다른 스탯인 xFIP 역시 기존의 FIP에 타구의 질적 요소가 추가된 스탯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붙은 x는 위의 예시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FIP에 붙는 x는 트래킹 데이터로 인해 추정되었다는 뜻의 x가 아니다. 홈런의 발생 빈도를 이론적으로 계산했다는 뜻의 x다. 홈런에는 구장의 크기나 바람, 고도 등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지표가 xFIP다. FIP는 투수의 피홈런 수를 그대로 반영하지만 xFIP는 고정된 홈런/플라이볼 비율을 통해 나온 이론적인 피홈런 수를 반영하여 계산된다. 

 

야구 지표를 통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많다. 그 속에서 지표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 번쯤은 뜻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표들의 계산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기록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야구공작소 최민석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오주승, 오연우,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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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간과했던 부분입니다.야구의 지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겠네요.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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