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야구는 도루에서 멀어져갔다. 세이버 메트리션인 빌 제임스는 “성공률이 70%를 넘지 못한다면 도루하지 말라”고 했다. 제임스뿐 아니라 세이버 메트리션들은 대부분 도루에 부정적이었다. 뛰다 아웃을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비하면 득점 기여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도하더라도 성공률을 따지라고 요구했다. 부상 위험도가 높은 것도 문제였다. 프로 구단 입장에서 도루는 득보다 실이 많은 행위였다.
장타의 증가는 메이저리그(MLB)와 도루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2015년 MLB에 타구 추적 시스템인 스탯캐스트가 도입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플라이볼 혁명’이 찾아왔다.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홈런을 쳐내고 더 많은 득점을 만들었다. 뒤 타자가 장타를 만들 수 있다면, 앞 타자가 2루를 훔쳐야 할 필요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루의 득점 가치가 낮아진 이유다. 플라이볼 혁명이 이뤄진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MLB의 기대 득점표를 살펴보면 도루 등 주자 진루의 손익 분기점은 제임스가 주장한 70%가 아닌 71.4%였다.
도루의 가치가 하락하고 도루 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MLB 사무국은 재밌는 시도를 준비 중이다. 2023년부터는 피치 클락이 도입되어 투수는 주자가 없는 경우엔 15초,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20초 안에 투구를 시작해야 한다. 또 변의 길이가 15인치(38.1㎝)인 정사각형 베이스를 18인치(45.72㎝)로 늘린다. 타석당 견제구 혹은 투수 판에서 발을 빼는 횟수는 2번으로 제한된다.
이는 도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다. 피치 클락으로 인해 투수는 주자를 신경 쓸 시간이 부족해졌다. 베이스 크기를 늘릴 시 각 루 간의 간격이 4.5인치(11.43㎝) 줄어들고 리드 폭이 늘며 베이스를 오버해서 슬라이딩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 견제 제한으로 인해 주자는 투수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도루 장려가 정말로 도루 증가를 가져올까? 사무국은 위 제도를 2021년 마이너리그 각 레벨에 먼저 실험했다. 트리플A에서는 베이스 크기를 늘렸고 상위 싱글A에서는 투수가 투수 판을 밟은 채 견제구를 던질 수 없게 했으며 하위 싱글A에서는 타석당 견제구를 2개만 허용했다. 이어 올해 트리플A에서는 기존의 베이스 크기 확대, 견제 횟수 제한과 함께 피치 클락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2022년 트리플A 경기당 도루 횟수가 2021년 0.95개에서 1.18개로 증가했다. 도루 성공률 역시 75.62%에서 78.47%로 증가했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트리플A 사례를 통해 내년 MLB에서 도루가 증가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도루 시도가 많아지고 성공도 많이 한다면 도루의 손익 분기점에 변화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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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