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안전, 이대로 괜찮을까요?

부상(負傷). 운동선수에게 가장 치명적이며 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 선수들은 늘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야구의 경우 타 스포츠와는 조금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야구공’의 존재 때문이다.

공을 가지고 경기를 펼치는 스포츠는 흔하지만, 그 ‘공’이 선수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존재인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다. 이는 야구공이 다른 구기 종목에서 사용되는 공들에 비해 대단히 딱딱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서다.

야구공에는 와인 마개에 쓰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코르크가 주재료로 사용된다. 기존의 야구공은 고무로만 이뤄져 물렁했으나, 반발력을 높이기 위해 코르크를 사용하며 지금처럼 단단해졌다. 이는 곧 극단적인 투고타저였던 데드볼 시대에서 지금과 같은 라이브볼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게 된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난 장타와 홈런은 야구의 보는 맛을 더해주었지만 동시에 커다란 안전 문제를 수반하게 됐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야구계에 안전 규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결국 1920년 8월 16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 내야수 레이 채프먼(1891~1920)이 야구공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 골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공과 관련된 여러 사건사고들이 발생했고, 1971년이 되어서야 사무국은 모든 선수들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다.

타자들뿐만 아니라 1, 3루 주루코치들 또한 경기 중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하고 있다. 이 역시 레이 채프먼의 사례와 비슷하게 두산에서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마이크 쿨바(1972~2007)가 마이너리그 주루 코치 시절인 2007년 경기 중 1루 강습 파울타구에 머리를 맞고 사망한 이후부터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투수들은 어떠할까?

그렇다면 투수들은 얼마나 야구공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을까? 이는 처음 야구가 생긴 시점의 위험도와 거의 다르지 않다. 똑같이 18.44m라는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투수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셈이다.

타자들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투수들 역시 과거부터 공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곤 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 7월 10일, 쌍방울과 한화의 경기 중 장종훈 타자가 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에 투수 김원형이 안면을 직격으로 맞아 중상을 입었던 적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 자이언츠 이승헌이 정진호의 타구에 머리를 맞아 팬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MLB에서도 근래 들어 투수들이 타구에 머리를 맞아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는 분명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는 타구 스피드와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신체적, 기술적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타자들의 타구 스피드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다. 스탯캐스트 시대 이전의 기록들을 확인할 수 없기에 정확한 타구 스피드 비교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타구 관련 지표들에서는 어느정도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투수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보호장비는 헬멧이다. 실제로 MLB에서도 몇몇 선수가 투수용 헬멧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이승헌 또한 헬멧은 아니지만 헤드샷 부상 이후 패드를 덧댄 특수 모자를 착용하였다.

(이승헌이 부상 이후 사용한 특수 모자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단, 현 시점에서 전체 프로 투수들을 대상으로 헬멧이나 특수 모자의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KT 이강철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투수는 예민하기 때문에 보호장비를 쓰고 던지기 어려울 것이다. 글러브 무게에도 신경쓰는 게 투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투수들은 작은 거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물며 일반 캡 모자에 비해 무게가 더 나가는 특수 모자 착용을 요구한다면 이에 대한 선수들의 반발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들로부터 선택받은 검투사 헬멧조차도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베테랑 선수들 중에서는 이질감을 호소하며 사용을 꺼리는 선수들이 꽤나 많다.

(2022시즌 KBO에서 최소 1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함)

* 해당 자료는 KBO 홈페이지에서 1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을 쭉 리스트업 한 다음, 올시즌 경기 영상이나 사진 등을 찾아가며 수집한 점 알려드립니다.

이는 1군에서 뛴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다.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은 퓨처스리그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검투사 헬멧 착용자의 평균 나이는 더욱 어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법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지는 것뿐이다.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혹은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선수들에 한해서 특수 모자 착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나이가 들어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면 첫 번째 특수 모자 착용 의무화 세대가 된다. 세월이 더 흐르고 나면 언젠가 모든 프로야구 투수들이 특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게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투수쪽에서 제2의 레이 채프먼과 마이크 쿨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괜찮았기에 앞으로도 그럴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그제서야 뒤늦게 대응책을 마련하는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충분히 경험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야구를 위한 재고가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야구공작소 정세윤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희원,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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