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으로 부족하면 4명으로

(사진출처: 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야구에서 포수를 제외한 수비수는 반드시 페어 지역 내에서 수비에 임해야 한다. 다시 말해, 페어 지역 내에 수비수가 위치한다면 어디든 상관없이 수비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구단은 상대 타자와 상황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수비 시프트 전술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활용하고 있다.

<MLB 시즌별 수비 시프트 사용 비중2022년9월12일 기준>

*BABIP – 인플레이타구 안타비율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수비 시프트의 사용 비율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특히 2022시즌 좌타자의 타석 절반 이상에서 사용된 수비 시프트는 좌타자의 BABIP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2022 시즌을 앞두고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향후 수비 시프트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에 합의를 마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검증된 수비 시프트는 여전히 많은 구단에서 활용되고 있다.

 

파격적인 4인 외야 시프트의 등장

 <토론토 블루 제이스의 4인 외야 시프트 포지션>

*2루수 에스피날이 외야로 이동한 모습이다.

(사진출처: MLB.com)

MLB PBP 데이터에 따르면 내야의 수비 형태를 3가지(Standard, Infield shift, Strategic), 외야의 수비 형태를 4가지(Standard, Strategic, 4th Outfielder, Three OF on One Side of 2B)로 구분하고 있다. 보통 중계 화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비 시프트의 형태는 12루 혹은 23루간에 수비수를 3명 이상 배치하는 내야 시프트(Infield Shift)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야에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내야수 1명을 외야로 보내면서 외야수를 4명 배치하는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MLB 시즌별 4인 외야 시프트 적용 타석 수2022년9월12일 기준>

위의 표에 따르면, MLB에서 4인 외야 시프트의 사용 빈도는 수비 시프트의 사용 비율과 마찬가지로 시즌을 거듭하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어떠한 전술적인 목적과 효과가 있을까?

 

4인 외야 시프트에 담긴 전술적 목적은?

<2022시즌 4인 외야 시프트 적용을 많이 받은 타자들의 타격 지표2022년9월12일 기준>

4인 외야 시프트의 표적이 된 타자들은 대부분 뜬공을 많이 생산하고 장타력이 리그 평균 이상인 타자들이었다. 즉, 외야로 나가는 장타성 타구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는 타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앤써니 리조(좌)와 조이 갈로(우)의 스프레이 차트>

위의 그림은 4인 외야 시프트의 주 표적이 된 앤써니 리조와 조이 갈로의 스프레이 차트이다. 상대 외야수가 정상 수비 위치에 있었을 때,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우익 선상(그림의 빨간 원)으로 95 MPH 이상의 타구를 많이 생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타자들을 상대로 4인 외야 시프트를 적용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전술적 목적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외야에 수비수를 1명 더 배치하면 수비수 각자가 분담하는 외야 수비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수비수가 느끼는 수비의 부담을 줄여 외야로 나가는 뜬공이나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BABIP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예상할 수 있다.

둘째, 투고 타저 시즌이 이어지면서 장타와 득점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점 억제를 위해 홈런을 제외한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단타로 억제하여 실점 가능성을 낮추려는 의도를 예상할 수 있다.

 

4인 외야 시프트의 효과는?

<2022시즌 4인 외야 시프트 적용시 타격결과2022년9월12일 기준>

< 2022시즌 4인 외야 시프트 10타석 이상 타자들의 타격 지표 평균치2022년9월12일 기준>

*순장타율 –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값으로, 타자의 장타 능력을 잘 설명하는 지표이다.

그렇다면 4인 외야 시프트는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앞서 언급했던 전술적인 의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로 외야수가 각자 분담하는 수비 범위를 줄여 외야로 나가는 타구의 BABIP 억제를 기대했다.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4인 외야 시프트 적용 시 BABIP는 0.333이었다. 반면 4인 외야 시프트를 10타석 이상 적용받은 타자들의 2022시즌 BABIP의 평균치는 0.271로, 4인 외야 시프트 적용 시에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내야에 위치한 수비수를 외야로 보내면서 좁아진 내야의 수비 범위가 오히려 더 많은 안타 허용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장타성 타구를 단타로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장타 억제 효과는 있었을까?

4인 외야 시프트가 적용 시 순장타율은 0.191이었다. 한편 4인 외야 시프트를 10타석 이상 적용받은 타자들의 2022시즌 순장타율의 평균치는 0.262로 4인 외야 시프트 적용을 통해 기대한 장타 억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하면, 통상적으로 수비 시프트 사용을 통해 기대하는 BABIP 억제의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나, 장타성 타구를 단타로 억제하는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비 시프트와의 작별을 앞두고

<2022시즌 팀별 수비 시 4인 외야 시프트 적용 타석2022년9월12일 기준>

4인 외야 시프트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 타석 중 적용된 타석이 적을뿐더러 많은 팀에 널리 보편화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4인 외야 시프트는 팀의 수비 능력을 감안하여 특정 팀에 편중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4인 외야 시프트는 개성과 팀 색깔이 담긴 전술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4인 외야 시프트를 비롯한 극단적인 형태의 수비 시프트를 볼 수 없게 된다. 한국 시각으로 9월 10일 MLB 사무국은 2023년부터 도입될 규칙 변경안에 수비 시프트 금지를 최종적으로 포함시켰다.

수비 시프트가 금지된 이유 중 하나는 BABIP의 감소이다. 수비 시프트로 인해 좌타자의 BABIP이 감소하여 플레이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잘 맞은 타구는 아웃이 되고 오히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면서 일각에서는 수비 시프트가 야구의 흥미를 줄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수비 시프트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필자는 수비 시프트가 정해진 규칙안에서 이루어지는 전술의 일종이고, 현장의 감과 프런트의 전력 분석을 결합하는 매개체로써 팀이 가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MLB 사무국의 수비 시프트 금지 결정은 오히려 야구의 정통성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비 시프트 금지가 과연 실효성이 나타날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요소가 되겠지만, 수비 시프트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수비 전술이 야구가 가진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에게 수비 시프트와의 작별은 더욱 아쉽다.

 

참고-FanGraphs, MLB.com

야구공작소 김경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오석하,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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