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클리어링은 범죄일까 아닐까

‘벤치 클리어링’이란, 양 팀 선수단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선수들이 싸우는 걸 말한다. 선수가 모두 뛰쳐나가는 바람에 벤치(Bench)가 비워지는 것(Clearing)을 의미한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와 토트넘 경기에서 일어난 벤치 클리어링이 화제였다.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은 경기 후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과 악수하며 손을 놓아주지 않고 폭언했다. 두 감독이 몸싸움을 했다. 두 팀 선수들도 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고, 주심은 두 감독을 모두 퇴장시켰다.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면 양쪽 선수들이 폭언, 몸싸움(폭행)을 한다. 만약 경기장 밖에서 이러한 일이 있다면 ‘패싸움’으로 표현될 것이다. 법률상으로는 어떨까.

욕설·폭언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 몸싸움은 폭행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죄를 저지를 경우, 「형법」의 특별 법률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력행위처벌법)」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프로야구라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야구는 야구공이나 배트를 휴대하는 만큼, 이러한 몸싸움이 특수폭행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폭행치상죄도 해당할 수 있다. 처음부터 상해의 고의가 있었을 경우 상해죄 역시 고려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떠한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행 법령이 인정하는 ‘범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바로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능력’의 각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벤치 클리어링은 이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을 고려하는 단계에서 변수가 발생한다.

구성요건해당성이란 어떤 구체적인 행위가 법률에 규정된 요건을 실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행죄의 구성요건은 ‘사람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하는 것’이다. 위법성이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형법은 정당행위(제20조), 정당방위(제21조), 긴급피난(제22조), 자구행위(제23조), 피해자의 승낙(제24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범죄의 위기에 처한 사람이 가해자를 밀치고 벗어난 경우, 밀치는 행위 자체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방위이기에 위법하지 않다.

벤치 클리어링은 선수들에게 예상 범주 내의 상황이다. 즉 야구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인식된다. 이는 ‘정당행위’ 중 업무상의 행위 내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요소다. ‘피해자의 승낙’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실제 벤치 클리어링에 참여한 선수들 사이에 고소·고발이 없는 것도 이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벤치 클리어링 중에 이러한 정도를 넘어선 폭행, 배트 등 도구를 이용, 고의적인 폭행과 상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

종합하면 각 팀의 선수들이 예상하고 감내할 수 있는 벤치 클리어링이라면 모욕죄·명예훼손죄·폭행죄(특수폭행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위법하지는 않아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KBO리그 규정에 있는 ‘벌칙내규’에 따라 제재를 받는 것은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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