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위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태평양 너머 있는 동양 리그가 아니라 이제는 메이저리그로 선수들을 진출시키는 리그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김하성, 류현진 등 KBO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로 넘어왔다. 물론 한국인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5년간 에이스 역할을 한 브룩스 레일리를 포함하여 2020시즌에 강속구와 커브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한 크리스 플렉센 그리고 2019시즌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 지금까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투수로 뛰고 있는 메릴 켈리가 그렇다.
이 중 메릴 켈리는 KBO리그의 역수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앞서 레일리나 플렉센의 경우 빅리그에서 뛴 이력이 있다. 하지만 켈리는 이와 다르게 빅리그 경력 없이 마이너리그에서만 활동한 유형이다. 이후 KBO에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활약을 했고 2019시즌에 애리조나와 2+2년 최대 1,450만 달러로 계약하며 미국으로 돌아왔다.
켈리는 애리조나에 합류한 이후에 선발투수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KBO리그에서 뛴 4시즌 동안 규정이닝을 채웠고 2016시즌의 경우 200이닝을 소화했다. 메이저리그에 와서도 이 특징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4시즌을 소화하면서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 종료한 2020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평균 6이닝에 가깝게 소화했다. 작년과 올해 시즌엔 팀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할 만큼 꾸준하게 등판했다.
물론 이닝 소화 능력과 별개로 달라진 점도 존재한다. 기록에서 나타나듯이 이번 시즌 켈리의 피OPS가 지난 시즌에 비해 0.130 이상 낮아졌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출루 허용(2021: 0.315, 2022: 0.287)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장타에서 차이(2021: 0.433, 2022: 0.322)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피장타율은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피장타율(커리어 평균: 0.410)을 나타내고 있다. 켈리의 피장타율이 줄어든 것은 피홈런에 따른 영향으로 판단된다. 빅리그에 있던 4년 동안 1을 넘겼던 9이닝당 홈런(HR/9)이 올해는 0.52로 지난 시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장타를 덜 내줬기 때문에 켈리의 성적도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이다. 지난 시즌과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준 켈리. 과연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는가?
1. 포심, 싱커 Down & 커터 Up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지난 시즌에 비해 켈리의 포심과 싱커의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포심의 구사율은 메이저리그에 처음 입성했던 2019시즌 37.3%를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 32%, 현재 29.3%까지 줄었다. 이와 더불어 싱커의 비율 역시 18.4%에서 16.6%로 줄었다. 하지만 패스트볼의 구사율이 줄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켈리의 패스트볼 구사율은 카운트로 나누어 보았을 때 그 변화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난 시즌까지 켈리는 패스트볼을 주로 초구에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좋지 않았다. 포심과 싱커의 피장타율이 각각 0.598과 0.410으로 구종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싱커의 경우 초구 피장타율이 0.682로 2볼-1스트라이크 상황(피장타율 : 0.833)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켈리는 포심과 싱커로 허용하는 장타를 줄이고자 다른 구종을 활용했다.
켈리가 포심과 싱커의 비율을 줄이고 대신 비율을 높인 구종은 바로 커터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커터를 던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구에 던진 커터의 비율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구사율이 9.8%였다면 이번 시즌엔 21.0%로 10% 이상 올렸다. 켈리가 커터를 활용하면서 나타난 결과는 아래와 같다. 먼저 2할대 중반이었던 피안타율은 1할 밑으로 내려갔고 장타율 역시 1할대 초반을 기록하며 포심과 싱커를 던졌을 때보단 좋은 결과를 냈다.
2. 커브 Down & 체인지업 Up
커브는 이번 시즌 패스트볼과 같이 비율이 줄어든 구종 중 하나이다. 켈리는 커브를 주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주로 던졌다. 하지만 올해는 유리한 카운트가 아닌 초구에 주로 던졌다. 대신 커브가 줄어든 부분은 체인지업으로 대체했다.
켈리가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늘린 이유는 타자의 밸런스를 흐트리기 위한 것이다. 애리조나의 투수코치인 브렌트 스트롬은 인터뷰를 통해 ‘타자의 페이스를 흐트리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투구’라고 얘기했다. 이번 시즌 전 켈리는 체인지업의 투구 메커니즘과 그립 등에 관해 연구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는 2022시즌에 들어가면서 나타났다.
체인지업의 위력은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 켈리는 체인지업을 좌/우타자에 상관없이 던졌다. 특히 체인지업을 유리한 카운트에서 결정구로 사용하며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아래의 표 3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체인지업의 기록을 나타낸다. 허용한 타구의 속도, 지표들이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것을 통해 상대 타자를 잘 억제했음을 알 수 있다. 패스트볼의 비율을 줄이고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늘리는 것을 통해 그가 원하던 대로 효과적인 투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꾸준히 성장중
어느덧 빅리그 4년 차의 켈리다. KBO에서 기량을 발전시켜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하게 활동 중인 켈리. 한국에 오기 전 그는 KBO리그의 존재조차 몰랐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낸 4년이라는 시간은 켈리를 한층 성장시켰고 이는 곧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뒤에도 경험이 쌓이면서 매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변화도 같이 나타났다. 구속, 무브먼트 등 구종 관련 수치들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타자와의 승부를 어떻게 가져가는지를 달리 가져감으로써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2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이며 팀의 에이스 역할도 해내고 있다.
애리조나의 단장 마이클 하이젠은 켈리에 대해 말하길 ‘그는 몇 년간 팀의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그로 인해 많은 신용을 쌓았다’라고 얘기했다. 이를 통해 켈리가 구단에 지금까지 보여준 안정감과 신뢰는 새로운 계약으로 이어졌다. 현지 시각 4월 1일 애리조나 구단은 켈리와 2년 1,800만 달러의 연장계약(팀 옵션 1년 포함)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꾸준함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켈리는 KBO에서 꾸준히 등판하며 성장했고 이는 곧 메이저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후 빅리그에서 진출해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와 동시에 더 나아지기 위해 발전하고 있다. 과연 켈리의 2022시즌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해보기 바란다.
야구공작소 우정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석하, 홍기훈
참고 – BaseballSavant.com,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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