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면서 여러 이유로 이사하듯, 야구단도 홈구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꿈꾼다. 반면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은 최근 잇따라 더 ‘좁은’ 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21세기에 홈구장을 이전한 MLB 13개 팀은 모두 새 구장의 좌석 수를 감축했다. 얼핏 생각하기에 좌석이 많으면 관중 수입이 오르고, 구장 내 먹거리와 상품의 소비도 증가할 것 같다. 이로 인해 구단 수익도 늘어나지 않을까.
좁은 집으로 이사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관중 수가 반드시 구단의 수익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관중이 늘어나면 구장 안전요원 수, 쓰레기와 주변 교통 혼잡도도 정비례해 증가한다. 경기중 관중 안전사고의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추가 수입만큼 한계비용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어난다.
많은 사람으로 들어찬 경기장은 구장 내 부대 수익 시설에도 악영향을 준다. 야구는 한 경기를 치르는 데 3시간 이상 소요된다(2021년 MLB 정규이닝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0분이었다). 관중이 내내 자리를 지키지 않고 나가서 돈을 쓴다.
하지만 구장 내에 유치할 수 있는 부대 수익 시설은 한정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관중은 시설 이용을 방해한다. 그들에게는 야구 관람이 주목적이기에 자리를 이탈하는 건 잠시일 뿐이다. 부대시설 이용에 지나치게 긴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자리를 지키게 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적절한 관중 수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부대 수익 시설에 돈을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된다.
팬들의 고령화도 변수다. 미국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이 지난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MLB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4대 프로스포츠(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중 가장 높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2007시즌 3만2696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2만8209명으로 2007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팬들의 연령대가 올라간다는 건 한편으로 개인의 구매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구단은 입장 수익 감소분을 관중 1인당 소비 증가를 통해 벌충할 수 있다. 과거 MLB 구단이 많은 관중을 바탕으로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영업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적게 파는 대신 이윤을 크게 남기는 후리소매(厚利小賣) 전략으로 선회했다. 실제 MLB의 수입은 2019시즌까지 17년 연속 상승했다. 2019년 MLB 전체 매출은 107억 달러(14조원)를 기록했다.
KBO리그는 어땠을까. 최근 KBO리그 4개 팀은 새로운 구장으로 이사했다. 모두 2만2000석 내외의 좌석을 갖춰 팬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과거 구장 대비 좌석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리며 MLB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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