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위즈 웨스 벤자민

<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선홍>

웨슬리 스콧 벤자민

선발투수, 좌투우타, 188cm/95kg, 1993년 7월 26일생(28세)

지난 시즌 쿠에바스는 KT 위즈의 우승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이었다.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후반기의 쿠에바스는 부진했던 전반기와 비교해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정규시즌 1위 결정전(7이닝 8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과 한국시리즈 1차전(7.2이닝 8탈삼진 7피안타 1실점)은 쿠에바스의 호투가 없었더라면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승을 위해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쿠에바스는 이번 시즌 2경기만에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한 달이 넘도록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쿠에바스가 빠진 사이 디펜딩 챔피언 KT의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KT는 쿠에바스와 이별을 택함과 동시에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28살의 젊은 좌완투수 웨스 벤자민이다.

 

배경

1993년 7월 26일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난 웨스 벤자민은 학창 시절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유망주였다. 벤자민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5~7라운드에 뽑힐 것으로 예상되었고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5라운드에 지명되며(156순위) 프로생활을 시작한다.

2015 시즌 루키 리그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벤자민은 2016 시즌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하게 선발 수업을 받았다.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벤자민은 마이너리그에서 매년 10경기 이상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그중 단 한 시즌도 2점대의 ERA를 기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2019시즌 트리플 A에서 27경기에 출전해(25경기 선발 등판) 5.52의 ERA를 기록하는데 이른다.

그럼에도 벤자민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2020 시즌 텍사스가 시즌 중반 이후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함께 완전히 무너지며 지구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전력 보강 대신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을 선택했고 벤자민 또한 이 흐름 속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기회를 얻었다.

벤자민은 2020년 8월 11일 콜로라도전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그해 8경기에서 22.1이닝 2승 1패 ERA 4.84 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린다. 하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2021 시즌 벤자민은 빅리그에서 ERA 8.74, 트리플 A에서 ERA 8.29를 기록했고 10월 3일 지명할당 처리되며 팀을 떠나게 된다.

이후에도 벤자민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다시 한번 빅리그에 도전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실패했고 결국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 마침 KT위즈가 쿠에바스의 대체자를 물색하고 있었고, 벤자민은 KT와 연봉 33만 1천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한국에 오게 된다.

 

스카우팅 리포트

웨스 벤자민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벤자민은 기본적으로 포심, 커터, 커브를 던지고 우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을 추가로 던진다. 4가지 구종을 던지는 벤자민의 투구 레퍼토리는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벤자민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구위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느리다는 것이었다. 평균 구속이 90~91마일에 그치며 리그 평균(93.9마일)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KBO 좌투수 포심 평균 구속이 142.4km라는 점을 고려하면 벤자민의 포심 구속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벤자민의 포심은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회전수를 갖고 있으며(평균 2300RPM), 이는 98%라는 회전 효율과 어우러져 평균 10.17인치라는 훌륭한 수직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벤자민의 변화구가 빈약하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현재의 벤자민은 그 약점을 어느정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2020 시즌 벤자민의 커브와 체인지업은 모두 준수한 Whiff%(커브-39.1% / 체인지업-44.8%)를 기록했다. 2021 시즌 수치가 모두 하락했지만, 이는 변화구 자체의 문제보다는 벤자민의 커맨드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상: 2020시즌 커브, 체인지업 피칭 히트맵 / 하: 2021시즌 커브, 체인지업 피칭 히트맵>

 

커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2020년에는 커터가 존 중심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아 기대 타율(xBA)이 0.304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21 시즌에는 우타자 바깥쪽 코스로 완벽하게 제구되고 기대 타율 0.167을 기록하며 세컨 피치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벤자민의 4가지 구종은 모두 KBO에서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제구력, 그리고 장타 억제 능력이다. 물론 벤자민이 2020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82의 BB/9과 46.8%의 Edge%를 기록한 만큼, 제구력이 나쁜 투수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외의 시즌에서 벤자민이 항상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보여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구력이 장점인 투수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피홈런이 많다는 점도 불안 요소이다. 본래 뜬공형 투수인 벤자민은 트리플 A 통산 HR/9이 1.5에 달한다. 심지어 2022시즌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상대적으로 투고타저 리그라 불리는 IL에서 뛰었음에도 1.8의 HR/9을 기록했다(리그 평균 1.1).

 

결론

구종의 완성도가 높고 선발 경험이 풍부한 웨스 벤자민은 KT로서 충분히 도박을 걸어볼 만한 영입이다. 더군다나 벤자민은 미국에서도 드라이브 라인을 찾아 피치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를 자신의 레퍼토리에 적용시킬 만큼 야구에 대한 열망과 욕심을 가졌다. 나이도 28살로 한국에서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한 선수다.

하지만 팀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6월 26일 현재, KT 위즈는 리그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6위 삼성과의 격차가 불과 1경기라는 점에서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앞으로 1~2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이번 시즌 KT의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KT에는 창단 멤버인 앤드류 시스코와 KBO의 장수 외인 라이언 피어밴드라는 두 명의 외국인 좌완투수가 있었다. 시스코는 실패했지만 피어밴드는 성공했다. 세번째 좌완투수인 벤자민은 어떨까? 남은 시즌동안 KT위즈파크에서 벤자민이 보여줄 투구를 기대해보자.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이재성, 박주현

기록 출처= fangraphs, statiz

사진 출처= mlb.com,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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