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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기란 없다, 다시 시작된 카를로스 로돈의 질주

By 원정현
2022년 6월 5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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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SF 자이언츠 공식 트위터 >

지난 시즌 AL 중부지구의 승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였다(93승 69패). 비록 가을야구에서는 웃지 못했지만, 화이트삭스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부지구의 최약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의 약진은 예상 밖의 행보였다. 그리고 화이트삭스의 돌풍, 그 중심에는 새롭게 바뀐 선발진이 있었다.

< 화이트삭스 선발진 WAR 변화 >

화이트삭스의 선발진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작년 오프시즌부터였다. 화이트삭스는 랜스 린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선발진을 보강했다. 뉴페이스 린과 기존의 에이스 루카스 지올리토는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여기에 유망주 딜런 시즈가 팀 선발투수들 중 가장 많은 탈삼진(226개)을 잡아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아픈 손가락’ 댈러스 카이클이 5점대의 ERA(5.18)와 0.6의 bWAR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카를로스 로돈이 재기에 성공하며 정상급 선발투수, 그 이상의 피칭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빠른 공을 가진 선발 유망주, 계속된 부상에 발목 잡히다

프로 무대에 입성하기 전부터 로돈은 주목받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등 경련으로 인한 구속 저하는 로돈의 가치를 떨어뜨렸고, 로돈은 예상보다 낮은 16라운드에 지명을 받게 된다(로돈과 부상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 로돈은 프로 진출 대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진학을 택했다. 대학교에서 로돈은 잃어버렸던 구속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대학리그 시절의 로돈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투수였고(345.2이닝, ERA 2.24) 학교의 역사를 쓴 선수였다(1968년 이후 처음으로 대학리그 월드시리즈 진출). 로돈의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97마일이 찍혔고, 슬라이더는 20-80 스케일에서 80을 받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 카를로스 로돈 2015~2020 성적표 >

스카우트들은 로돈을 정말 좋은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로돈이 빅리그에서 1선발 혹은 2선발로 활약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 평가했다. 그리고 2015년 로돈은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를 증명했다. 불과 9개월 만에 로돈은 마이너리그를 졸업했고 빅리그에서 139.1이닝을 던지며 9승과 3.75의 ERA를 기록했다. 다음 해에도 로돈의 피칭은 거침없었다.

성장하던 로돈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어깨 부상을 당한 2017년 이후로 로돈의 장점이던 포심 패스트볼은 구속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로돈은 2019년 5월에 토미존 수술까지 받게 된다. 2020년 로돈은 1년여간의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악몽은 계속됐다. 복귀전이었던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부터 로돈은 3.2이닝 5실점이라는 불안한 피칭을 보여줬고, 결국 8.22의 ERA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후 로돈은 야구 인생 최대 위기에 처했다. 소속팀 화이트삭스로부터 논텐더 방출 통보를 받은 것이다.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로돈에게 논텐더 방출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로돈에게 오히려 다시 열정을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로돈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논텐더 방출 이후, 정말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겨울이 제가 마운드에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 FOXSPORTS와의 인터뷰에서 –

로돈은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오르기 위해 오프시즌이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원래 그해 겨울 로돈의 가족은 캐리비안 해변으로 휴가를 계획해놓은 상태였지만 여행은 취소되었다. 로돈의 아내 애슐리는 로돈이 그 어느 때보다 야구에 열정적으로 임했다고 말한다. 달라진 로돈의 모습에 화이트삭스는 로돈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로돈은 화이트삭스와 1년 300만 달러의 단기 계약을 맺었고 다시 빅리그로 복귀하게 되었다.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돌아온 퍼포먼스

돌아온 로돈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로돈은 첫 선발 등판인 시애틀전부터 5이닝 9탈삼진 무실점의 피칭을 선보였다.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는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어마어마한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비록 부상으로 시즌을 중도에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로돈의 성적은 대단했다.

< 2021 시즌 카를로스 로돈 성적 >

지난 시즌 로돈의 피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역시나 포심 패스트볼의 변화이다. 작년 로돈의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95.4마일을 기록했다. 이는 로돈의 커리어에서 가장 빠른 구속이었으며 지난 시즌 100이닝 이상 소화한 좌완 선발투수 중 2위의 기록이었다.

< 카를로스 로돈 포심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 변화 >

달라진 것은 구속뿐만이 아니었다. 무브먼트 또한 변화가 있었다. 2019시즌 로돈의 포심 패스트볼 무브먼트는 8.02인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로돈은 이 수치를 9.27인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 카를로스 로돈 포심 히트맵-좌: 2019 / 우: 2021 >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로돈의 포심은 주로 존 중심부를 공략했다. 하지만 이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는데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었다. 2021시즌 로돈은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처럼 하이 패스트볼의 비중을 늘렸고 이는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을 배가시켜주었다.

업그레이드된 로돈의 포심에 타자들은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Whiff% 29.7% / 250타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4위). 그리고 로돈은 업그레이드된 포심 패스트볼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본래 유리한 카운트(Batter Behind in the count)에서 로돈이 택한 공은 포심보다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로돈은 같은 상황에서 슬라이더와 포심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던졌다. 2스트라이크 때도 마찬가지였다. 로돈은 슬라이더만큼 포심을 투구했고 이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PutAway% 25.6% / 250타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6위).

*PutAway%란?
PutAway%는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던진 공 중 삼진이 된 공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강력한 포심-슬라이더 조합

달라진 포심도 포심이지만 로돈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주무기였던 슬라이더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Whiff% 40.6% / 150타석 이상 슬라이더 투구한 선수 중 9위). 2020 시즌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구종 가치 -1.8) 로돈은 그 부진이 일시적이었음을 증명해냈다.

<2021 시즌 카를로스 로돈 포심-슬라이더 터널링 스탯>

* Pre-Max-타자가 스윙 여부를 결정하는 Decision Making Point에서 두 구종 간의 거리
* Plate Dist: 홈플레이트에서 두 구종 간의 거리
* Plate:Pre-Max ratio-터널 포인트 이전 두 구종 간의 거리와 홈플레이트에서 두 구종 간의 거리의 비율

2021시즌 로돈의 포심-슬라이더 조합은 1.39인치의 Pre-Max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슬라이더 Whiff% 1위인 딜런 시즈의 기록이 1.33인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실로 대단한 기록이다. 반면 홈플레이트에서 두 공 간의 거리는 23.29인치에 달했다. 쉽게 말해 로돈의 포심과 슬라이더는 타자가 스윙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거의 똑같아 보였지만 포수 미트에 도달할 때는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리며 다른 위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로돈의 포심과 슬라이더가 평균 이상의 무브먼트를 지닌 데다가 로돈이 포심은 높게, 슬라이더는 낮게 제구하며 두 공의 로케이션을 철저히 분리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로돈 평균 대비 수직, 수평 무브먼트>

<카를로스 로돈 슬라이더 로케이션>

다시 시작된 레이스, 로돈은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을까

지난해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카를로스 로돈은 이제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본다. 2020시즌 막판,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팀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로돈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작년 겨울 로돈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2 시즌 이후 옵트아웃이 가능한 1+1 계약을 맺었다. 투수친화 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잘만 던진다면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다시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완성된 것이다. 더군다나 로돈은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처음 4번의 선발 등판에서 3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자이언츠의 레전드인 팀 린스컴의 기록(35개)을 경신했다. 지난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케빈 가우스먼이 이탈했음에도 샌프란시스코가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로돈이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기 때문이다.

실패한 유망주에서 리그 최고의 투수까지, 불과 2년 만에 반전을 보여준 로돈의 질주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이번 시즌, 그리고 향후 카를로스 로돈이 보여줄 멋진 투구를 기대해 보도록 하자.

참조: FOXSPORTS, Fangraphs, Baseball Savant, Brooks Baseball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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