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스와 3루 도루

 <훈련 중인 한화 이글스 선수단 /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2020년 한화 이글스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2018년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한화는 2021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결정했다.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를 보고 팀을 성장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영입이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더 본격적인 리빌딩을 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2021 시즌이 끝났고 한화 이글스는 또다시 10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에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2021년 한화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었다. 시즌 초부터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로 이목을 끌었고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며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주루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빈집을 훔치자

2018~2019년 한화는 많이 뛰는 팀이었다. 이용규와 호잉을 중심으로 정은원, 하주석 등 다양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뛰었다. 2019년에 이용규가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하주석이 초반에 시즌 아웃이 되었지만, 도루 시도 횟수는 2위였다. 선수들은 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했다.

2020년 한화는 정반대의 팀이었다. 호잉이 부진하며 시즌 초반에 교체되었고 대체 용병 반즈는 뛰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었다. 정은원과 하주석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뛰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작년에 한화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도루 시도 횟수가 가장 많은 팀으로 변모했다. 

주자는 홈과 가까울수록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주자가 3루에 있으면 외야 뜬공에도 득점을 할 수 있다. 2루에 있으면 단타에도 득점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도루는 1루에서 2루로 가는 도루이다. 3루 도루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수 입장에서 2루보다는 가까운 3루로 던지는 것이 훨씬 편하다. 주자가 뛰어야 하는 거리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3루 도루를 시도한다는 것은 이미 주자가 득점권에 있다는 뜻이다. 실패할 확률도 높고 실패하면 득점권 주자가 사라지는 리스크가 큰 3루 도루를 대부분 팀은 자주 시도하지 않는다. 

2020년까지 한화도 다르지 않았다. 도루를 많이 시도했던 시즌에도 3루 도루는 자주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한화는 가장 3루 도루에 적극적인 팀이었다. 33회라는 수치는 2위를 기록한 SSG(14회)와 2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이다. 3루 도루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전체 도루의 20%가 3루 도루일 정도로 한화는 진심이었다. 

어떻게든 점수를 내자

최근 몇 년간 한화는 득점력 부재에 시달렸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2018년에도 득점을 많이 하는 팀이 아니었다. 기록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득점을 하려는 주자가 출루를 적게 한다. 결국 야구에서 점수를 내기 위해선 주자가 나가야 한다. 한화의 최근 4년간 출루율은 득점을 많이 하기에는 부족하다. 당연히 득점권에 주자가 나갈 확률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득점권에서 강하지도 않았다. 주자가 나가기도 힘든데 나간 주자를 불러들이는 능력도 부족한 현실이다. 

한화는 작년에도 득점권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득점 했다. 특히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빛을 발했다. 작년 한화는 3루 주자를 잘 불러들이는 팀이었다. 특히 타자가 아웃되고 득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는 2021년 한화의 공격지표 상위권을 기록한 몇 안 되는 지표다. 

주자가 3루에 위치하면 득점을 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하다. 안타가 아니어도 충분히 득점할 수 있다. 작년 한화는 이 점을 잘 이용한 팀이었다. 득점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출루 하지 않고도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주자를 어떻게든 3루로 보내야 한다. 이는 작년 한화가 3루 도루에 적극적이었던 이유가 된다. 득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3루에 진심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작년 한화는 득점을 많이 올리진 못했다. 그러나 점수를 내기 힘든 환경에서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올해도 한화는 달린다

2022시즌을 맞이하면서 수베로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선언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당장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토브리그에서 전력 보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년과 비슷한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한다면 높은 순위를 기대하기에는 힘들다.

그러나 올해도 한화는 달릴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작년처럼 올해도 승리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한화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참고=스탯티즈, KBO 공식 홈페이지 

야구공작소 진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전언수 외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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