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

제프 맨쉽, NC 다이노스
선발투수, 우투우타, 187cm, 95.2kg, 1985년 1월 16일생

 

[야구공작소 임선규]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화려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찰리 쉬렉, 애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로 이어지는 외국인 투수들은 하나같이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고, 외국인 타자인 에릭 테임즈는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친 끝에 미국 무대로의 금의환향을 성사시키기까지 했다. 유일한 흠은 좌완투수 아담 윌크였는데, 그 역시 실력 외적인 면이 문제가 되었을 뿐 기량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NC 다이노스의 안목은 훌륭한 편이다.

그런 NC 다이노스가 새로운 얼굴을 데려왔다. 클리블랜드에서 활약하던 제프 맨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직전 시즌의 월드시리즈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투수인 그에게 많은 팬들의 집중되고 있다.

 

배경

제프 맨쉽은 고등학교 시절 뛰어난 성적을 거둔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그 명성에 힘입어 미국 청소년 대표팀의 주축 투수로 활약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 탓에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들에게는 건강에 대한 약간의 의문 부호가 붙었다. 이런 우려는 머지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맨쉽은 네덜란드령 퀴라소와의 청소년 대표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130개의 공을 던지며 15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역투를 펼친 뒤,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한동안 마운드를 떠나게 되었다. 대학에 진학한 첫해에도 맨쉽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2학년이 되고 나서야 대학 무대에 데뷔해서 제프 사마자(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다. 그 해 9승 2패, 3.25의 평균 자책점과 9이닝당 10.63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맨쉽은 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 426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에 지명된 것은 맨쉽에게 행운이었다. 미네소타 고유의 투수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네소타는 팀에서 12년 동안 활약을 펼친 브래드 레드키(통산 148승)를 벤치마킹한 투수 육성 정책을 펴고 있었다. 브래드 레드키는 시속 89마일 전후의 느린 패스트볼을 보유하고도 훌륭한 제구력과 투구에 대한 뛰어난 감각,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시즌 20승을 달성하기도 했던 능구렁이 같은 투수였다.

팀을 제대로 찾아간 맨쉽은 마이너리그에서 승승장구했다. 싱글 A에서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친 그는 프로 입문으로부터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더블 A에 입성한다. 팀내 유망주 순위도 10위 안에 진입했다(2008년 BA선정 미네소타 유망주 9위). 2009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선을 보이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미네소타가 추구했던 ‘브래드 레드키’ 타입의 투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모델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던 미네소타의 투수 유망주들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올 때마다 뚜렷한 한계를 노출했다. 스캇 베이커, 닉 블랙번, 글렌 퍼킨스, 앤서니 슈워잭(전 두산 베어스), 필립 험버(전 기아 타이거즈), 브라이언 듀엔싱, 케빈 슬로위 가운데 어느 누구도 만족스러운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미네소타의 팜에서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투수 유망주들은 구위를 앞세운 투수였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글렌 퍼킨스(미네소타 트윈스)뿐이었다.

이후 맨쉽은 저니맨의 길을 걸었다. 콜로라도 로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을 거쳤지만 만약을 위해 트리플 A에 비축해두는 용도의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반전을 이룩한 것은 2015년이었다. 맨쉽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 A에서 본격적으로 불펜 투수로 변신한 뒤 1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승격에 성공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더욱 극적이었는데, 32경기에 등판해 단 4점만을 내주며 0.92의 시즌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1988년 이래 메이저리그에서 3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 중 0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단 18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2016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직전 시즌만큼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시즌 내내 3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팀내 4~5번째의 불펜 투수 역할을 담당했다. 6개의 홀드를 거두었으며, 월드시리즈 로스터에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연봉 조정 자격을 얻은 그에게 팀은 더 많은 연봉을 주기보다 보유권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맨쉽은 자유계약 선수가 되었고, 결국 지난 1월 NC 다이노스와의 계약을 발표하며 한국으로 향했다.

<제프 맨쉽 최근 6년간 마이너리그 & 메이저리그 기록>

 

스카우팅 리포트

제프 맨쉽은 187cm, 95kg의 체격을 가진 우완투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작은 체구 탓에 저평가를 받았었지만, 다행히 대학에 진학한 뒤로 키가 조금 더 자랐다.

맨쉽의 구위는 보직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선발투수 시절에는 구속이 89마일가량이었지만, 불펜투수로 전향한 이후에는 92마일에 가깝게 나왔다. 이 패스트볼의 대부분은 싱킹 패스트볼이다.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방망이에 맞춰서 땅볼을 유도하는 데 쓰인다. 실제로 맨쉽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던 최근 2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성적을 살펴보면, 평균보다 적은 7.5개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와 50%를 상회하는 우수한 땅볼 비율(GB%)을 확인할 수 있다.

구종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그의 주무기는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뚝 떨어지는 전통적인 형태의 커브볼이었다. 반면 지난해 맨쉽이 메이저리그에서 패스트볼(53%)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구종은 슬라이더(47%)였다. 이는 맨쉽이 커브볼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그의 커브볼과 슬라이더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재 맨쉽의 슬라이더는 시속 83마일의 평균구속을 기록하지만, 그 형태는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이 구종은 사이트에 따라 슬라이더 대신 커브로 표기되기도 한다. 슬라이더의 위력은 준수했다. 2016 시즌의 기록을 살펴보면, 타자들을 상대로 .191의 피안타율과 .303의 피장타율을 허용했을 뿐이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구종이었다는 의미다.

그 밖의 구종으로는 체인지업이 있다. 선발투수로 등판하던 시절에는 상당한 숫자를 구사했지만, 불펜에서 활약한 최근에는 구사도가 0에 가까워졌다.

<제프 맨쉽 최근 2년간 레퍼토리>

마이너리그 시절의 맨쉽은 ‘제구력’의 두 분야인 커맨드(존 안의 원하는 지점에 넣는 능력)와 컨트롤(볼넷을 피하는 능력) 모두에 있어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볼넷 허용의 빈도는 오히려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9이닝당 볼넷이 4.57개까지 껑충 뛰기도 했다. 이는 싱킹 패스트볼이 잦은 피홈런으로 이어면서 코너웍에 더욱 신경을 쓴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맨쉽의 존 프로필을 확인해보면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의 ⅓ 구역에 절반 이상의 공이 들어가고 있는 만큼, 제구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난 2년간 맨쉽의 빠른 공과 변화구 투구 위치. 존 아래로 낮게 던지는 제구력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투구 스타일은 결과적으로 피홈런과 볼넷 비율 등의 세부 지표가 악화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때문에 FIP는 늘 실제 평균자책점에 비해서 좋지 않았다. 가진 공의 구위에 비해서 ‘똑똑한’ 투구를 펼쳐왔던 셈인데, 이와 같은 유형의 투수들은 표본이 늘어날수록 평균자책점이 FIP에 가깝게 수렴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필라델피아의 선발투수 제레미 헬릭슨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년 동안 외형적으로는 우수한 성적을 남겼던 맨쉽이 논텐더 FA로 방출된 결정적인 요인은 여기에 있었다. 팀에서는 그의 평균자책점이 오래지 않아 저조한 세부 지표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한편, 맨쉽은 꾸준히 건강을 유지해온 선수는 아니다. 아마추어 시절인 2004년에 이미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2011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후로도 자잘한 이유로 몇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14년에는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손목의 염증 증상으로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다.
 

전망

맨쉽은 직전 두 해의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본다면 그야말로 ‘역대급’ 외국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빅리그의 불펜 투수로 활약하면서 2점대 초반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2점대 초반’이라는 수치가 주는 탁월함은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성적에 불과하다. 그가 같은 기간 동안 기록한 세부적인 지표들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82이닝을 던지면서 32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6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데 그쳤다. FIP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두 시즌 동안의 맨쉽은 패전처리의 역할을 수행하는 로스터 최하위의 구원투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른 구단들의 평가도 이를 입증해준다. 이번 오프시즌 100만 달러 정도의 연봉조정을 거절당하고 논텐더 FA로 시장에 나온 맨쉽에게 그에 준하는 규모의 계약을 제안해준 빅리그 구단은 단 한 구단도 없었다.

맨쉽에게 반등의 계기가 되어준 두 가지 요인이 국내 무대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아쉽다. 맨쉽이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의 요인 때문이었다. 하나는 불펜투수로의 보직 변화였다. 맨쉽은 불펜투수로 전향하면서 일반적인 투수들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구속이 상승했다. 또 하나는 클리블랜드 시절, 투구판의 밟는 위치를 3루쪽으로 조정하면서 팔꿈치 각도를 살짝 낮추었던 약간의 투구 폼 교정이었다. 이러한 변칙적인 투구 폼의 변화가 다른 리그에서도 동일하게 위력을 발휘할지는 뚜껑을 열어 보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맨쉽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패스트볼의 구속이다. 선발로 다시 전환하면서 발생하게 될 구속의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맨쉽은 KBO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구위와 뛰어난 투구 감각을 지닌 최고 수준의 투수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전의 모습처럼 89마일 전후로 구속이 감소한다면 의외로 고전을 겪게 될지 모른다. 국내의 타자들은 구위를 앞세우는 투수보다 맞춰 잡는 형태의 투수들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 무대를 밟았던 ‘미네소타형’ 투수들인 앤드류 앨버스와 요한 피노 등의 활약은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맨쉽이 뿌리는 패스트볼의 구위를 보다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이유다.

하지만 비관적 전망만 하기는 이르다. 맨쉽을 데려간 팀이 그동안 ‘소프트 스터프’ 투수들의 성공을 이끌었던 NC 다이노스이기 때문이다. 에릭 해커, 찰리 쉬렉은 마이너리그에서 평범한 스터프와 평범한 탈삼진 능력을 가진 투수였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 그리고 NC 다이노스 데이터 팀의 분석력은 맨쉽의 프로필을 그대로 바라봐선 안된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출처: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Brooks Baseball, Fangraphs, The Baseball Cube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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