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들어찬 사직 야구장 제공: 롯데 자이언츠
2022시즌에는 사직 야구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홈플레이트를 뒤로 2.9m 당기고 외야 펜스 높이도 기존의 4.8m에서 1.2m 높여 6m가 된다. 기존의 사직 야구장은 높은 외야 펜스에도 불구하고 홈런이 자주 나오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외야의 크기가 넓어지고 펜스까지의 거리, 높이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투수 친화적인 야구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변화를 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빠르기만 하지는 않았던 패스트볼
롯데 투수진의 2021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8km/h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탈삼진 역시 빠른 공을 바탕으로 1055개(리그 3위)를 잡아냈다. 공은 빨랐지만 실점이 적었던 건 아니다. 롯데의 선발, 구원 ERA는 최악이었다. 물론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롯데 투수진은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21시즌 롯데 팀, 선발, 구원 ERA(괄호는 순위)
ERA가 좋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팀 세부 지표들 역시 하위권에 머물렀다. 거기에 팀 피홈런 133개(7위)에 선발 박세웅과 프랑코가 20개로 피홈런 공동 2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전체적인 롯데 투수들의 분발도 필요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빠른 공이라는 장점을 살릴 방법이 가장 필요했다.
2021시즌 롯데 피안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괄호는 순위)
2021 시즌 롯데 30이닝 이상 투구한 롯데의 투수들의 패스트볼 상하, 좌우 무브먼트를 살펴봤다. 사이드암 서준원과 투심을 주 무기로 하는 김대우, 이인복, 이승헌(투심성 무브먼트의 포심 보유)을 제외하고는 롯데 대부분의 투수가 리그 평균(10.3)보다 높은 상하 무브먼트를 기록했다. 빠른 구속과 높은 상하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은 정타보다는 배트의 윗부분에 맞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뜬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또 롯데는 손아섭의 보상선수로 문경찬을 지명했다. 지명 당시 롯데는 “문경찬이 옛 모습을 되찾아 준다면 뜬공형 투수이기 때문에(커리어 동안 GO/FO 비율이 0.60을 한 번도 넘지 않았다) 마운드에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외야에 대한 롯데의 마운드 전략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21시즌 롯데 투수들의 GO/FO, 좌우 무브먼트, 상하 무브먼트
2021시즌 롯데 투수들의 상하, 좌우 무브먼트 산점도
타격의 팀 롯데
2021시즌 롯데는 타격 부문에서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냈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2루타는 266개(1위)로 2위 키움(244개)과 무려 22개 차다. 이 점이 롯데 타선의 강점을 살리는 야구장 증축의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2021시즌 롯데 타격성적
그렇지만 야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득점 생산방법은 홈런이다. 팀 홈런의 개수는 107개(6위)로 좋았던 타격 성적에 비해 많지는 않았다. 팀 내 홈런 1위가 19개인 이대호이며 주축인 안치홍, 전준우, 정훈 등이 중장거리 타자들인 것을 고려하면 홈런이 자주 나오는 사직 야구장이 롯데 타자들에게는 더 멀고 높아 보였다. 그런 사직 야구장의 외야는 더 넓어진다. 롯데로서는 장타력을 더해주고 외야의 수비 중심을 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안에서는 잡고 밖으로는 보내는
결국 위와 같은 문제로 유격수 자리를 맡아주던 딕슨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맡아줄 국내 선수가 없어 마차도를 중용했지만, 변화하는 구장에 더 적합한 선수가 필요했다. 바로 새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다. 피터스는 기본적으로 198cm, 102kg의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이다. 베이스볼 서번트 스프린트 리더보드에서 중견수 22위(29ft/sec)를 기록했고, 리그에서는 상위 7%(44위)를 기록했다. 도루 개수는 적었지만 스피드는 충분했다.
수비를 살펴보면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에서 다음과 같은 UZR 값을 기록했다.
DJ피터스의 UZR과 구성요소
외야수로서 3.8의 UZR을 기록했으며 모든 외야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줬다. 다만 롯데에서 중견수를 맡아줄 것을 생각하면 2021 시즌 중견수 UZR 0.4는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활용한 Directional OAA(Directional Outs Above Average)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방향에서 평균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좋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앞세워 수비를 하는 유형으로 예상된다. 중견수로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한 좌익수 전준우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DJ 피터스의 Directional OAA
타격에서는 커지는 사직 야구장을 능가하는 장타력이 기대된다. 20-80 스케일로 Power를 60점을 받았으며 마이너, 메이저리그 시절 각각 96, 13개의 많은 홈런을 보여줬다. 평균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는 각각 87.5마일, 16.4도를 기록했다. 평균 타구 속도 자체는 돋보이지 않았지만(2021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타구 속도 88.1마일), 최고 타구 속도가 112.5마일(메이저리그 상위 15%), 최대 비거리 460ft(140m), 평균 홈런 비거리는 416ft(127m)을 기록했다. 컨택만 된다면 그에게 야구장 크기는 무의미하다. 메이저리그 시절 빠른 패스트볼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21시즌 KBO의 경우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142.9km/h로 90마일(144.8km/h)보다 낮다. KBO리그에서 패스트볼 대응 역시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DJ 피터스의 구속별 성적
변화할 사직 야구장이 롯데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승리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변화는 언제든 흥미롭다. 커지는 사직 야구장이 롯데에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철옹성 같은 든든한 방패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연 구장 변화가 잡음이 많았던 스토브리그를 만회할 신의 한 수가 되어 부산의 야구 열기를 살릴 수 있을지 지켜보자.
야구공작소 순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 서주오, 전언수
기록 출처= 스탯티즈(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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