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1시즌 리뷰] 두산 베어스 – The Miracle

시즌 성적 – 71승 65패 8무, 정규시즌 4위, 최종 2위

 

시즌을 앞두고 여지없이 전력이 빠져나갔다. 수비의 핵인 3루수 허경민과 중견수 정수빈은 잡았지만 타격의 핵을 놓쳤다. 주전 내야수 최주환과 오재일이 FA로 팀을 떠났다. 재활 도중 FA를 맞은 마무리 이용찬도 개막 때까지 계약에 합의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시즌 중 NC 다이노스로 둥지를 옮겼다. 정규시즌 에이스로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겼다. 포스트시즌 에이스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끌었던 2선발 크리스 플렉센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시즌도 순조롭진 못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이영하는 더욱 부진한 끝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벗어났다. 유희관은 개인 100승을 향해 달리며 수많은 패를 팀에 선사했다. 고액 계약을 맺었던 정수빈은 부진했고 김재호, 오재원은 더 이상 1군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온갖 악재 속에 팀은 7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코로나19 확진에 대해 리그 중단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두산은 여전히 두산다운 성적표로 시즌을 마쳤다. 빈자리는 새 얼굴이 채웠다. 함덕주와 트레이드로 입단한 양석환(28홈런)이 오재일의 빈자리를 채웠다. 박계범, 강승호와 같은 보상선수의 활약도 쏠쏠했다. 지난해 활약했던 홍건희는 한 단계 더 발전해 불펜 에이스로 변신했다. 선발에서 실패했던 이영하는 평균자책점 1.60의 특급 필승조가 됐다. 지난해 첫 10승을 거둔 최원준이 국내 에이스로 도약했고 오랜 재활에서 돌아온 곽빈이 후반기 3선발이 됐다. 접전이 됐던 후반기 순위싸움에서 두산은 미란다-최원준-곽빈이 나오는 경기에 전력을 쏟았다. 1승씩 챙기며 최종 4위에 올랐다.

 

가을에도 두산의 방식은 같았다. 에이스 미란다가 빠진 상황에서 연일 총력전을 벌이며 강팀들을 격파했다. 우승엔 실패했지만, 역대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완성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해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도 2021년 두산이 처음이다.

 

최고의 선수-아리엘 미란다

 

아리엘 미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직전 해까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있었던 동료 워커 로켓과 달리 미란다는 대만 리그 출신이었다. 지난해 성적이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0에 불과했다. 제구력에 대해 물음표가 그를 꾸준히 따라다녔다. 올 시즌도 5월까지 5승 3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면서 9이닝당 볼넷이 5.89개였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지만 마운드 위 폭탄은 언제든 터질 수 있었다.

 

미란다를 바꿔준 건 자신감이다. 두산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미란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미란다의 포크볼 구위라면 한가운데에 던져도 KBO리그 타자들이 칠 수 없다 판단했다. 미란다는 서서히 스트라이크 존을 폭격했고 리그를 폭격했다. 포심 패스트볼(60.7%)과 포크볼(27.1%) 투 피치뿐이었지만 충분했다. 포크볼의 피안타율이 0.137, 피OPS는 0.373에 불과한 마구였다.

 

시즌 최종 성적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 퀄리티 스타트 공동 1위(21개), 퀄리티 스타트+ 1위(12개),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4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1984년 최동원 223개)을 225개로 갈아치웠다. 미란다가 기록한 9이닝당 탈삼진 11.66개도 선발 투수 역대 최초 기록이다. 역사상 규정 이닝 투수 중 11을 넘겼던 건 중무리 투수였던 1993년 선동열(11.68), 1996년 구대성(11.85개)뿐이었다.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 역시 8회로 역대 공동 1위(1988년 선동열, 1996년 주형광, 2012년 류현진)에 올랐다.

 

어깨 통증으로 포스트시즌을 대부분 결장하며 팀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즌 후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엔 충분했다. 최동원상, 투수 골든글러브, 정규시즌 MVP를 독차지했다. 두산은 최고였던 미란다에게 내년 190만 달러를 안기고 재계약했다. 2년 차 외국인으로는 에스밀 로저스(2016년) 이후 처음 나온 최고 금액이다.

 

아쉬웠던 선수-유희관

 

유희관은 두산 좌완 최초 100승 투수로 남았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021년 두산 1군 엔트리는 예전처럼 올스타 선수들로 북적이지 않았다. 황금기의 문을 열었던 2015, 2016년 멤버들은 더 이상 최전성기가 아니었다. 야수에서는 2015 프리미어12 국대 키스톤 김재호와 오재원이 노쇠하며 완전히 주전에서 물러났다. 마운드에서는 2016년 판타스틱4를 구성했던 장원준과 유희관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가장 독보적으로 추락한 건 유희관이다. 두산은 통산 97승을 거뒀던 유희관에게 100승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를 꾸준히 선발로 기용했고 5이닝 이상 투구하도록 기회를 부여했다. 이영하의 동반 부진으로 마땅한 선발 후보가 없던 것도 이유였다.

 

필요한 단 3승. 하지만 유희관은 그 기대마저 저버렸다. 직구 구속은 전성기 때처럼 변함없이 느렸다(2016년 128.3㎞ / 2021년 128.6㎞). 성적표는 달랐다. 주 무기였던 포심 패스트볼(피안타율 0.387)과 싱커(피안타율 0.392)를 포함해 모든 구종을 가리지 않고 두들겨 맞았다. 5월 9일 99승을 거둔 후 3패를 더 하고 9월 19일에서야 100승을 달성했다.

 

전반기 유희관이 기록한 퀄리티 스타트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15경기 중 5실점 이상 경기가 6회, 5이닝 미만 경기가 8회였다. 2이닝 이하만 던지고 강판당한 경기도 4회나 있었다. 유희관이 초장부터 흔들려서 패배가 확정된 경기를 메우기 위해 수많은 불펜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유희관 단 한 사람이 두산 투수진 전체 운용을 어렵게 만들었다. 100승 과제를 끝낸 유희관을 위한 자리는 더 이상 찾기 어려웠다.

 

결국 유희관은 지난 1월 19일 은퇴를 선언했다. 두산 왕조의 한 축으로 통산 101승을 세웠다. 구단 첫 좌완 투수 100승을 달성했지만, 장호연이 세웠던 구단 최다승(109승) 기록을 눈앞에 두고 쓸쓸히 떠났다.

 

전망

 

‘황금기 두산’의 해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즌 후 중심 타자 박건우가 FA 자격을 얻고 NC로 이적했다. 다만 주포 김재환의 잔류만큼은 성공했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대형 FA를 모두 놓쳤던 두산에는 기대 이상의 성과다. 박계범, 강승호, 안재석, 김인태 등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과 장타자 김재환과 양석환을 중심으로 타선 재구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에 가깝다. 워커 로켓 대신 새로 계약한다고 알려진 로버트 스탁의 적응 여부, 두산 2년 차인 양석환의 활약 여부, 박건우의 공백 등 여전히 두산의 앞날은 물음표에 둘러싸여 있다. 두산이 다시 한번 기적의 도전대에 올라섰다.

 

참고=KBO 공식 홈페이지, KBO 공식 기록 앱(KBO STATS)

에디터=야구공작소 신하나, 홍기훈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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