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1시즌 리뷰] 한화 이글스 – 아직 부팅 중

시즌 성적 – 49승 83패 12무, 10위

 

“결과가 아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최인호, 임종찬, 노태형 등이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으며 타선 리빌딩의 기수로 떠올랐지만 타격 성적은 밑바닥에 가까웠다. 다른 팀 소속이었다면 한창 퓨처스리그에서 성장을 도모해야 할 나이였기 때문일까. 1군의 벽은 그들에게 두텁기만 했다. 그나마 2년 차 노시환이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을 기대하게 했다.

그래도 투수진 쪽에선 기대할만한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만년 기대주 김범수는 부상 전 몇 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다. 윤대경, 강재민, 김진영 등은 송은범과 이태양이 이적한 불펜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규정이닝에 미달했지만 김민우는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냈다. 이 밖에 김진욱, 김종수 등은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나빴지만 이따금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다.”

위 두 문단은 2020년 12월에 발행된 ‘[야구공작소 20시즌 리뷰] 한화 이글스 – 리셋’ (링크)의 일부 발췌다.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졌지만 전반적 맥락은 21시즌 리뷰와 같다. 기량이 발전한 야수들이 관찰되었다. 기대를 걸 만한 투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군에서의 한계를 재확인한 선수도 많았다.

맥락을 넘어 결과도 2020시즌과 대동소이했다. 순위는 10위로 같았고, 승률은 2020시즌 32.6%에서 2021시즌 37.1%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경기 당 득점은 4.16점으로 리그 9위였고 경기 당 실점은 5.13점으로 리그 7위였다. 충족한 것보다 메꿔야 하는 것이 많지만, 2020시즌에 이어 2021시즌도 전력이 의미 있게 상승될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2020시즌이 ‘리셋’이었다면 2021시즌은 ‘아직 부팅 중’이라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최고의 선수 – 정은원

2000년생의 한화 2루수는 2018년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이후 두 시즌 보여준 것은 성장보다 횡보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1시즌의 정은원은 본인이 단순 주전을 넘어 리그 최고 2루수임을 몸소 증명했다. ‘풀시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없는 139경기에 출전해서 WAR 4.53을 기록했다(KBO 공식 기록 앱 KBO STATS 기준). 이는 2루수 중 최고며, 야수를 통틀어도 상위 12위에 해당한다.

정은원의 성장은 본인의 노력은 물론 한화의 신임 코칭스태프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수베로 감독은 부임 후 정은원의 볼삼비(볼넷/삼진 비율)에 주목하며 선수가 이를 강점으로 여길 수 있도록 격려했다(링크). 선수단에 ‘가운데 공을 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운데”가 적힌 머리띠를 하고 다녔다는 일화(링크)로 유명한 워싱턴 타격코치도 보탰다. 시즌 중에 야구공작소도 이 변화에 주목했으며, 칼럼(링크)이 나온 바 있다. 결과는 정은원의 커리어하이 출루율 0.407과 커리어하이 장타율 0.384 그리고 2루수 골든글러브였다.

 

기대할 선수 – 내야

한화의 리빌딩 과정에 의심을 품는 시선은 존재한다. 다만 한화의 내야에서도 그 의심을 주장하기는 근거가 부족하지 않을까? 앞서 정은원뿐 아니라 포수 최재훈과 유격수 하주석 그리고 3루수 노시환 또한 2021시즌에 커리어하이를 달성했기 때문이다(각각 WAR 3.87, 2.59, 2.13). 전역 후 깜짝 활약한 김태연(WAR 2.07)과 트레이드로 영입된 후 쏠쏠했던 1루수 이성곤(WAR 0.80)도 긍정적인 전력이었다.

KBO리그에는 진정한 수비 실력을 볼 수 있는 수비 지표가 적다. 따라서 KBO리그를 다루는 칼럼에 수비 관련 내용을 넣기는 쉽지 않다. 2021시즌 한화는 예외다.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 수비 효율)이 근거다. 한화의 선수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DER이 2020시즌 7위(66.8%)에서 2021시즌 3위(69.1%)로 상승했다. 그 배경으로 신임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적극 추진한 수비 시프트를 꼽을 수 있다. 수비 시프트를 한 시즌 내내 몸소 체화한 내야진 전부의 활약을 내년에도 기대할 수 있다.

 

아쉬웠던 선수 – 외국인 타자 및 외야

10위 팀에서 아쉬웠던 선수를 꼽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한두 선수만 선정하기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선 100만 달러를 지불한 라이온 힐리는 OPS 0.700을 기록하며 실망을 안겼다. 전에 지도한 적 있는 제자로 수베로 감독이 기대를 드러낸(링크) 대체 외국인 선수 에르난 페레즈도 OPS 0.730을 기록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외야진에는 주전이라고 부를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단지 어느 한 자리가 공석이 아니었다. 세 자리 모두 무한 경쟁과 실망의 악순환이었다. 장운호, 노수광, 최인호, 정진호, 김민하, 이원석, 임종찬, 강상원, 유장혁(개명 후 유로결) 등이 힘을 보탰지만 이 중 타율 0.250이나 OPS 0.700, WAR 0.50 중 어느 한 허들이라도 넘긴 선수는 없었다.

 

그럼 투수는?

투수는 기대만 나타내기도, 그렇다고 실망스럽다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닉 킹험은 빼어난 ERA 3.19를 기록했지만 시즌 중 광배근 부상을 당하는 등 가까스로 144이닝을 충족하는 데 그쳤다. 라이언 카펜터는 큰 부상 없이 170이닝을 소화했으나 ERA 3.97로 ‘2선발’ 이미지에 가까웠다.

명과 암이 섞인 것은 국내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선발투수 김민우는 생애 첫 정규이닝을 달성하는 등 변수보다 상수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한화의 4, 5선발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불펜에서 95년생 김범수는 구위를 성적으로 연결했으며 97년생 강재민은 올림픽 대표팀에 탈락한 것이 논란이 될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85년생 정우람은 한화 이적 후 가장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전망

시즌을 앞두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대가 적지 않은 신규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링크)과 특급 신인 투수 문동주를 필두로 한 2022년 신인 외 긍정적인 요소는 불투명하다. 터크먼과 문동주마저도 상수가 아닌 변수다.

당장 2022시즌에 암흑기가 끝날 것으로 볼 근거는 많지 않다. 현재의 혹독한 리빌딩이 결국 성공적인 부흥기로 이어지는 배경이 될지, 배경이 된다면 부흥기는 언제부터일지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화 팬에게는 애석하게도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야구공작소 곽창현 칼럼니스트

참고=KBO 공식 홈페이지, KBO 공식 기록 앱(KBO STATS)

에디터=야구공작소 전언수, 이현승, 홍기훈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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