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22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막을 내렸다. 총 1006명의 선수들 중 100명의 선수가 지명되었다. 각 구단의 총평을 들어보면 뎁스의 강화를 위해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의 선수들을 적절히 선발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선발된 선수들 모두 능력이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다만 필자의 개인적인 시선으로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대형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장비와 기술 그리고 선수들의 신체 능력, 조건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는 선수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몇몇 야구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프라가 작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코칭 스텝과 선수들은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반응은 매해를 거듭할수록 야구의 수준이 거꾸로 가고 있는 거 같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다들 하나 같이 본인 세대가 가장 야구를 잘했다고 주장을 한다. 그중에서도 선수들 사이에서 주로 얘기가 많이 나오는 해는 02년, 04년, 05년, 06년이며, 그 시대의 선수들은 김진우, 김주형, 박병호, 권혁, 송은범, 류현진 등이 있다.
이 당시 한국 고교야구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다. 물론 03년도 이후로는 나무 배트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협회에서 선수들의 나무 배트 적응력 향상을 위하여 06년도까지 압축 나무 배트 사용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압축 나무 배트는 잘 부러지지 않는 배트로 알루미늄 배트와 상당히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나무 배트의 도입 배경
2004년 4월 국제야구연맹이 18세 이하 청소년급 국제대회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대한야구협회가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 사용 금지 공문을 내렸다.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결정된 조항이었다. 그 당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잠시 이슈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프로에 입단하기 전 나무배트 사용에 대한 적응력을 기를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를 점하며 이슈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나무 배트가 도입된 15년이 지난 지금, 위 주장에 과연 몇 명이나 동의할 수 있는가?
고등학교 타자들은 힘들어!
우선 알루미늄 배트와 달리 나무 배트는 타격 후 부러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고교 선수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선수는 이러한 이유로 풀 스윙을 하는 대신 정확히 맞추는 데 초점을 두기도 한다고 한다. 이는 선수가 본인의 퍼포먼스를 온전히 펼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또한, 나무 배트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마추어와 프로 규정에 배트 길이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 무게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알루미늄 배트의 경우 보통 33 in에 28oz(약 793g) 또는 33in에 30oz(약 850g)가 사용된다. 반면 프로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33.5in에 880g의 나무 배트를 사용하는데, 아마추어 선수들은 보통 최저 라인을 850그램(시중 최저 무게는 830g)으로 선택한다. 850g의 나무 배트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30oz의 알루미늄 배트와 무게는 동일하나, 무게 중심이 헤드 부분에 집중된 나머지 알루미늄 배트에 비해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따라서 선수들은 기술적인 훈련보다 힘을 기르는 데 혈안이 되기도 한다. 기존의 어마어마한 훈련양에 더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신체적 부담감 또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타자들의 경기적인 기량 역시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급격하게 약해졌다. 프로 경기처럼 1~2개의 홈런이 나오고 대량 득점이 나오던 예전과 달리 1점차 승부가 많아졌으며, 대회에서 1개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홈런상을 받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최근 대회를 살펴보면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전만 못하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결과만 갖고 기량 저하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마추어 현직에서 20년 가까이 지도를 한 A감독에 따르면 “선수들이 타격 연습을 할 때부터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낀다”고한다. 프리 배팅 연습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팀 내 대부분의 선수들이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중심타선을 맡은 선수들 외에는 이러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무 배트의 사용이 타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투수의 기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투수의 자질로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구속이다. 예나 지금이나 볼 빠른 투수는 어디서든 대환영이다. 그 다음이 제구력이다. 알루미늄 배트 시절을 경험한 프로구단 A선수에 따르면 그 당시에는 공이 아무리 빨라도 홈런을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제구하려고, 변화구를 더 예리하게 던지려고 노력했고 그렇지 않으면 타자를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타자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니 더이상 무리해서 빠른 볼을 던질 필요가 없어졌을 거라고 한다. 130km 중반의 패스트볼과 약간의 변화구와 제구력만 갖추고 있다면 압도적인 피칭은 불가능하여도 충분히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즉 구속과 제구력 2가지를 모두 갖춘 투수가 드문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최근 김진욱, 이의리, 장재영, 조요한 등 150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신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배트가 무겁고 부러질 우려가 있어 연차가 낮은 프로선수들도 제대로 된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이로 인하여 고등학교 리그의 투타 수준이 투고타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저타저가 됐다.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투타 서로의 균형이 맞는 투고타고가 되어야 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고교야구에서 다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게 된다면 물론 몇 년 간 타자들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다른 부분들은 점차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선 알루미늄 배트의 빠른 타구를 잡기 위하여 디펜스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투수들도 생존하기 위해 더 빠른 볼을 던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더 깔끔한 변화구와 제구력도 갖춰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야구계는 과거와 다르게 지도자들이 새로운 야구이론을 받아들이며 발전된 지도에 앞장서고 있고,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군다나 랩소도, 블라스트 모션, 드라이브라인 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장비와 훈련 방법 등이 많아 졌기에 과거보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더 크게 성장할 요인이 많다고 본다.
인터넷 방송 및 미디어 매체에서 아마추어 경기를 중계하는 모습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보다는 루즈한 경기들이 상당히 많다. 보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다. 부모님과 가족, 학교 동료 친구, 프로 관계자 그 외에 관련된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면 사실상 찾아보지는 않는다. 과거 80년대와 같은 열풍은 힘들지 몰라도 알루미늄 배트의 도입은 프로야구와 또 다른 야구의 묘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시즌 중단 등 다양한 사건사고를 맞으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프로야구다. 야구의 인기를 다시 원복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야구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팬들에게 한 층 수준 높은 레벨의 야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경기 내외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하며 그 해결책 중의 하나는 아마추어 리그의 나무 배트 사용을 금하는 것이다.
야구공작소 박문권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서주오, 송인호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