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오설리반, 넥센 히어로즈
선발투수, 우투우타, 185cm, 111kg, 1987년 9월 1일생
[야구공작소 남통현]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인 넥센 히어로즈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1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션 오설리반이다.
배경
12세 무렵의 오설리반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의해 ‘전미 최고의 12세 유망주(Best 12-year-old)’로 선정되었던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일 적의 오설리반은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이 90마일을 상회하는 특급 투수 유망주였다. 특히 만 17세 시즌이었던 2004년에는 11승 1패를 기록하면서 캘리포니아 동부 카운티에서 올해의 투수 상과 올해의 선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나선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생각만큼 높은 순위에서 지명 받지 못했다. 그해 들어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평가에서도 다소 내리막을 타고 만 탓이었다. 결국 오설리반은 3라운드에서 전체 103순위로 LA 에인절스의 선택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루키 리그와 싱글 A는 오설리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오설리반은 프로 첫 시즌 루키 리그에서 71⅓이닝을, 이듬해에는 싱글 A에서 158⅓이닝을 소화하면서 연속으로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확연한 수준 차이를 과시하면서 마이너리그 하위 단계를 빠르게 돌파한 그는, 그러나 이후 마주하게 된 보다 높은 수준의 리그들을 상대로 고전을 거듭하게 된다.
오설리반은 2008년부터 2년간 상위 싱글 A부터 트리플 A까지를 빠르게 졸업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좋지 않았다. 높은 리그로 승격될수록 평균자책점이 함께 상승하면서 트리플 A에서는 무려 5.48의 기록을 남기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기대 이하의 성장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에인절스는 프로 입문 4년만인 2009년에 그를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켰다. 겨우 만 21세 때의 일이었다.
지나치게 빠른 진급이 독이 된 것이었을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오설리반은 더 이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9년부터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총 34번의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각 시즌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5.92 – 5.49 – 7.25에 달했다. 팀에서의 입지도 불안정했다. 2010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소속을 옮겼고, 2012년에는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한 끝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현금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빅리그 정착에 실패한 대부분의 유망주들과 마찬가지로 오설리반의 이후 커리어는 여러 팀의 트리플 A 로스터를 전전하는 ‘저니맨’ 생활로 점철되었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오설리반을 찾는 경우는 가끔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을 때 정도였다. 한동안 마이너리그를 유랑하던 그는 결국 2017년, 11년에 걸친 미국 프로야구 생활을 중단하고 KBO리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근 7년간 마이너리그 & 메이저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오설리반의 장점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하나는 안정적인 제구력이다. 과거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팀내 최고의 제구력을 보유한 유망주로 선정되기도 했던 오설리반은, 트리플 A에서 2.7개의 통산 9이닝당 볼넷 개수를 기록했을 만큼 커리어 내내 안정적인 제구력을 선보였다.
또 다른 강점은 싱커와 커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아우르는 다양한 구종들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의 빠른 공을 잃어버린 오설리반이 평균 이하의 구속으로도 마이너리그 하위 단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적인 제구력과 더불어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하는 효과적인 볼 배합이 있었다.
세 번째 강점으로는 마이너리그에서 쌓은 수많은 선발등판 경험을 꼽을 수 있다. 오설리반은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만 통산 258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는데, 이는 KBO리그를 찾는 선수들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의 경력이다. 올 시즌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 투수들 중에도 오설리반보다 많은 마이너리그 선발등판 경력을 지닌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스캇 다이아몬드 역시 선발로 등판했던 경기는 120경기가 고작이다. 즉, 경기 운영 능력과 선발로서의 경륜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KBO리그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강점으로 분류될 만한 부분도 있다. 메이저리그의 기준에서 보면 평균 구속이 145km, 최고 구속이 150km 안팎에서 형성되는 오설리반의 패스트볼은 결코 뛰어난 편이 아니다. 그러나 KBO리그의 시선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탯티즈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KBO리그에서 이보다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했던 투수는 단 6명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마주할 한국 무대에서 오설리반은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강속구 투수의 지위를 되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점도 없지 않다. 우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위력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오설리반이 구사했던 대부분의 구종들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위력을 발휘했다. 구종 가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은 슬라이더뿐이었다. 즉,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는 점이 한국에서도 단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오설리반의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6.4개로, 그동안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수준이다(니퍼트 8.7, 노에시 8.3, 보우덴 8.1, 린드블럼 7.8, 로저스 7.1, 허프 7.1).
<선발 경험은 풍부하지만 압도적이지 못했던 오설리반>
이 저조한 탈삼진율에는 타고투저 성향의 트리플 A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것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고타저 성향의 인터내셔널 리그(IL)에서 활약했던 2015년에도 오설리반의 9이닝당 탈삼진은 6.6개로 통산 기록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가 여태까지 보여준 부족한 탈삼진 능력은 선수 본연의 특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오설리반은 스트라이크 존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유형의 투수로, 볼넷과 삼진, 홈런이 모두 적은 대신 다량의 인플레이 타구를 발생시키는 편이다. 문제는 KBO리그가 이러한 유형의 투수들에게 그리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KBO리그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331에 달했다. 오설리반의 리그 적응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거둔 성적도 아쉬움을 남긴다. 오설리반은 지난해 IL 소속으로 105⅓이닝을 투구하면서 4.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투고타저였던 리그 성향을 감안하면 그리 좋지 못한 수준의 기록이다. 9이닝당 탈삼진과 볼넷 허용은 각각 7.3개와 2.3개로 통산 기록보다 준수했지만, 피안타율이 0.280으로 높았던 탓에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32에 이르렀다. KBO리그에서의 성패 역시,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국 얼마나 약한 컨택트를 유도해내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오설리반은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여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며 약한 타구를 유도해내는 ‘피네스 피처’ 타입의 선수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은 훌륭하나, 구위 자체가 압도적인 편은 아니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대목이지만, 그간 보여준 패스트볼의 구속이 KBO리그에서는 상위권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다. 10년 동안 부상 없이 매년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의 내구성과 풍부한 선발 경험 역시 엄청난 강점이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안정적인 제구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변수는 역시 넥센의 홈 구장인 고척돔과의 궁합일 것이다. 지난 시즌, 고척돔은 안타와 2루타, 3루타 모두에서 평균 이상의 높은 파크 팩터를 기록했다. 탈삼진보다는 인플레이를 통해 타자를 잡아내는 오설리반의 투구 스타일을 생각하면 둘 사이의 궁합은 다소 불안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약간은 불리한 성향의 홈 구장에 순탄하게 적응할 수 있을지의 여부 역시 그의 성패를 판가름해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설리반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근래 넥센을 거쳐간 라이언 피어밴드와 스캇 맥그레거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특출하지 않은 구위 대신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을 앞세워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의 투수들이었다. 비슷한 유형이면서도 이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춘 투수가 바로 오설리반이다. 그보다 앞서 넥센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브랜든 나이트나 벤 헤켄처럼 확실한 결정구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아도,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균형 잡힌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라 부를 만큼의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안정성에 있어서는 많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비슷한 유형의 저렴한 외국인 투수들을 연달아 영입하면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넥센 히어로즈가 오랜만에 고액의 영입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금액에 걸맞은 1선발로서의 활약을 오설리반에게 기대하고 있다. 과연 넥센의 외국인 투수 영입이 이번에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참고: Baseball Reference, Baseball America, Fangraphs,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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