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중인 김택형 사진= SSG 랜더스 제공
SSG 랜더스는 이번 시즌 선발 쪽의 문제도 컸지만 불펜 쪽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장지훈, 최민준, 박민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중심이 되어줘야 할 김상수, 김태훈, 서진용, 하재훈은 예전만 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고, 베테랑으로 활약한 신재웅, 정영일은 1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으며, 시즌 종료 후 방출을 피하지 못했다.
불펜 투수들의 변을 하자면, 선발 투수들의 많은 이탈로 자연스레 불펜 투수들에게도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이다. 그래도 접전에서 불펜 투수들이 리드를 지켜줬더라면 싶은 아쉬운 경기들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불펜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줬던 투수가 있는데, 바로 SSG 랜더스의 김택형이다.
이번 시즌 성적을 간단히 살펴보면, 59경기 등판에 75.1이닝 5승 1패 4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단순 클래식 스탯으로만 확인해도 지난 3년간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된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표1. 김택형의 SK 와이번스 이적 후 성적
선발로도 활약한 2015시즌을 포함하더라도 이미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성적 또한 가장 좋다.
이번 시즌 변화를 언급하기 앞서, 김택형이 이전에 겪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구속 감소, 단조로운 구종
부진의 이유로는 우선 패스트볼의 구속 하락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3km/h 정도 하락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선발 등판이 10회 포함되어 있는 2015시즌 기록은 제외하고 불펜으로만 등판한 시즌만을 비교했다.)
표2. 연도별 김택형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 비교
2016시즌 김택형의 평균자책점은 7.62로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빠른 구속의 패스트볼은 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빠른 구속과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유형이다 보니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감소한 것은 치명적이었고, 자연스레 더 좋은 성적은 나오지 못했다. 거기에 불펜으로 등판한 4시즌 동안의 구종 구사율을 살펴보면, 패스트볼, 슬라이더 투 피치로 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구속 감소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더 크게 만들었다.
표3. 연도별 김택형의 구종 구사 비율
잡히지 않는 제구, 구속 감소가 제구에도?
표4. 연도별 김택형의 K, BB, K/9, BB/9
넥센 시절인 2016시즌에는 탈삼진과 볼넷 비율이 매우 좋았다. 당시에도 제구는 가끔 흔들렸지만, 볼넷의 허용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2016시즌 이후에는 (표본은 크지 않지만) 볼넷의 개수, BB/9 모두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고무적인 점은 구속이 전보다 하락하고 볼넷을 자주 허용하면서 제구가 흔들렸음에도 탈삼진은 꾸준하게 많이 잡아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을 한번 살펴보면,
표5. 연도별 김택형의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
2016시즌에는 빠르고 강한 공을 앞세워 많은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2016시즌 이후로는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60%를 넘기지 못했고, 비율 역시 10%P 가까이 하락했다. 김택형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투구폼의 교정이 필요했을 정도로 제구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투수였다. 따라서 이전엔 맞더라도 크게 존을 보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구속의 감소는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졌고, 장점인 강하고 빠른 공으로 타자와 승부를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요약하자면, 빠르고 강한 공을 앞세워 타자를 상대하던 김택형은 구속을 잃어버림으로 인한 자신감 하락과 함께 원래 흔들리던 제구 역시 더 안 좋아져 힘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김택형은 어떤 점이 변화했을까?
더욱 더 몸을 닫아 준다면
김택형은 위와 같이 떨어진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구폼 변화를 가져갔지만, 제구 또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에 제구를 잡기 위해 투구폼을 기존의 와일드한 폼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덜한 안정적인 투구폼으로 변화를 가져가는 등 많은 투구폼 변화를 가져간 경험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과거의 구속을 찾지 못하고 제구 또한 잡지 못하면서 오히려 잦은 투구폼 변화로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군 문제 또한 이제는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묘수가 필요했다.
(2021년 3/30 LG 상대 시범경기 중 투구 장면 출처:SPOTV)
시범경기에서 김택형이 이번 시즌 선택한 묘수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기존과는 다른 위와 같은 투구 준비 동작의 변화를 가져갔다.
아래 첫 장면은 김택형의 2020시즌 중 투구폼이고 두 번째 장면은 2021시즌 중 투구폼이다. 2020시즌 투구폼을 살펴보면 다리를 오픈하고 상체는 1루를 바라보고 있다. 반면 2021시즌 투구폼은 다리를 1루 쪽으로 크로스하며 닫아 놓아 글러브 전체가 2루 쪽에서 보이고, 타자에게는 등이 보일 정도로 의식적으로 몸을 닫아 놓은 채 투구를 준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힘을 사용할 공간을 미리 만들어 놓고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 7/19 LG전 투구 장면 출처:SPOTV)(2021년 7/8 키움전 투구 장면 출처:SPOTV)
2021시즌과 같은 투구 준비 동 변화를 김택형이 가져간 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여러 긍정적인 효과들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점점 빨라지는 패스트볼
아래 그래프를 확인해보면 점점 변화에 적응했는지 시즌 초 떨어졌던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게임을 거듭하면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택형의 2021시즌 투구 일자별 패스트볼 평균 구속
이번 시즌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4.6km/h로 작년(144.7km/h)과 비슷한 수준이였다. 하지만 많은 투구수와 잦은 구원 등판으로 시즌 막판 평균 구속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더 빠른 평균 구속을 기록할 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패스트볼 구속이 하락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상승 추세를 보인 것으로도 매우 고무적이였다.
자연스레 잡힌 제구?
표6. 김택형의 2018-2021시즌 BB, BB/9, Strike와 Ball 비율
투구 준비 동작의 변화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부분으로 제구를 뽑을 수 있다. 앞선 시즌들의 기록과 비교해 수치적으로 가장 크게 변화했다. 이닝을 더 소화한 현재 앞선 세 시즌 동안의 BB/9인 7.71, 9.26, 7.83개와 비교하면 의미있는 발전을 이뤄냈다. 사실 4.82개 역시 좋은 수치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시즌 초반에 몰아서 흔들렸으며, 타이트한 상황에 자주 등판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이 많다. 또, 3년 동안 60%를 넘지 못했던 스트라이크 비율 역시 이번 시즌 60%를 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2021시즌 김택형의 구종별 투구 분포도
이번 시즌 구종 구사 위치를 히트맵으로 살펴보면, 직구는 예전에 비해 바운드 되는 공의 비율이 줄었고, 존의 보더 라인에 투구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존 안에서 투구가 되고 있고, 강한 구위를 동반해 하이볼을 던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슬라이더는 의도적으로 우측 낮게(특히 좌타자 상대 시 슬라이더를 34.8% 구사한다.), 스플리터는 우타자와의 승부를 위해 추가한 구종으로, 조금 손에서 빠지는 공이 나왔지만 하단에 잘 구사가 잘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택형의 제구가 구석구석을 공략할 정도로 향상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장점인 강하고 빠른 공으로 존을 공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포크볼의 추가
다음으로는 패스트볼, 슬라이더의 투 피치에서 하나의 무기가 추가된 점이다.
2020시즌까지는 패스트볼, 슬라이더 두 가지만을 던졌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포크볼을 세 번째 구종으로 구사하고 있다. 좌타자 상대 시에는 슬라이더로 충분했지만, 우타자에게는 마땅한 구종이 없었다. 그래서 포크볼로 기존의 투 피치에서 벗어나 우타자들에게 선택지를 늘려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다(포크볼은 좌타자에게는 구사율이 0%에 가까웠다). 이로 인해 기존에 던지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역시 노림수에서 벗어나고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효과를 받고 있다.
김택형 역시 인터뷰에서 “직구 슬라이더 밖에 없었는데 벗어나는 공이 생겨서 승부하기 편해졌다”, “포크볼이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면서 포크볼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로 승부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라고 답하며 포크볼 장착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표7. 김택형의 2018-2021시즌 구종 구사 비율
이제는 믿고보는 랜더스 불펜의 중심 김택형
SSG는 선발, 불펜 할 거 없이 모두 힘든 시즌을 치뤘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김택형의 활약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거기에 김택형은 선발 출신이기에 불펜으로도 많은 투구 수, 이닝을 책임질 수 있고, 나중에는 선발로도 전향할 수 있는 쓰임새가 많은 투수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후반기에 팀에서 김택형에게 중요한 마무리 역할을 맡겼고,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서진용, 김상수가 마무리 자리에서 확실치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택형은 보란듯이 기회를 잡아냈다. 이제는 팀이 맡길 역할이 어떤 역할이든 김택형은 준비가 되어있다.
야구공작소 순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서주오, 홍기훈
기록 출처= 스탯티즈(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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