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공식 트위터)
*2021년 성적은 한국시간으로 8월 3일 화요일이 기준입니다
202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승 1패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꺾고 디비전 시리즈로 진출했다. 2013년 이후 오랜만에 맛본 디비전 시리즈였지만 오클랜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넘지 못했다(1승 3패 탈락). 그렇게 오클랜드의 가을은 또다시 정상이 아닌 곳에서 마무리됐다.
지난해 오클랜드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의 연장선이었다.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줄 해결사가 없었다. 솔로홈런 2개를 제외하면 매번 침묵으로 답했던 가을의 맷 올슨이 오클랜드의 2020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팀의 리더인 맷 채프먼이 고관절 부상으로 일찍이 시즌을 마친 상태에서 또 다른 맷(Matt), 올슨이 중심을 잡아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23타수 3안타).
운과 실력, 어느 것 하나 받쳐주지 못했던 2020년
A와 B는 각기 다른 시즌에 올슨이 남긴 성적으로 전자(A)는 2019년, 후자(B)는 2020년의 성적이다. 경기 수 차이는 있지만 1년 새 올슨의 공격력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물론 올슨에게 2020년은 예년보다 운이 잘 따라주지 않았던 시즌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올슨의 BABIP(인플레이 타율)은 직전 3시즌 평균과 비교해 너무 낮았다(.288 → .227). 또한, 올슨의 실제스탯은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기반으로 한 기대스탯 보다 낮은 곳에 있었다. 여전히 리그 상위 10% 안에 드는 타구 속도(92.3마일)와 함께 강한 타구(하드힛 비율 45.9%)를 많이 만들어 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올슨의 2020년은 불운에 가까웠다.
표 1. 지난해 올슨의 실제스탯과 기대스탯
하지만 운만을 탓하기에는 여러 지표가 올슨을 범인으로 가리켰다. 올슨도 올해 1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스윙 궤적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작년에는 배트가 수평 궤적을 그리면서 들어온 코스대로 공을 쳐내지 못했어요” – 맷 올슨 –
지난해 올슨의 평균 발사각도는 19.6도로 2019년(19.4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발사각도 8~32도, 다시 말해 단타성 라인드라이브(8~16도)와 장타, 홈런으로 이어지는 플라이볼(24~32도)를 모두 아우르는 스윗 스팟(sweet spot)의 비율이 36.1%에서 30.1%로 크게 낮아졌다.
*sweet spot은 ‘방망이로 공을 치기에 가장 효율적인 곳’을 의미한다.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지금까지 8~32도에 형성되는 sweet spot의 장타율은 1.103에 달했다.
또한 타구 속도가 95마일 이상인 타구(하드힛)를 기준으로 올슨의 발사각도는 22도로 이는 이전의 올슨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18년 15도, 19년 18도). 지난해 올슨이 기록한 발사각도 40도 이상의 타구 비율은 역시 처음으로 20%를 넘겼다(21.8%). 이렇듯 올슨의 스윙은 분명 예전과 차이가 있었고 평소와 달랐던 2020년의 스윙은 올슨이 가진 약점을 더욱더 부각했다.
데뷔 시절부터 10%가 넘는 볼넷 비율을 기록할 만큼 올슨은 좋은 선구안을 가진 타자였다. 물론 이러한 뛰어난 구종 인식은 컨택보다는 홈런으로 직결됐다.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과 함께 올슨의 컨택률은 리그 평균보다 낮은 선에 있었고 삼진 비율은 리그 평균을 상회했다.
그림 1. 시즌 별 올슨의 컨택률과 리그 평균 컨택률 비교
작년에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리그 평균보다 낮은 컨택률과 많은 삼진이 동반됐다. 하지만 지난해 올슨의 컨택률(68.1%)은 규정타석을 소화한 142명의 타자 중 125위에 위치할 정도로 너무 낮았고 삼진 비율은 리그 하위 9%에 들 만큼 그 수치(31.4%)가 너무 높았다.
올슨이 기록한 77개의 삼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건 패스트볼(45개)이었다. 직전 시즌 대비 약 1.5배가량 늘어난 헛스윙률(40.5%)과 함께 회복세를 보였던 올슨의 패스트볼 상대 wOBA는 2020년에 다시 추락했다. 더불어 패스트볼 상대 타율은 .273에서 .207로 뚝 떨어졌다.
그림 2. 올슨의 패스트볼 상대 성적 변화
패스트볼만큼이나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원래도 브레이킹볼(슬라이더, 커브) 계열에 약점을 드러냈던 올슨은 지난해 상대 성적이 더 안 좋아졌다(.143 .208 .347). 특히나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게 커브였고 지난해 올슨의 커브 헛스윙률(48.3%)은 커리어 통틀어 가장 높았다. 오프스피드(체인지업, 스플리터) 상대 성적은 브레이킹볼만큼의 하락세를 보이진 않았지만 직전시즌과 비교했을 때 이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wOBA .398 → .281).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과 업그레이드
앞서 이야기했듯 올슨은 지난해 부진이 예전 같지 않은 스윙에서 비롯됐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프시즌의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스윙 복원이었다.
먼저 올슨은 대런 부시(현 오클랜드 타격코치)와 함께 비디오를 통해 이전에 좋았던 스윙과 작년의 스윙을 비교해보며 문제점을 찾아 나섰다. 이와 함께 올슨은 뱃 포지션, 손의 위치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체크해가며 스윙을 가다듬었다.
마지막으로 이전에는 쓰지 않았던 한 장비를 훈련 루틴에 추가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나갔다. 지난해 8월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로 합류한 토미 라 스텔라는 리그에서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 타자다. 이러한 라 스텔라의 곁에는 늘 자그마한 피칭머신이 함께했다. 낮은 각도에서 높은 회전수의 포심을 뿌리도록 설계된 피칭머신을 매일 같이 이용하면서 라 스텔라는 본인의 스윙 궤적을 점검했다. 이 모습을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봤던 올슨은 그해 시즌이 끝나고 라 스텔라가 쓰던 것과 똑같은 장비를 구매했다. 올슨은 라 스텔라의 피칭머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스트라이크존을 향한 보다 더 효율적인 스윙 궤적을 찾아 나섰고 그간 형성됐던 나쁜 습관을 하나하나 버리며 패스트볼에 대한 대응력을 길러나갔다.
이렇게 올슨은 이전에 느꼈던 자신의 부드러우면서 파워풀한 스윙을 되찾기 위해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매일 같이 흘렸던 굵은 땀방울에 대한 보상은 얼마 지나서 않아서 바로 나타났다(2021년: .280 .373 .580 홈런 28개).
표 2. 올슨의 2020년 성적과 2021년 성적 비교
위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올슨의 삼진 비율이다.
오프시즌 동안 스윙 교정에 많은 시간을 쏟았던 올슨은 올해 정확성이 크게 좋아졌다(컨택률 68.1% → 78.9%). 특히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컨택이 눈에 띄게 발전했고(74.3% → 84.7%) 큰 폭으로 감소했던 아웃존 컨택 역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55.1% → 68%).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많은 헛스윙을 헌납했던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능력도 좋아졌다.
그림 3. 올슨의 구역별 패스트볼 상대 타율(좌-2020년, 우-2021년)
지난해 40.5%라는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패스트볼 헛스윙률을 자랑했던 올슨은 올해 이를 21.2%로 크게 낮췄다. 단순히 헛스윙률만 낮춘 것이 아니라 패스트볼에 대한 상대 성적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vs 패스트볼 타율 .300, wOBA .427).
이렇게 스윙 교정을 통해 올슨은 전체적인 컨택률에 있어 인상적인 증가폭을 만들어내며 스트라이크 존 전지역을 커버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더불어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헛스윙률을 절반 이상 줄였고(41.1% → 17.7%) 어느덧 리그에서 패스트볼을 가장 잘 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2021년의 올슨은 많은 홈런과 적은 삼진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를 모두 잡으며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선수가 된 것이다.
삼진 비율의 감소 외에도 올 시즌 올슨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은 ‘풀(Pull)’ 스윙만을 외쳤던 올슨이 필드 전 지역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타격을 하는 올슨은 매년 리그 평균보다 높은 Pull%(당겨친 타구의 비율)를 남겼다. 작년에도 올슨이 기록한 당겨친 타구의 비율은 47.4%였고 밀어친 타구의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19.5%).
하지만 올해는 당겨친 타구의 비율이 41.4%로 리그 평균(40%)과 아주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비율은 고스란히 더 많은 센터 방면 타구(33.1% → 35.8%)와 밀어친 타구(19.5% → 22.8%)의 증가로 연결됐다. 이는 올슨이 스윙 교정을 통해 타구의 방향을 가리지 않는 스프레이 히터로 진화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또한 상대하는 팀들이 더 빈번하게 수비 시프트를 구사하고 있는 가운데(88.7% → 92.7%)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이 인상적인 부분이다(시프트 시 wOBA .284 → .395).
(사진 출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공식 트위터)
2020년과 마찬가지로 2021년의 오클랜드의 타선은 기복이 심하다. 개막 6연패라는 암울한 시작과 기적 같은 13연승 속에도 타선의 등락이 함께 했고 최근 한 달간은 경기당 득점이 3.87점에 그쳤다. 이렇게 쉬지 않고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가운데 꾸준하게 제 역할을 해줬던 타자가 바로 맷 올슨이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에도 불구하고 올슨은 인터뷰 때마다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강조했다. 이처럼 올슨은 그 누구보다도 팀의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채프먼이 부진한 상황에서 그 승리는 온전히 올슨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의 중심이자 올해 완성형 타자로 성장한 올슨이 지금의 모습을 이어가야 오클랜드의 가을이 달라진다. 현재의 치열한 플레이오프 경쟁을 뚫고 매년 똑같던 가을의 레퍼토리를 벗어나기 위한 열쇠는 올슨이 쥐고 있다.
참고: The Athletics, Fangraphs, Baseball-Reference, Baseball Savant, MLB.com
야구공작소 이한규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지호,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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