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캐스트의 시대를 맞아 메이저리그 팬들은 회전수, 무브먼트, 회전수, 타구 속도, 발사각과 같은 데이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트레버 바우어의 회전수가 얼마나 올랐고, 새롭게 장착한 글래스노우의 슬라이더가 어떤 무브먼트를 갖는지 찾아보는 사람들도 더러 생겼을 정도다.
트래킹 데이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반가운 현상이다. 다만 베이스볼 서번트에서 추가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잘 언급되지 않는 기능이 있다. 바로 Swing/Take다. 잘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Swing/Take가 내용적인 측면에서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기대득점(Run Value)와 같은 어려운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고전적인 것이 때로는 정말 쉽고 직관적일 때가 있는 법이다. 바로 Swing/Take가 그렇다. Swing/Take는 고전적인 ‘스트라이크존 구역별 분석’을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주는 도구다.
Swing/Take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존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위의 그림에서 초록색 선이 스트라이크존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가운데(Heart, 보라색)/변두리(Shadow, 다홍색)/조금 먼 존(Chase, 노란색)/아예 버려진 존(Waste, 하얀색)으로 나눈다. 이 존을 이해했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한가운데에 공이 꽂힐 때는 타자들이 장타를 보면서 이득을 보고, 투수들이 최고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곳은 변두리 존이다. 조금 먼 존 혹은 아예 버려진 존의 경우에는 타자들이 주로 그 공을 지켜보면서 이득을 얻는데(저쪽 존은 당연히 볼이다.), 선구안이 좋지 않은 타자들은 조금 먼 존에서도 스윙이 이끌려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 이제 예시를 통해 Swing/Take이 무엇이며, 어떻게 보면 좋을지 한번 살펴보겠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예시
위 그림에서 가장 왼쪽은 총 요약본이니 나중에 설명하고, 중간부터 설명하겠다. Pitch Frequency란 이 선수에게 구역별로 투구된(투수 기준으로는 해당 투수가 던진) 비율을 의미한다. 그리고 괄호 안은 리그 평균이다. 투수들이 게레로를 상대로 한가운데에 공을 꽂는 비율은 21%다. 그런데 리그 평균으로 봤을 때 한가운데에 공이 꽂힐 확률은 26%다. 즉 게레로에게는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가운데 공이 평균적인 타자들에 비해 잘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에는 Swing/Take라는 것을 볼 수 있다. Swing은 그 존에 스윙이 나간 비율을 의미하고, Take는 그 존에 들어온 공을 지켜본 것을 의미한다. 예로 세 번째 칸의 노란색 바는 조금 먼 존에서 게레로가 취한 Swing과 Take의 빈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회색 점선 바는 리그 평균이다. 이는 게레로가 조금 먼 존에 스윙을 내는 빈도는 리그 평균인 21%보다 한참 낮은 11%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즉, 저 구역으로 향하는 유인구에 잘 속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옆에는 Run Value가 있는데, 이것이 설명하기가 좀 까다롭다. 계산 과정이나 정확한 개념은 차치하고 그냥 얻은 점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맨 위에 칸은 한가운데에서 스윙해서 몇 점을 벌었고, 몇 점을 잃었는지 알려준다. 게레로는 한가운데 스윙을 하면서 10점을 벌었고, 지켜보면서는 1점만 잃었다. 그리고 아예 버려진 존에서는 스윙을 해서 1점을 잃었지만 그냥 지켜보면서 4점을 얻었다. 이렇게 각 구역별로 스윙을 해서 얻은 점수의 총합이 +7점이고, 지켜보면서 얻은 점수의 총합이 +10점이다.
다시 맨 왼쪽으로 돌아와서, 가장 오른쪽 Run Value랑 비교해보면 감이 올 것이다. 게레로는 한가운데에서 스윙을 해서 +10점, 지켜봐서 -1점을 얻었으므로 총 +9점을 얻게 된다. 다른 구역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요약본이 왼쪽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내용이 절대로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걸 보는 순간 나름 재미있는 비교를 할 수 있게 된다.
첫해의 게레로는 한가운데 스윙을 해서도 별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반면, 두 번째 해부터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는 이 구역에 들어온 공을 폭격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참을성의 변화다. 게레로는 타자들에게 불리한 변두리/조금 먼 존에 스윙을 내는 빈도를 이전 2년에 비해 크게 줄이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카일 헨드릭스의 예시
헨드릭스는 올해 엄청난 부진에 빠지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구속이 지난해에 비해 1마일 정도 줄기는 했지만, 평년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기에 부진 원인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다.
헨드릭스는 구위로 타자를 찍어누를 수 있는 스터프를 보유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게릿 콜이나 저스틴 벌랜더와 달리 한가운데로 던질 경우 스윙에 의한 실점 억제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단적인 예로 게릿 콜은 2019시즌에 한가운데 스윙으로 16점을 억제했다. 이와 달리 헨드릭스는 성적이 좋았던 2019년에도 한가운데 존에서 일어난 스윙으로 총 3점을 내줬다. 그런 그가 한가운데 구사하는 비율이 약간 높아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3%P는 작은 수치기는 하지만 구역별 구사율이 연 단위로 변하는 정도에 비해서는 꽤 늘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변화는 미세하기에 무시해도 좋고,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타자들은 헨드릭스의 한가운데 공에 대해 예년에 비해 6%P가량 더 많은 스윙을 하면서 점수를 벌고 있다. 그리고 조금 먼 존에서는 6%P가량 스윙을 줄이면서 본인들에게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다. 헨드릭스의 Swing/Take가 이렇게 형성되는 이유를 추측해보면, 타자들이 많이 지켜보는 이른 카운트에 유인구를 사용하다가 불리한 카운트에 몰려 카운트를 잡으려고 한가운데 집어넣는 케이스가 많아졌을 수도 있다. 혹은 예전에는 헛스윙이 나오던 변화구의 위력이 떨어져 헛스윙이 안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Swing/Take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선수의 특성을 나타내는 수치에 가깝다. 특히 존별 Swing/Take는 더더욱 그렇다. 가령 공을 많이 보고, 출루에 집중하는 선수는 한가운데인 Heart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출루율을 기록한다면 그건 그 선수의 단점이 아닌 ‘종특’으로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선수의 약진 혹은 부진을 살펴볼 수 있는 시발점을 제공해주기에는 충분하다.
비록 시간 제약 때문에 많은 선수들을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Swing/Take 기능은 선수들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충분히 재미있는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회전수, 타구 속도와 같은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날이라면, 관심 있는 선수를 이 기능으로 분석해보는 것이 여러분의 머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환기해줄지도 모른다.
야구공작소 신하나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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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