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힐리(Ryon Healy)
내야수, 우투우타, 195cm, 104kg, 1992년 1월 10일(만 29세)
ML 통산 성적 – 405경기 1,514타수 395안타 69홈런 214타점 타율 0.261 OPS 0.748
2020시즌 성적 – 밀워키 브루어스(MLB) 4경기 7타수 1안타 타율 0.143 OPS 0.286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총 100만 달러
이번 시즌 KBO 리그에 새로 합류하는 외국인 야수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가진 선수는 단연 힐리다. ML에서 69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OPS는 0.748에 달한다. 리빌딩을 표명한 한화가 거액을 들여 영입한 것이 이해가 될 정도다.
최근 한화의 화력은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대표됐던 과거의 팀 컬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임 외국인 타자였던 호잉, 반즈 등도 폭발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이번에 영입한 힐리는 폭발적인 장타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외국인 선수다. 이 선수를 필두로 올해 한화의 타선은 달라질 수 있을까?
배경
캘리포니아주 LA 출신의 힐리는 고교 시절부터 주로 1루수와 3루수를 번갈아 경기에 나섰다. 이 당시만 해도 파워는 인상적이지만 컨택은 의문스럽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다행히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던 힐리는 3학년 시절의 호성적(0.333 11홈런 56타점)을 바탕으로, 2013 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의 3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재수 끝에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대학 무대를 한 번 거친 힐리는 고교 시절과 달리 파워와 컨택 모두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피드와 송구 능력에서 숙제를 남겼다. 이때부터 미래의 포지션은 1루수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맞이한 2014시즌, 힐리는 프로에서 첫 번째 어려움을 겪는다. 타자 친화적 리그인 캘리포니아 상위 싱글 A에서 장타율이 0.428에 그치며 파워에 의문 부호가 붙은 것이다. 장점인 장타력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한 힐리는 1년 만에 가치가 수직 하락했다.
이듬해에도 한 단계 상위 리그인 더블 A에서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장타율은 여전히 4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2년 연속으로 장타력에서 약점을 보이자 데뷔 초 뒤따랐던 장타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반전은 2016시즌부터 일어났다. AA와 AAA에서 86경기 만에 46개의 장타를 때려냈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7월 16일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단순히 데뷔에 그치지 않고 폭발적인 9, 10월(29경기 0.336 7홈런 20타점)을 보내며 이달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화려한 데뷔 후 맞이한 2017시즌, 힐리는 존 바깥쪽 유인구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며 생각보다 빠른 성적 하락을 겪었다(O-Contact* 16 – 66.7% / 17 – 58.9%). 이에 시즌 종료 후 선수단 정리가 필요했던 오클랜드는 힐리를 시애틀로 트레이드했다.
*O-Contact : 유인구를 포함한, 존 바깥쪽에 투구된 공에 대한 컨택 확률
팀을 옮긴 2018시즌에도 24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이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문제는 컨택 능력과 출루 능력이었다. 타율은 0.235에 불과했고, 출루율도 0.289에 그치며 장타력 대비 낮은 타격 생산성을 보였다. 당시 시애틀의 1루 사정이 좋지는 않았기에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분명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2019년에는 허리와 엉덩이 부상으로 47경기에만 출전하며 0.237 40안타 7홈런 26타점을 기록, 건강과 성적을 전부 놓쳤다. 시즌 종료 직후 시애틀이 연봉조정 자격을 얻는 힐리를 포기했고 그해 11월, FA 자격으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힐리는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덮친 2020시즌에 밀워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일단 ML 무대에서 생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7경기에서 1안타 OPS 0.28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빅 리그에서 완전히 경쟁력을 잃어버린 힐리는 2021년을 앞두고 KBO리그 한화행을 확정 지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힐리의 알파이자 오메가,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타력이다. 마침 지난 시즌 한화 타선의 가장 큰 약점(팀 장타율 0.338, 10위)은 장타의 부재였다. 비록 지난해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힐리는 이를 보충해 줄 충분한 장타력을 지니고 있다. 힐리는 ML 무대에서 기록한 통산 장타율 0.450을 기록했는데, 이는 테임즈가 NC로 오기 전 2년간 기록한 장타율 0.431보다도 높은 수치다.
물론 테임즈가 ML 복귀 이후 힐리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낸 점과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춘 만능형 타자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장타력만큼은 테임즈 못지않게 기대해 볼 여지가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첫 2년 성적(OPS 0.788)과 그 이후 성적(OPS 0.703)의 꽤 큰 차이다. 트레이드 후 주로 뛰었던 시애틀의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가 투고타저 성향이 짙다고 해도 1, 3루와 지명타자를 소화하는 선수로서는 한참 모자란 성적이었다. 성적 부진이 다가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부상까지 겹치며 고관절 수술도 받았다.
일각에서는 시애틀 트레이드 후, 장타를 위해 잡아당기는 스윙의 비중을 높인 점이 타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힐리는 데뷔 때부터 당겨치기 일변도인 타자였는데, 더 극단적으로 당기는 스윙을 하면서 스윙이 커지고,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치면서 바깥쪽 약점이 더 두드러져 무너졌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 시기를 전후로 좌우 스플릿도 차이가 있다. 데뷔 초 오클랜드 시절에는 좌투수 공략을 잘하는 선수(16~17시즌 204타수 64안타 0.314 11홈런)였는데 시애틀로 트레이드된 이후부터는 좌투수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18~20시즌 205타수 42안타 6홈런 0.205)을 보였다.
힐리는 커리어 내내 꾸준한 성적을 올린 것이 아니라 좋았던 기간과 부진했던 기간이 극명히 갈려있는 선수다. 결국, 힐리의 성공 여부는 어느 시점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전망
힐리는 가진 장점만큼 약점도 명확한 타자다. 많은 삼진(1,514타석 357삼진)과 낮은 출루율(통산 0.298)은 2년 연속 24홈런 이상을 기록했음에도 ML 구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결정적 이유였다.
ML 통산 당겨친 비율이 42.5%일 정도로 매우 높고, 공을 보는 것보다는 치고 나가는(BB/K 0.21) 것을 선호한다. 변화구 승부를 많이 시도할 KBO 리그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울 경우 헤매기 딱 좋은 스타일이다. 여기에 더해 안 그래도 공격적인 유형의 타자인데 상대 팀이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까지 활용하면 힐리의 부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화의 힐리 영입은 인상적이다. 현재 한화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장타력의 보강이 필요하다. 숱한 약점에도 ML 수준에서도 통용됐던 장타력을 보유한 힐리는 한화에게 매력적인 카드다. 여기에 아직 KBO 리그 구단들은 ML만큼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속팀의 새로운 수장인 수베로 감독 또한 시프트에 일가견이 있다. 힐리가 시프트의 벽에 가로막힐 때 같이 해법을 찾아 보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시프트로 인한 성적 하락은 지나친 걱정일 수 있단 의미다.
이례적으로 수베로 감독이 힐리에게는 프로다운 모습을 기대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어쩌면 힐리의 영입은 단순히 성적을 넘어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경험이 풍부한 힐리가 베테랑이 부족한 한화의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어린 선수의 멘토 역할까지 해준다면 힐리 영입은 한화에게 단순 성적을 넘어서는 의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승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참조= 팬그래프, 베이스볼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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