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배구선수들이 과거 학교폭력을 했던 사실이 밝혀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이들의 학교폭력은 중·고등학생 때 같은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흉기를 휘두르고 심각한 상해를 가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학교폭력가해자를 국가대표선수선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배구연맹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대한민국배구협회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 징계규정 정비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과거 학교폭력과 성범죄 등에 연루된 선수는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에 배제되며, 드래프트 시 해당 학교장 확인을 받은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며 내용이 허위사실로 확인될 경우 선수에게는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리고 해당 학교에는 학교 지원금 회수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프로선수들의 학교폭력은 비단 배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야구의 경우 안우진은 고등학생시절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후 프로에 입단해 비난을 받았고, 작년 NC다이노스 신인 1차 지명을 받았던 김유성은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것이 알려져 지명이 철회된 일이 있다. 프로야구협회(이하 KBO)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지명철회사건을 겪으며, 올해부터 신인선수들의 학교폭력 기록을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개인정보 공개 등의 법적인 문제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학교폭력사건과 관련된 프로배구선수 일부는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스스로 출전중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중과 팬들은 청와대국민청원에 관련 선수들의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등 강한 징계를 촉구하고 있다.
※ 현재 KBO와 구단은 과거 학교폭력을 저지른 프로선수를 징계할 수 있을까
연일 프로배구선수가 저지른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다른 종목도 학교폭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프로야구선수가 과거에 저지른 학교폭력이 폭로된다면 어떠할까. 학생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을 저지른 프로야구선수에게 구단이나 프로협회가 징계할 수 있을까.
학교폭력 행위
우선 ‘학교폭력 행위 그 자체’는 구단이나 프로협회의 징계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학교폭력은 초·중·고교에 재학 중일 때 발생했다. 당시 재학 중인 학교와 가입되어 있던 아마협회에서 징계할 수 있었던 것과 별개로, 프로 선수 신분으로 저지른 것이 아닌 이상 징계대상이 될 수 없다. 실제 이학주가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하기 전 음주운전을 저지른 것이 밝혀졌을 때, 구단 및 KBO가 징계하지 않은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폭로된 현재 구단 소속의 프로선수인 만큼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고, 형벌법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해당 내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고, 선수의 경기 외적 요소가 경기는 물론 구단과 협회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징계대상으로 삼는 것에 긍정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징계하려면, 이와 관련한 징계규정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만약 징계대상이 발생했을 당시 관련 징계규정이 없다면, 규정을 신설해서 소급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징계가 선수에게 불이익한 조치인 만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때 징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과 형법이 형벌불소급원칙을 규정한 것도 같은 의미다.
각 구단의 내부 규정은 별도로 하고, 현재 KBO규약(이하 ‘규약’)으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징계하기 어려울 것이다. 품위손상행위의 종류와 징계내용을 규정한 규약 제151조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제151조 기타항목에 「이 표에서 예시되지 않은 품위손상행위를 하였을 경우 이 표의 예에 준하여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구분된 품위손상행위의 내용이 프로선수의 신분으로 형법법령을 위반하고 구단 및 관중과 갈등을 야기한 경우인 것을 고려하면, 기타에도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폭력 연루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 등으로 구체적으로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한국배구연맹의 경우, 이번 사건을 겪으며 ‘학교폭력 연루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신설하기로 했다.
※ 현재 KBO는 신인선수들의 학교폭력관련 공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을까
KBO가 신인선수들의 학교폭력 기록을 확인할 필요성
앞서 기재한 것처럼 KBO는 올해부터 신인선수들의 학교폭력 기록을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KBO가 학교폭력 기록을 확인하는 것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가 대중과 밀접하고, 선수의 경기력 외의 요인들이 구단과 KBO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확인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KBO가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발급받거나 요청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KBO는 신인선수들의 학교폭력 기록을 어떠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학교폭력이 당시 공론화 됐다면, 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개정 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가해학생으로 조치를 받았거나, ② 학생선수가 학교폭력을 저질렀을 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 소속선수였다면 KBSA에서 징계를 받았거나, ③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 기소유예·소년보호처분·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예방법은 관련 내용에 대해 비밀누설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위원회 회의내용 또한 피해학생·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신청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공개한다. 그리고 초·중등교육법은 가해학생이 받은 조치가 경미한 경우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처분을 기재하지 않거나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졸업 전 삭제하도록 정한다.
그리고 KBSA는 사단법인의 지위에서 소속된 선수의 징계를 하고, 징계내용은 선수의 개인정보인 만큼, KBO가 직접 발급받거나 요청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하 ‘형실효법’)은 수사경력자료(기소유예와 소년보호재판을 받았다는 내용이 기재)와 범죄경력자료(벌금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 기재)의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소년법」은 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소년보호사건의 기록을 볼 수 있고,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은 그 사건 내용에 관하여 재판·수사·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을 고려하면, KBO와 구단이 신인선수 지명을 위해 학교폭력과 관련한 자료를 관련 기관으로부터 직접 받아볼 수 없을 것이다.
※ KBO가 학교폭력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
선수가 직접 기록을 발급받아 제출
우선 선수가 직접 자신과 관련한 기록을 발급받아 제출하게 할 수 있다. 선수는 당사자인 만큼 생활기록부, KBSA 징계자료, 수사자료표, 판결문 등을 발급받아 KBO 등에 제출할 수 있다.
이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 자료가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KBO 등은 자료를 제출받을 때 선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보관기간과 보관자를 정해 그 목적에 따라 철저히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 기재한 것처럼, 학교폭력 처분을 받았어도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거나 삭제되는 경우에는 확인이 어렵다. 또한 형실효법 시행령은 본인이 수사자료표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별도로 요구하지 않으면 3년이 지난 「소년법」상의 소년부송치 및 보호처분을 제외한다. 물론 선수가 3년이 지난 「소년법」상의 내용까지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년법」에서 ‘소년의 보호처분이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을 볼 때, 소년보호처분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소년법」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
「국민체육진흥법」의 징계정보시스템 활용
최근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체육회에 소속된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의 징계에 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한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 학생선수가 학교폭력으로 KBSA의 징계를 받으면 징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될 것이고, 본인이 원할 경우 징계정보관련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과거에 받은 징계도 전부 소급해서 등록되는지, 어떤 내용까지 등록되는지, KBO가 직접 조회할 수 있는지 등의 세부 내용은 관련법령과 예규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선수의 진술서 확인과 피해자의 신고절차 진행
나아가 실제 학교폭력이 존재했으나 공론화되지 않아 관련 자료가 없는 경우도 염두해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 외에 선수가 별도로 학교폭력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거나, 지명 전 학교폭력 피해자의 신고를 받는 절차를 신설하는 것도 고민해볼만 하다.
※ KBO의 학교폭력 내용 확인 및 징계와 관련해 고려할 점
다른 위법행위와의 형평성
현재 일련의 사태들은 프로선수들이 학생 때 저지른 ‘학교폭력’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의할 때, 선수가 학생이 아닌 영·유아나 성인을 대상으로 해당 행위를 한 경우, 선수가 학생을 상대로 다른 위법행위를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징계의 형평성
‘학교폭력’에 국한해 생각하더라도, KBO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폭력도 종류 및 내용에 따라 위법성과 처분에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KBO가 신인선수로부터 학교폭력 기록과 진술서를 받아보는 경우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일부만 제출하는 경우,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자료에 학교폭력 가해내용이 있을 경우 등’을 구분해서 프로진입을 원천봉쇄할 것인지 구단의 의견에 맡길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프로선수로 활동하는 중에 자료나 진술서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는 경우, 위의 경우와 비교해 징계정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는 선수의 직업의 자유와 구단의 계약의 자유 등을 제한하고, 사회적인 초과처벌이 될 수 있으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간의 징계형평에도 어긋난다.
※ 맺음말
필자는 직업상 학교폭력 및 미성년자의 범죄를 많이 다룬다. 다양한 사건을 접했지만, 어떤 종목이든 운동부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은 특이점이 있다. 피해자가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아닌 이상 신고를 하지 못하고, 용기를 내 어렵게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우수한 경기력 향상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건이 공론화 됐을 때는 피해자의 상처가 너무 커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프로배구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이 폭로되면서, 해당 협회는 물론 대한체육회·교육청 등 여러 기관이 징계와 대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부디 탁상공론이 아니라 운동부 학생들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피해자를 배려하는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
야구공작소 한민희 칼럼니스트
공동법률감수: 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 서동진
에디터: 이승호 이상평
일러스트: 홍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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