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파슨스(Arthur Wesley Parsons)
선발 투수, 우투우타, 196cm, 93kg, 1992년 9월 6일(만 28세)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 149경기(87선발) 26승 28패 8세이브, 594.2이닝 171BB 534K, ERA 4.06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 33경기(0선발) 1승 3패, 39.2이닝 32BB 29K, ERA 5.67
*2020년 등판 기록 없음
지난해 정규 시즌에 이어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한 NC 다이노스는 투·타 모두 고른 활약을 보였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전반기 흔들렸던 불펜과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의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이었을 것이다.
불펜은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할 수 있었지만, 라이트는 기복을 보이며 전반기 15경기 6승 3패, ERA 4.08을 기록했음에도 교체하기 어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NC와 라이트의 아슬아슬한 동행은 시즌 끝까지 이어졌지만, 다행히 그 동행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 라이트 역시 무릎 부상에도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는 투지를 보여주면서 NC와 라이트는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다.
라이트를 떠나보낸 NC는 대체자로 웨스 파슨스를 선택했다. NC는 파슨스와 총액 60만 달러(계약금 8만 달러, 연봉 32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했다. 혹자는 계약 총액이 지난해 라이트의 연봉보다 낮다는 데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도 영입 당시에는 팬들의 기대치가 낮았다. 계약 규모만 두고 무턱대고 실망하기에 지금 시점은 너무나도 이르다.
배경
본래 파슨스는 야구와 골프를 병행하던 유망주였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골프에 전념했던 파슨스는 3학년이 돼서야 야구에 집중했고, 고향의 마이애미 대학으로 진학 후 본격적으로 공을 던졌다. 야구에 전념한 지 3~4년밖에 안 된 파슨스는 별다른 실적을 쌓지 못했고, 자연스레 두 차례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외면받았다.
다행히 대학 마지막 해 성적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눈여겨봤고, 파슨스는 2013년 애틀랜타와 2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마이너리그에서의 첫 2년 동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파슨스는 투구폼과 제구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팔 근육 부상으로 예년처럼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고, 성장할 시기도 놓쳤다.
2017년 이후 웨스 파슨스의 마이너리그 성적
부상에서 복귀한 첫해인 2017년, 파슨스는 모처럼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좋은 활약에도 부상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트리플 A로 올라가서도 자신의 강점을 잃지 않으면서 평가는 점차 상승했고,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뤄냈다.
파슨스에게 2019년은 최고의 해였다. 2017, 2018년 활약을 바탕으로 5년 만에 애틀랜타 팀 내 유망주 30위 안으로 재진입했고, 2019년 스프링캠프에서는 10경기 15이닝 1볼넷 17탈삼진, ERA 0.00으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비록 두터운 애틀랜타의 투수진 탓에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메이저리그행이 아닌 트리플 A행을 통보받았지만, 파슨스의 꾸준한 모습은 계속됐다.
파슨스가 머물렀던 2019년 트리플 A는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도입돼 전년도 대비 홈런 수가 60%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파슨스는 27경기 56.2이닝 동안 ERA 2.86을 기록하고, 9이닝당 탈삼진은 8개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홈런은 1개만 허용하는 등 준수한 구위를 선보였다. NC도 파슨스 소개에 트리플 A 성적을 따로 표기할 만큼 파슨스는 상위 리그로 올라올수록 강했다. 파슨스의 통산 트리플 A 통산 성적은 47경기(15선발) ERA 3.41, 153이닝 52볼넷 140탈삼진이다.
하지만, 파슨스의 공은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고, 좌타자를 상대할 구질을 갖추지 못해 쓰임이 한정적이었다. 결국 파슨스는 2019시즌 도중 애틀랜타로부터 지명 할당됐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파슨스를 데려갔지만, 파슨스는 불펜으로 나와 15경기 ERA 6.98로 부진했다. 지난해 콜로라도와 재차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꿈꿨으나 끝내 오르지 못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우완 쓰리 쿼터인 파슨스는 196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을 잘 활용하는 투수다. 또한, 땅볼 유도에 능한 선수를 선호하는 NC답게 파슨스의 마이너리그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은 통산 1.57에 달한다.
주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다. 선발로 뛰었을 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마일 초반에 불과하지만, 높은 타점과 어우러져 마이너리그 레벨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패스트볼 자체의 움직임도 다른 투수들의 패스트볼보다 좀 더 가라앉는 움직임을 보여, 슬라이더와 함께 많은 땅볼을 양산하는 이유가 됐다.
파슨스의 구질 중 가장 매력적이라 평가받은 것은 슬라이더다. 평균 구속 86마일(138km/h)의 슬라이더는 상하로 낙차가 큰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타자들로부터 많은 땅볼 타구와 헛스윙을 유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19년 34.2이닝 231구로 적은 표본이지만, 파슨스의 슬라이더는 Whiff%(스윙 대비 헛스윙 비율) 30.6%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과 좋은 슬라이더를 가졌음에도 파슨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체인지업이 끝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을 개선하지 못한 파슨스는 트리플 A 수준 이상의 좌타자들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파슨스의 트리플 A 통산 좌타자 상대 성적은 64이닝, 4.50 ERA, 우타자 상대로는 89이닝 2.63 ERA를 기록했다.
제구력은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6개로 나쁘지 않지만, 더블 A 이상에서는 3개를 넘겨 뛰어나다 보긴 어렵다.
이처럼 파슨스는 평범한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 그리고 평범한 제구력을 극복해낼 만한 세 번째 구종의 부재 등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노출했다. 하지만 KBO 리그 기준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2019년 불펜으로 뛸 당시 파슨스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94마일(151km/h)에 달했다. 선발로 뛰게 된다면 그보다는 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균 구속이 140km/h 후반에 머문다 해도 지난해 KBO 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km/h에 불과했던 만큼 파슨스의 구속은 KBO 리그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앞서 체인지업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파슨스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도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평균자책점이 3.33에 불과할 정도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또한,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삼진이 8.1개에 달하고, 트리플 A에서도 8.2개로 유지할 만큼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여 KBO 리그에서는 구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볼 수 있다.
전망
지금까지 파슨스의 이력을 들었을 때 NC 팬들은 루친스키나 에디 버틀러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비 드래프트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배경, 확실한 구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루친스키를 떠올렸을 것이고, 콜로라도에서 망가진 이력과 슬라이더가 주 무기라는 점에서는 버틀러가 떠올랐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실전 부족을 논외로 한다면 파슨스는 버틀러보단 루친스키에 가까워 보인다. 우선 부상 우려가 적다는 것부터 버틀러와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KBO 리그에 오기 전까지 꾸준히 부상에 시달렸던 버틀러와 달리 파슨스는 지난 5년간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계점을 드러냈지만, KBO 진출 직전 마이너리그 성적이 좋았던 점은 루친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루친스키도 선발 투수로서 준수한 성적으로 트리플 A까지 올라왔고, 불펜으로 전환해 KBO 리그 진출 전 마이너리그에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파슨스와 루친스키 모두 각자의 주 구종으로 많은 땅볼을 유도했던 점도 유사하다. 파슨스는 슬라이더, 루친스키는 커터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췄고, 트리플 A에서 효과적으로 땅볼을 유도해냈다. 다만 루친스키의 커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잠시나마 통했고, 파슨스의 슬라이더는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파슨스의 슬라이더가 루친스키의 커터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파슨스가 루친스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장타 억제력이다. 루친스키도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홈런 허용 개수가 0.8개로 준수했지만, 파슨스는 이보다 낮은 0.5개를 기록했다. 이러한 파슨스의 뛰어난 장타 억제력도 타자 친화적인 창원NC파크를 홈구장으로 두고 있는 NC에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NC는 땅볼 유도에 능한 외국인 투수들을 몇 차례 데려왔지만 성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창원NC파크 개장과 함께 찾아온 루친스키를 통해 가능성을 발견했고 성공을 거뒀다. 루친스키와 유사한 이력을 지닌 파슨스를 통해 NC가 또 한 번 맞춤형 선발 투수 성공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야구공작소 유은호 칼럼니스트
참조=팬그래프, 베이스볼아메리카, 베이스볼 서번트, Milb.com
에디터=야구공작소 김동민, 이상평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홍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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