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피렐라, 1989년 11월 21일 (만 31세)
2루수/외야수 , 우투우타, 183cm 99kg
2020시즌 성적(히로시마 카프)
(NPB) 99경기 337타석 11홈런 2도루(3실패) 34타점 47득점 0.266/0.312/0.411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창단 첫 5년 연속 가을야구진출 실패’. 삼성의 지난 10년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온도차를 보였다. 팀에 암흑기가 찾아오자 구단은 매년 겨울마다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팀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았다.
코로나 19를 겪은 올해도 삼성의 오프시즌은 이전처럼 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인 부분은 FA로 오재일을 영입하며 장타력을 보강하는 등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4년 50억의 계약이 성사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외국인 타자와의 계약까지 끝마쳤다.
전임자 러프가 떠난 이후, 팀을 거쳐간 살라디노(부상)와 팔카(낮은 정확성 및 수비)는 각자의 이유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을 1루로 한정지을 이유가 없어진 상황에서, 새로이 동행을 시작하는 호세 피렐라는 어떤 선수일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배경
2006년 7월, 16세의 나이로 뉴욕 양키스와 30만달러의 자유계약을 맺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피렐라의 출발은 산뜻했다. 입단 후에는 주로 2루수와 유격수를 소화했고 2009년에는 상위 싱글A에서 준수한 타율(0.295)을 기록하며 승격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갔다.
2010년에도 상위 싱글A에서 30개의 도루를 기록했지만 부지런한 베이스에서의 모습과 달리 타석에서 2년 연속으로 0.6대의 OPS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주춤한 듯 보였다. 다행히 2012년부터 AA~AAA레벨에서 다시 준수한 무습을 보여주며, 2014년 9월 확장 로스터를 통해 ML데뷔에 성공했다.
꿈에 그리던 승격을 이뤄냈지만 2년 동안 44경기, OPS 0.642의 성적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했다. 양키스는 40인 로스터 정리를 위해 그를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했고 팀을 옮긴 직후인 2016년에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시즌 후 메이저 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2017시즌의 시작을 AAA에서 맞이했다.
다행히 리빌딩을 진행 중이던 샌디에이고는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피렐라는 6월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83경기에 나서는 등 주전 좌익수로 시즌을 마무리(0.288, 10홈런)했다. 그런데 막상 붙박이 주전으로 나선 2018년에는 포지션을 2루로 옮긴 영향인지 또 다시 부진(OPS 0.645)에 빠졌다.
결국 2019년에는 필라델피아로 현금 트레이드되는 등, 겨우 14경기 출전에 그치며 대부분의 시간을 AAA에서 보냈다. 시즌이 끝난 뒤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 날 히로시마와 계약하며 아시아 무대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개막전부터 5타수 3안타(1홈런)를 기록하는 등 시작은 산뜻했다.
문제는 미국 무대에서의 커리어처럼, 좋은 기세를 아쉽게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국인 타자임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성적(99경기 11홈런 OPS 0.723)을 기록하며 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삼성과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또 다른 아시아 무대인 KBO리그에 발을 디뎠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기본적으로 피렐라는 준수한 통산타율(마이너 통산 0.282)과 당겨치는 스타일을 바탕으로 치고 나가려는 의지가 강한, 공격적인 타격 접근법을 가져간다. 타석에서의 모습(마이너 통산 4463타수 335볼넷 BB% 7.3)도 공을 골라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유형의 타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도 다소 미흡하다(커브 상대 타율 0.231, 체인지업 0.238 – NPB기준). 우타자 기준으로 횡과 종으로 흘러나가는 코스에 대한 상성도 좋지 않다(108타수 24안타 0.222 – NPB기준).
가장 큰 문제는 타석에서의 적극성이 좋은 타구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다. ML 무대에서는 때려낸 타구의 절반 이상(GD% 51.1)이 땅볼타구였고 마이너 무대에서도 땅볼타구의 비율이 더 높았다(통산 땅볼/뜬공 비율 1.25). 양산하는 타구에 비해 생산성은 썩 좋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여기까지만 보면 팀 타선의 장타력 보강을 위해 영입했다는 구단의 기대와는 다른 타자처럼 보인다. 올 시즌 NPB 무대에서 기록한 순수장타율 0.146을 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규정타석 50% 이상 선수들 기준 외국인 최하 2위). 그런데 2019시즌부터 타석에서 한 가지 차이점이 생겼다.
기존처럼 공을 때리려는 시도만 가져가는 것이 아닌, 트렌드에 맞게 공을 띄우는 스윙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고 실제로 외야로 나가는 타구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다.
미국무대에서 기록한 통산 28.9%의 뜬공 비율이 2019시즌 샌디에이고와 필라델피아 산하 AAA에서 각각 36.7% / 41.1%로 상승하며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공인구 이슈가 있었던 2019시즌 AAA에서의 호성적(22홈런, 장타율 0.597)을 단순히 스윙변화로 인한 실력향상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AAA와 NPB에서의 성적 간극이 작지 않았기에 두 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의 평균값만 보여준다면 성공적인 동행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ML에서 활약했던 2017-18시즌의 기량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비&주루
피렐라는 한때 3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2루수(ML 127경기 889.1이닝)와 좌익수(ML 105경기 808.1이닝)에 나설 수 있는 자원이라고 평가하는게 맞다. 삼성의 2루에는 김상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때, 주로 좌익수로 경기에 나설 것이 유력해보인다.
통산 기록을 봐도 2루 수비(DRS -9 / UZR/150 -9.0)는 좋지 못하고 좌익수 수비(DRS +7 / UZR/150 4.7) 또한 평가하는 지표에 따라 다른 모습(OAA -1)을 보여준다. 수비 범위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었던 전임자 살라디노와 다르게 수비에서도 기대할 여지가 많은 선수는 아니다.
*OAA – 수비 성공 확률(Estimated Success Rate)을 기반으로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아내는지 보여주는 지표
*DRS – (Defensive Run Save). 한 선수가 동일 포지션의 평균적인 선수와 비교했을 때, 필드 상에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억제했는지(+)/더 내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UZR: UZR은 구장을 64개의 구역으로 분할하여, 구역마다 수비의 난이도를 달리 설정하여 특정 구역에 떨어진 공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는가를 점수로 환산해 선수의 수비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UZR/150 = UZR을 150경기 기준으로 환산한 값.
주루 플레이 또한 마찬가지다. 20대 초반에는 30도루까지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도루 시도 자체가 많이 줄었다. 주력 자체는 평균 이상이지만(2019시즌 스프린트 스피드 메이저리그 평균 27.0ft/s / 피렐라 27.3ft/s) 가끔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를 종종 받아 왔다.
주루까지 완벽한 외인 타자는 쉽게 영입할 수 없거니와, 꼭 피렐라가 아니더라도 팀 내에는 누상에서 투수를 흔들 수 있는 주자가 많다. FA로 영입된 오재일과 함께 팀의 장타 생산을 책임지며 공격에만 집중한다면 이러한 자잘한 단점들은 잘 부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Key Point
외국인 선수들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건강이다.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지난 시즌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부상으로 결별한 살라디노와 달리 피렐라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커리어 내내 2015시즌 스프링 캠프에서의 펜스 충돌, 2016시즌의 아킬레스 부상을 제외하면 큰 부상을 겪은 적이 없다. 올 시즌 사구에 손목을 맞아 한 달 정도 결장했지만 복귀 후 공/수에 걸쳐 후유증이 남는 듯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삼성이 가장 확신을 가진 부분도 피렐라의 건강이 아니었을까.
좌/우의 편차도 거의 없는 편이다(2019 AAA 우투 상대 OPS 0.780 / 좌투 상대 OPS 0.799, 2020 NPB 우투 상대 OPS 0.723, 좌투 상대 OPS 0.710). 이 점은 두 명의 좌타자(구자욱,오재일), 한 명의 우타자(김동엽)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룰 때 편하게 타순을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전망
전임자였던 러프는 사실상 3년간 홀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 덕분에 리그 중위권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그 기둥이 떠나마자마 타선의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피렐라는 러프처럼 홀로 큰 짐을 떠안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타선에 충분한 보강이 이뤄졌고 적어도 올 시즌보다는 내년 시즌의 전망이 나아보이기 때문이다.
뷰캐넌을 통해 지긋지긋했던 외국인 투수 잔혹사는 끊어냈다. 피렐라도 성공적으로 연착륙한다면 6년 만의 가을야구도 가능해보인다. 그는 뷰캐넌에 이어 또 한 명의 NPB 출신 외인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장원영, 나상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수연
참조=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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