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킴브렐, 반등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최윤석] 201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누구일까? 전설의 반열에 오른 마레아노 리베라가 은퇴했지만 LA 다저스의 수호신 켄리 젠슨, 쿠바산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 등 2010년 이후 리그를 이끌 훌륭한 마무리 투수들이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기간은 2010년대 초반으로 한정한다면 단연 눈에 띈 선수는 크레이그 킴브렐일 것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최고는 누가 뭐래도 킴브렐이었다. 그 기간 그는 네 시즌 연속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또한 같은 기간 18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26세 시즌까지 킴브렐보다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는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208세이브)밖에 없었다. 2014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내셔널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게 주어지는 ‘트레버 호프먼 상’의 초대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201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마리아노 리베라의 뒤를 이을 것 같던 킴브렐은 최근 두 시즌 동안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 킴브렐의 몰락

 

크레이크 킴브렐의 성적 비교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킴브렐은 평균 96마일(153.6km/h)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날카롭게 휘어지는 너클 커브를 주무기로 삼으며 경기 후반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1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그에 대한 공포감은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킴브렐은 2015년 31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5연속 구원왕 타이틀 수상에 실패했다. 단순히 파드리스가 하위권 팀이기 때문에 세이브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가 기록한 셧다운(SD)과 멜트다운(MD)의 비율은 5.86(41SD/7MD)으로 이전까지의 비율인 5.45(158SD/29MD)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2.68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FIP가 2점대까지 치솟았고, 탈삼진 비율(K%)은 36.4%로 여전히 높았지만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6년 시즌 전 킴브렐은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되면서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시즌종료 후 ERA는 3.40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3점대에 진입했다. 볼넷 비율(BB%) 역시 크게 상승했고 FIP도 2015년에 비해 0.3 가량 상승했다.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가 0.242로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낮았기 때문에 운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갑작스러운 부진의 원인은?

 

왜 멀쩡하던 킴브렐이 갑자기 부진하게 된 것일까? 일반적으로 젊은 투수들의 갑작스런 부진의 원인은 부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킴브렐은 2010년부터 6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이 없었다. 7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해 7월 왼쪽 무릎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으면서 한 달 가량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부상 전후의 성적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 부상이 그의 부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킴브렐 구속/무브먼트 변화

*V-Mov: 수직 무브먼트 / H-Mov: 수평 무브먼트

 

지난 두 시즌 동안 킴브렐의 성적은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 자체의 구위는 이전에 비해 더 좋아졌다. 패스트볼과 너클커브의 평균 구속은 전성기에 비해 약 1마일 증가했고,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 또한 커졌다. 그렇다면 킴브렐의 구위는 좋아졌는데 왜 성적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패스트볼의 코스, 그것이 문제다!

 

 

 

킴브렐구종 별 성적

 

킴브렐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그의 패스트볼이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너클 커브 피안타율은 0.113으로 너클 커브를 100개 이상 던진 투수들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패스트볼은 너클 커브와 다르게 피안타율과 순수장타율이 전성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11~2014(좌), 2015~2016(우)년 킴브렐의우타자 상대 패스트볼 코스별비율

 

문제는 코스였다. 바깥쪽 낮게 공을 던져야 한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킴브렐에게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전성기를 누리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킴브렐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주로 몸쪽 높은 코스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몸쪽 높은 코스보다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가 우타자에게 패스트볼을 던질 때 몸쪽 높은 코스의 순수장타율은 0.057이었지만, 바깥쪽 낮은 코스는 0.117로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났다. 본인의 가장 큰 무기인 몸쪽 높은 공을 줄이면서 성적 하락을 부른 셈이다.

 

2011~2014(좌), 2015~2016(우)년 킴브렐의좌타자 상대 패스트볼 코스 비율

 

좌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그가 좌타자에게 던진 가운데 높이의 패스트볼 비율은 17.8%로 다른 코스에 비해 빈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그는 가운데 높이의 공의 비율을 14.2%로 줄이고, 낮은 공은 17.9%로 비율을 높였다. 그러나 킴브렐은 낮은 공보다는 가운데 높이의 공이 더 위력적인 투수였다. 그가 좌타자에게 던진 패스트볼 중 가운데 높이에 들어간 공의 통산 피안타율은 0.221, 순수장타율 0.049를 기록했다. 그러나 낮은 코스에서는 통산 피안타율 0.302, 순수장타율 0.179로 확연하게 좋지 못했다.

 

2017년의 킴브렐은 과연?

 

팬그래프 닷컴의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Steamer)는 2017년에 킴브렐이 65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8세이브 ERA 3.02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0년대 초 리그를 호령했던 그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킴브렐에게도 반등할 만한 여지가 남아있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의 패스트볼과 너클커브의 구위는 여전히 리그 최상급이다. 지난 해 그의 패스트볼의 평균 회전수는 2455RPM으로, 패스트볼을 500개 이상 던진 전체 투수들 중 15위였다. 만약 그가 타자들을 상대로 약했던 코스를 피하고 강했던 코스에 집중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17년은 레드삭스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마이클 코페치, 요안 몬카다 등 무려 7명의 선수를 내주고 크리스 세일과 타일러 손버그를 데려왔고, 미치 모어랜드와 FA 계약을 체결한 만큼 올해 당장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마무리 투수 킴브렐이다. 손버그를 영입했지만 브래드 지글러, 우에하라 고지, 타자와 준이치 세 명의 불펜 투수를 잃었기 때문이다. 불펜 투수의 유출로 킴브렐의 비중이 더 커진 2017년, 그의 부활은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일러스트: 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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