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김하성,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을까

강정호, 박병호, 황재균에 이어 KBO리그 출신으로 MLB에 진출하는 네번째 야수가 등장 직전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김하성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미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 생활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기에, 팬들의 관심은 진작에 진출 여부를 넘어서 김하성의 계약 규모에 맞춰지고 있다.

원래 MLB에서 뛰던 선수가 FA 시장에 나오거나 연장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기존에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참조해 ‘매물’의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 선수가 MLB에 진출하는 경우는 예상에 참고할 전례를 찾기도 어렵고, 기준을 잡을 수도 없다.

따라서 한국인 선수 또는 아시아 출신 선수의 계약에 한정해 계약 규모를 예상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선수에 대한 현지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으며 미국에서 뛰고 있던 선수의 선례를 찾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앞날을 가늠하기에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하성에 대한 현지 평가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현지 매체에선 연이어 FA 선수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김하성은 주요 매체가 선정한 FA 랭킹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FA 선수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 보면 소정의 이적료를 빼면 FA 영입과 다를 바 없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FA 선수 랭킹 23위, ‘디 애슬레틱’은 17위, ‘MLB닷컴’은 16위,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9위, ‘팬그래프’는 8위에 김하성의 이름을 올렸다. 특히 유망주 평가를 전문적으로 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5월에 김하성을 KBO리그에서 MLB 진출을 타진할 수 있는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했다.

FA 랭킹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매긴 팬그래프는 김하성이 4년 이상,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을 거란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FA 랭킹을 내놓기 전, 칼럼니스트 댄 짐보스키가 기고한 글에서는 ‘이 정도 평가를 받는 선수는 보통 최대 1억 달러의 계약도 가능하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짐보스키 본인이 개발한 성적 예상 시스템인 ZiPS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매년 3.5승 이상의 승리 기여도(WAR)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여타 매체의 예상과 비교해도 평가가 매우 호의적인 편이다.

여타 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평가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라는 것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강정호보다 컨택트 능력, 주루 실력과 수비력이 더 낫다’고 평가했으며,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좋은 운동신경을 가졌고,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를 볼 수 있을 만큼 강한 어깨를 지녔으며, 수비적으로도 좋은 감각을 지녔다’고 평했다. 그리고 만 26세(1995년 10월생)를 앞두고 있는 젊은 나이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MLB에서도 유격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또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한 적응 여부도 성공의 관건으로 여겨진다. 종합하면 리그 이동과 수준 차이에 따른 적응이 위험 요소로 작용하지만, 잠재력은 충만한 유망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사 사례 탐구: 2017~2020년 연장 계약, FA 야수

김하성은 수많은 마이너리그 단계를 거쳐 성장할 필요가 없는 즉시전력감 선수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계약 규모를 예상하기 위해 비교하기 적합한 대상은 FA 시장에 나온 선수, 그리고 FA 자격을 취득하기 전 팀에서 연장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다.

FA 시장에서 김하성과 비교할 만한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FA 자격을 얻기 위해선 6년간 메이저리그 주전 로스터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 26세를 앞두고 그 자격을 얻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2019시즌 전에 FA 계약을 맺은 매니 마차도, 브라이스 하퍼는 계약 당시 만 27세를 앞두고 있었다(1992년생). 이보다 어린 나이에 다년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를 찾으려면 2001시즌 전에 계약을 맺은 알렉스 로드리게스(1976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런 이유로 김하성의 비교 대상은 FA 시장이 아닌, 연장 계약을 맺은 선수 중에서 찾는 것이 합당하다. 2016년 말 메이저리그 CBA(노사 단체 협약)가 개정되며 FA 선수 영입에 필요한 리스크가 증가했고, 이에 최근 들어 FA 자격을 얻기 전 소속구단과 장기 연장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예전 같으면 FA 대박을 노렸을 만한 젊은 대형 선수가 연장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증가 추세다. 데뷔 2년차였던 2019년 4월, 애틀랜타와 10년 계약을 맺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중 김하성처럼 어린 나이에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흔치 않다. 김하성이 만 26세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CBA 개정 이후를 기준으로 그보다 한 살 많거나 적은 나이에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를 찾아봤다. 특히 김하성은 2년이 넘는 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3년 이상 계약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2017~2020년, 3년 이상 계약을 체결한 만 27세 이하 메이저리그 야수 목록(1)
2017~2020년, 3년 이상 계약을 체결한 만 27세 이하 메이저리그 야수 목록(2)

명단을 보면 크게 2가지 유형의 선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이미 상당한 활약을 통해 어느 정도 앞으로의 성적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다. 보통 서비스타임, 즉 1군에서 주전으로 뛴 기간이 3년 이상인 선수가 이에 해당한다. FA 계약을 맺은 선수도 마찬가지다.

나머지는 주전으로 뛴 시간은 짧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팀에서 ‘입도선매’하는 경우다. 아쿠냐, 알렉스 브레그먼 정도를 제외한 서비스타임 3년 미만의 선수는 대부분 여기 속한다.

김하성은 프로 생활 7년차의 베테랑이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을 따지자면 후자 그룹에 속한다. 그렇다면 비교대상은 마차도, 하퍼, 브레그먼 같은 선수가 아니라 요안 몬카다, 루이스 로버트, 아지 알비스, 루그네드 오도어 같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케이스 1: 요안 몬카다(5년 7000만 달러 보장)

몬카다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발굴한 특급 유망주였지만, 크리스 세일 트레이드 때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직후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지만 풀타임 2년차였던 2019년 홈런 25개와 OPS 0.915를 기록했다. 이에 고무된 화이트삭스가 5년 7000만 달러가 보장된 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몬카다는 김하성과 동갑(1995년 5월생)이고, 수비 시에는 3루수로 주로 출전하고 있다. 유망주 시절에는 두터운 하체에서 나오는 운동능력이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빅리그 데뷔 이후에는 타격 정확성에서 약점을 드러냈는데, 지난해 이를 극복하고 잠재력이 만개했지만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올해 성적이 재차 하락했다. 김하성과 연령, 툴에 대한 평가(운동 능력이 장점이며 타격 정확성, 빅리그 투수에 대한 적응 여부가 의문부호)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포지션도 유격수 출장 이력은 없지만 이와 비슷한 근접한 2루수/3루수다.

몬카다는 연평균 1400만 달러가 보장된 대형 계약을 따냈다. 그런데 계약 시점이 올스타급 활약을 펼친 직후인 2019년이다. 잠재력을 어느 정도 검증했기에 베팅 액수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몬카다의 사례는 김하성이 기대할 수 있는 계약 규모의 상한선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케이스 2: 루이스 로버트(6년 5000만 달러 보장)

로버트는 유망주 시절 몬카다처럼 뛰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특급 재능으로 평가받았다. 올해 초에는 빅리그 경험이 전무함에도 6년 5000만 달러가 보장된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올시즌에는 팀이 치른 60경기 중 55경기에 선발 중견수로 출장했다. 수비 면에서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타석에서는 타율 0.233과 OPS 0.738에 그쳤다. 다만 홈런 11개를 때려내 잠재력을 보여줬다.

김하성과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하고,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내야와 외야에서 민첩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유격수와 중견수라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차이점은 로버트는 MLB 구단에서 직접 육성하며 평가할 수 있었고, 김하성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KBO리그 선수 스카우팅이 쉽지 않았다.

김하성은 마이너리그 소속이라면 메이저리그 유망주 100위권 안에 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로버트는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유망주였다(2020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전체 2위). 물론 김하성보다 나이가 어리고(1997년생), 평가나 적응에 더 유리한 환경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김하성도 관점에 따라서는 로버트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연평균 8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물론 이보다 낮은 평가를 내리는 구단도 있겠으나, 포스팅 시스템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은 평균이 아닌 최고 입찰액이다.


케이스 3: 아지 알비스(6년 3400만 달러 보장)

알비스는 마이너리그 시절 유격수로 뛰다 2루수로 전환한 유망주다. 2017년 만 20세의 나이로 빠르게 빅리그에 데뷔했고(1997년생), 2019년 3년차 시즌을 앞두고 6년 3400만 달러가 보장된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알비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연장 계약을 맺었을 당시 주요 매체에는 ‘앞날이 창창한 선수가 헐값에 미래를 넘겼다’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마이너 시절에도 잠재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들었고, 연장 계약 직전인 2018년에는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알비스의 동료인 아쿠냐 역시 10년이 보장된 큰 계약을 맺었지만, 보장 금액이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 세간의 공통된 평이다(그만큼 애틀랜타의 협상 실력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다).

김하성의 잠재력이 알비스에 버금간다는 뜻은 아니다. 올스타가 된 알비스는 미국에 첫 발을 내딛는 김하성에겐 지금 당장은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운동 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 2루수라는 포지션, 그리고 상대적으로 이른 연장 계약 시점(계약 당시 메이저리그 215경기 출장) 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잠재력에 대한 평가, 계약 당시 세간의 평가를 고려해 알비스의 사례를 김하성이 기대할 수 있는 계약 규모의 하한선으로 판단한다.


케이스 4: 루그네드 오도어(6년 5000만 달러 보장)

오도어는 추신수의 동료로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선수다. 기존 선수진의 부상 덕분에 트리플A를 거치지 않고 데뷔한 색다른 이력이 있다. 4번째 시즌인 2017년을 앞두고는 팀과 6년동안 5000만 달러가 보장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 뒤로는 알려진 대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오도어는 김하성과 툴 평가 측면에서 미묘하게 다른 케이스다. 유격수를 보기에는 운동 신경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고, 타석에서는 컨택트 능력이 아닌 장타력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 평가대로 한방이 있는 2루수로 성장했으나, 연장 계약 이후에는 타율 0.215에 그치며 정확도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연장 계약 이후만 보면, 성적 면에서 김하성이 그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물론 KBO리그 복귀 등은 제외하고).

계약 당시를 되돌아보면 오도어는 만 22세의 나이로 홈런 33개를 쳤지만 출루율이 0.296에 그치는 등,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한 해를 보냈다. 지금의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물음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도어가 텍사스와 계약을 맺은 지 4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이 케이스를 김하성에게 주어질 수 있는 조건 중 중간급 규모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결론: 최대 4년 이상, 총 보장 금액 4000만 달러 이상

짐보스키의 ZiPS 프로젝션 시스템의 평가가 정확하다면, 연평균 1000만 달러의 계약은 과장을 조금 보태어 ‘바겐세일’에 가까운 수준이다. 만 27세를 앞두고 FA 시장을 두드린 매니 마차도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매년 평균 5승 가까운 승리 기여도를 기록한 3루수에게 주어진 제안은 10년간 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였다. 그런데 ZiPS에서 예상한 김하성의 성적은 ‘매년 3.5승 이상’이었다. 마차도의 계약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한 비례식을 구하면 매년 2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김하성이 이만한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긴축해야 하는 구단들의 사정도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매년 2~3승을 기록할 수 있는 잠재력의, 만 26세를 앞둔 젊은 내야수를, 순수하게 현금으로 영입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여러 사례를 살펴본 결과 필자는 김하성이 이번 시장에서 3년 이상, 연평균 800~1000만 달러가 보장된 계약을 제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좋은 평가와 과감한 투자가 이어진다면 4년 이상, 총 보장 금액 4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상인

(사진=키움 히어로즈 공식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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