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삭스의 필승조’ 임경완 “어디서든 야구를 하고 싶었다”

[야구공작소 남근현, 이도훈] 1998년 데뷔, 2004년 홀드왕, 16시즌 30승 46패 69홀드 33세이브. 화려하지는 않아도 누구보다 끈질기게 야구 인생을 이어온 임경완의 KBO리그 통산성적이다. 2015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웨이버공시된 그는 현재 호주야구리그(ABL)에서 2년째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야구를 하고 싶다는 임경완,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 위치한 시드니 블루삭스의 홈구장에서 훈련 중인 임경완을 만나보았다.

호주야구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경완

 

▶ ABL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르는 중인데, 적응은 잘 되고 있는가?
▷ 첫해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듯하다. 사실 첫해에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없고 낯설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 호주야구리그를 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구대성 선배가 여기서 뛰고 있기도 하고, 자녀교육도 신경 쓰이고 해서 여기를 택했다. 무엇보다도 선수로서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싶었는데, 국내에서는 손을 내밀어주는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도자로 나서기에는 아직 배워야할게 많았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야구를 하고 싶었다.

▶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보직은 무엇인가?
▷ 중간계투를 맡고 있기는 한데 감독님은(나를) 중요한 시기에, 그러니까 동점이나 승부처, 혹은 승부치기* 같은 순간에 주로 투입하신다. 젊은 친구들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다.

* 호주 야구에는 메이저리그 경기방식처럼 무승부가 없다. 다만 11회가 되면 양 팀은 승부치기에 돌입한다.

▶ 시즌이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 팀이 치른 28경기 가운데 10경기에 투입되어 9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는데, 자책점이 아직 0이다. 이닝당출루허용(WHIP)은 0.72로 팀에서 가장 우수하다. 작년에 비해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달라진 것이 있나?
▷ 작년에는 사실 이 곳의 선수들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잘알지 못했다. 그렇게 한 시즌을 해보니까, 어렵게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 여기 선수들은 변화구에 약하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고 있다. 성적이 좋아지니까 감독님도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내 몸상태를 체크하신다.

▶ 성적이 좋아진데는 구대성 코치의 덕도 있었나?
▷ 코치님은 내가 어느 정도 경험이 있으니까, 나보다는 젊은 투수들을 주로 가르치시는 편이다.

▶ KBO리그에서 뛰었을 당시의 주무기는 싱커였는데, 여기서도 잘 활용하고 있는가?
▷ 그렇다. 여기에서도 투심이나 싱커를 결정구로 사용한다. 그리고 호주나 미국 선수들은 빠른 승부를 하는 편이다. 승부욕이 강하다. 초구부터 떨어뜨려도 그냥 치려고 든다. 빈볼이다 싶을 때도 치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다. (웃음)

▶ 활약하면서 반대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여기(호주야구리그)의 선수들 중에도 계속 뛰는 선수들은 있지만, (아무래도 그 명단이) 매년 달라진다. 그래서 이 선수가 ‘어떤 볼을 잘친다든가 어떤 볼에 약하다’ 같은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또 경기수가* 40경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분석하기가 어렵다. 이 점이 조금 아쉽다.

* 호주야구리그는 2010년 6개의 팀으로 출범한 이래 팀마다 매시즌 45~55경기 안팎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로부터 독립한 올 시즌에는 경기수가 줄어들어 팀마다 40경기씩을 치르게 될 예정이다. 한 주의 일정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4연전으로 이루어지며, 이 한 주 동안의 경기를 통틀어 라운드라고 칭한다. 각 팀은 시즌 동안 다른 팀들과 2라운드(8경기)씩, 총 10라운드를 진행하게 된다. 호주야구리그의 시즌은 11월에 개막하여 이듬해 1월에 막을 내린다.

▶ KBO타자의 타자들과 호주야구리그의 타자들을 비교한다면?
▷ 한국 타자들에 비해 (호주야구리그의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힘이 좋은 것 같다. 빗맞은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많이 봤다. 한편으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승부욕이 강해서 자신이 원하는 볼을 기다리기보다 존으로 공이 온다 싶으면 주저없이 배트가 나오는 느낌이 있다.

▶ KBO리그 시절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2004년에는 전반기에만 76.1 이닝을 던졌는데, 후유증 같은 것은 없었나?
▷ 당시 롯데 팀 상황이 어려워서 많이 던지기는 했는데, 특별히 부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군대를 다녀오면서 2년을 쉬었으니까, 후유증 같은 것도 없었다.

▶ KBO리그에서 마무리보다는 중간계투로 주로 활약했는데, 본인 스스로도 중간계투가 더 잘 맞는 보직이라고 생각하는가?
▷ 마무리는 시합을 끝맺어야 하고, 중간계투는 역전을 당하지 않고 마무리한테 넘겨줘야 한다. 때문에 중간계투가 조금 편하지 않나 싶다. 마무리는 심적으로 압박감을 많이 받는 자리다. 멘탈이 타고나야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 2009년에는 재기상을 받았는데, 당시 특별히 변화를 주었던 점이 있나?
▷ 팔각도를 조금 내렸다. 그동안 스피드에 연연하다가 변화를 줬다. 스피드만 좋다고 해서 못치는게 아니라, 볼의 무브먼트가 큰 역할을 한다. 같은 130km라도 볼이 휘고 떨어지고, 그런 공을 던지니까 타자들이 치지를 못하더라. 그때는 타자들이 무슨 공을 던졌냐고 (나중에 따로)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사실 거짓말도 많이 했다. (웃음) 팔각도를 내리니까 제구력도 좋아졌지만 볼의 무브먼트가 많이 좋아졌다. 특히 사이드암 투수의 경우에는 타자가 치려고 할 때 볼의 움직임이 있어야만 빗맞거나 안 맞을 수가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들어가면 맞기 쉽다는 걸 느껴서 팔각도를 내렸다. 그 전 시즌에 못했으니까 이번 시즌에는 잘해보겠다는 각오로 연구를 많이 했다.

▶ 데뷔초에 선발투수로 뛰었던 적이 있다. 사이드암 선발투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실 밑에서 던지는 게 허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다. 그 당시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선발투수로 이강철, 박충식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 나도 선발로 나서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 지금도 KBO리그에서 뛰었을 당시, 성적이 좋았던 시절의 폼이나 승부구를 활용하고 있나?
▷ 작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마음 편하게 야구를 했다. 폼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했다. 작년에도 내 자책점에 신경쓰고, 성적에 신경쓰고 했다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못버텼을 것이다. 그래서 평균자책점이 높았나? (웃음) 올해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수를 별로 안 내준 것 같다. 작년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처음 온만큼 여기 야구에 적응해서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했지, 한번 안타를 맞았다고 해서 크게 고민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여기와서는 생활도 그렇고 야구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이 나라의 야구문화나 선수들의 특징 같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즐기기 위해서 온 것인데 성적에 너무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 호주야구리그가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면?
▷ 개선해야할 점은 많은데, 한 가지만 꼽자면 스폰서십이 부족하다. 여러 기업에서 스폰서를 유치하다 보면 자금이 좀 생기니까 구장 건설이나 선수들 복지 같은 것들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 KBO리그는 챙겨보고 있나?
▷ KBO리그, 본다. 어차피 한국으로는 돌아가야하니까. KBO도 그렇고 MLB도 그렇고 조금씩 챙겨보고 있다.

▶ 사이드암 선수 중에 가장 기량 발전이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
▷ 심창민선수? 내 고등학교 후배라서는 아니고…삼성 1, 2년차 때 학교에서 연습을 같이했던 적이 있는데, “싱커 어떻게 던집니까 선배님?” 하면서 질문도 많이하고 성실하게 했던,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연락을 하고 지내면 좋을텐데 요즘 연락이 없다. (웃음)

▶ 호주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만족도나 미래에 대한 계획이 어떻게 되나?
▷ 만족은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유소년 때부터 해오는 야구 시스템에 대해서 나름대로 많이 알게 되었다.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선수도 있고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선수들도 많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진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계획이라면, 일단 팀과의 계약은 올시즌까지 되어 있다. 계속 야구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는할텐데, 여기(현 소속팀)에서 더 뛰어달라고 할지는 모르겠다. (웃음) 한편으로는 지도자를 하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내 아들도 야구를 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오래 야구를 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호주의 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야구가 아닌 각자의 본업을 가지고 있다. 야구의 인기가 높지 않고, 시즌의 길이도 단 세 달에 불과해 야구 하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임경완에게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단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호주야구리그 적응을 마친 임경완은 어느덧 시드니 블루삭스의 어엿한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들과 함께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임천사’의 미소가 가득했다.

 

※ 이 글은 ‘엠스플뉴스’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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