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번트, 그냥 줘?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 선두 타자가 출루했을 때, 희생번트는 자주 볼 수 있는 작전 중 하나이다. 손쉽게 아웃 카운트를 늘릴 수 있음에도 희생번트는 투수에게 달갑지 않다. 번트로 발 빠른 주자가 2루에 안착하면, 안타 하나로도 실점할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야수의 전진 수비 이외에 투수는 보내기 번트를 막기 위해 어떤 공을 던져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여러 조건에 따른 번트 성공 확률을 비교함으로써 어떤 공이 번트 작전 억제에 효과적인지 조사해 보았다. 

기본적으로 희생 번트의 목적은 선행 주자를 진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번트한 타자에게만 진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같은 번트 타구라도 주자의 주력, 상대 팀의 수비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자의 주된 임무는 번트로 주자가 진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자의 주루 가능 여부를 성공과 실패의 기준으로 삼았다. 2008-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희생 번트를 시도한 타석 데이터를 수집한 뒤, 자료를 번트에 성공한 경우와 실패한 경우로 분류했다. 번트 파울, 번트 헛스윙, 팝아웃은 번트 실패에 해당한다. 반면에, 타자의 번트로 선행 주자가 주루를 시도한 경우(결과와 상관없이)를 번트 성공으로 보았다. 그다음, 다양한 변수에 따른 성공 확률을 구했다. 과연 어떤 공의 번트 성공 확률이 낮았을까?


코스별

<포수 시점 로케이션>   

먼저, 로케이션에 따른 번트 성공률을 조사했다. 1~9번까지가 스트라이크 안쪽이고 11~14번은 바깥쪽에 해당한다.

 

<로케이션별 번트 성공 확률 표와 그래프>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존 바깥쪽(14, 13, 12)의 번트 성공률이 존 안쪽의 성공률보다 현저히 낮았다. 높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낮은 코스의 번트 성공률이 대체로 낮았다. 최하단(14,13)과 하단(9,7,8)의 공에 타자들이 제대로 번트를 대지 못했다. 


코스별&구종별

이번에는 로케이션뿐만 아니라 구종도 함께 고려했다. 충분한 표본 수를 확보하기 위해, 개별 구종을 크게  패스트볼(포심,투심,커터,싱커), 브레이킹볼(슬라이더,커브볼,너클커브,너클볼,이퍼스), 오프스피드볼(스플리터,체인지업,포크볼,스크류볼) 3종류로 분류했다. 또한, 개별 로케이션이 아닌 존 안쪽 또는 바깥쪽 그리고 높이에 따라 비교해 보았다.
 

<구종&코스(IN,OUT)별 번트 성공 확률>
<구종&코스(높이)별 번트 성공 확률>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아웃 존의 공과 하단 코스의 공이 번트 실패 유도에 효과적이었다. 

그렇다면 아웃 존과 낮은 코스의 공에 대한 번트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볼이 존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타자는 배트와 시선을 이동시켜야 하므로 그만큼 적절한 타구 방향과 속도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낮은 코스의 공에서 성공률이 낮은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대개 타자들은 번트 자세에서 배트와 시선을 존 상단 끝에 맞춰 이보다 높은 공은 거르고 낮은 공은 무릎을 굽혀 맞힌다. 따라서 시선과 배트의 높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많은 조정을 요구하는 낮은 공에 번트를 대기 어렵다.


구속

구속은 번트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속과 번트 성공률 간 상관관계를 구하기 위해 스피어만 상관계수를 사용했다. 스피어만 상관계수는 한 변수가 증가할 때, 다른 변수가 증가(또는 감소)하는지 나타낸다. x가 증가할 때 y가 항상 증가하면 1, 반대로 y가 항상 감소하면 -1이다. 

<그림1, 패스트볼 구속에 따른 번트 성공률>
<그림2, 브레이킹볼 구속에 따른 번트 성공률>
<그림3, 오프스피드볼 구속에 따른 번트 성공률>

구종별로 구속의 범위가 상이하기 때문에, 구종별로 구속을 20구간으로 나눠 구간별 번트 성공 확률을 살펴봤다. 패스트볼이 나타내는 상관계수가 -0.699로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패스트볼 계열의 공이 빠를수록 번트 성공률은 낮아졌다. 그러나 변화구(브레이킹, 오프스피드)의 구속은 번트 성공률과 관계가 별다른 없었다. 


결론

아웃 존과 낮은 코스 또는 빠른 공(패스트볼 한정)이 번트 실패 유도에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아웃 존이나 낮은 코스는 볼이 되거나 폭투가 되기 쉬워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거나 추가 진루를 허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안전하게 가운데로 던져 쉽게 희생 번트를 허용할 투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번트 성공 확률을 낮추기 위해 투수들은 구종과 로케이션을 고려하여 최선을 다해 투구한다. 코스, 구종, 구속뿐만 아니라 번트 시도에 효과적인 다른 요인들을 찾기 위한 투수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록 출처: Baseballsavant

사진 출처: pxhere

야구공작소 박선후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도삼, 나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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