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송국의 스트라이크 존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른가?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포수가 땅에 가까운 곳에서 잡은 변화구이지만, 방송사에서 제공되는 스트라이크 존엔 걸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심판은 십중팔구 볼을 선언한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스트라이크 존을 정할 때 홈플레이트 제일 앞쪽의 변인 ⓐ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지만 바운드가 되는 커브에 타자가 스윙을 했다면,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을 지날 때 공에 반응한 셈이다.
< 공식야구규칙 홈플레이트 길이, 단위 : 피트 >
중계방송에 표출되는 트레킹 장비들의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가 홈플레이트 오각형 투수 쪽 끝변을 지나칠 때의 좌표를 기준으로 한다. 참고로 원데이터에도 이 값을 기본값으로 줘서 많은 분석가들이 사용한다.
이때 직구는 스트라이크 존이 대체적으로 낮고 변화구는 높다. 구종 별로 스트라이크 존의 높낮이 차이가 있다는 건 기준(면의 위치)을 잘못 설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기준은 홈플레이트 투수 쪽 끝변의 면인데 그게 아닌 포수 쪽으로 좀 더 간 어느 지점에서의 면으로.
그럼 뒤로 가면 어떻게 될까?
(포수시점이며 격자 내 스트라이크 확률을 나타낸다. x, y축의 단위 : 피트 )
첫 번째가 홈플레이트 투수 쪽 끝에서의 면(트레킹 데이터 상에서 y=1.417피트), 두 번째가 포수 쪽 끝에서의 면(y=0피트), 세 번째는 앞 두 변의 거리 차이만큼 포수 방향으로 더 이동한 면의(y=-1.417피트) 스트라이크 확률을 나타낸다. 흰색 사각형은 비교를 위해 만든 임의의 테두리이다.
당연히 뒤로 갈수록 로케이션이 낮아진다. 이는 낙차를 의미한다. 첫 그림에서 직구에 비해 변화구의 존이 대체적으로 높은 반면 뒤로 갈수록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즉 변화구의 낙차가 직구 계열보다 크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좌우로도 넓어지는데, 공이 휘는 방향으로 더 넓어진다.
이제 구종별 스트라이크 확률 편차가 작은 곳, 그리고 실제 스트라이크 존과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의 유사도가 가장 높은 곳을 찾아보자.
위 그림에서 ⓐ와 ⓑ를 보면 직구와 커브의 스트라이크 존 높낮이가 다르다는 걸 볼 수 있다. 이 사이에 높낮이 차이가 최소가 되는 지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고려해서 두 지점이 가까워 겹쳐지는 듯한, 두 구종 간의 중심점 거리가 최소가 되는 지점을 구할 수 있다. 다른 구종까지 포함해서 중심점들이 잘 뭉쳐지는 곳, 즉 거리의 합이 최소가 되는 점을 찾기로 한다. 참고로 직구의 비율이 높아서 직구를 기준으로 다른 구종과 거리 차이의 합을 구했다.
스트라이크 존의 중심점은 격자에서 각각의 확률을 가중치로 반영해 계산했다.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잡아 해당 좌표의 위치와 확률의 곱을 각각 더한 값으로 전체 확률을 나눴다. 가령 x축 기준 1, 2, 3에서 각각 0.8, 0.8, 0.6의 확률이었다면 x축의 중심점은 1.9가 된다. (1*0.8 + 2*0.8 + 3*0.6) / (0.8+0.8+0.6) = 1.9
실제 스트라이크 존과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의 유사도가 가장 높은 곳은 정분류율 개념을 활용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한 뒤(스트라이크 콜 확률이 50% 이상인 곳), 스트라이크/볼에 대해서 심판 콜과 스트라이크 존의 콜이 일치한 비율로 구했다.
이 값들에 대해 19시즌 트레킹 데이터를 활용하여 MLB와 KBO를 비교해봤다. 0.1피트 단위로 홈플레이트 맨 앞 쪽부터 홈플레이트 뒤 포수 쪽까지 값을 구해 그래프로 나타냈다.
MLB는 위 아래 모두 뚜렷한 추세를 그리며, KBO는 첫번째 그림만 뚜렷하다. (측정 장비가 다르거나 표본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구종별 중심점 거리와 스트라이크/볼 정분류율의 상관계수는 MLB가 -0.972, KBO는 -0.795를 나타냈다.
구종별 중심점 거리 차이 합에선 MLB는 0.5피트, KBO는 -0.3피트일 때 최소를 나타내며, 정분류율 기준에선 MLB는 0.5피트, KBO는 1.0피트일 때 최댓값을 보인다. 두 리그 모두 추세가 뚜렷한 구종별 중심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MLB는 0.9피트 뒤인 지점에서(홈플레이트 중간), KBO는 홈플레이트 앞쪽 끝변보다 약 1.7피트 뒤인 지점에서(홈플레이트 약간 뒤) 구종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 방송사 스트라이크 존과 그보다 1.7피트 포수 쪽 방향으로 이동한 스트라이크 존 >
심판은 포구 지점과 가까운 곳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직접 심판을 뛰어보며 느낀 건 규칙상의 존을 기준으로 삼는게 아닌, 관습적으로 따르는 암묵적인 존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커브가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으나 포구 이전에 원 바운드가 되었다면 당연히 볼로 선언해야 하는 것처럼. 심판들이 판정할 때 참고하는 가상의 면(혹은 공간)이 존재하고, 그것이 포구 지점과 매우 가깝다고 느꼈다.
이 글을 통해 구종별 스트라이크 확률 편차가 작고 실제 스트라이크 존과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의 유사도가 가장 높은 곳을 알아볼 수 있었다. 기존의 기본값보다 포수 쪽 방향으로 1.7피트를 옮긴 곳이다. 이는 홈플레이트 베이스 라인이 맞닿는 꼭짓점에서 포수 방향으로 아주 조금 더 간 정도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지금보다 1.7피트 뒤로 당기면 첫 문단에서 다뤘던 직구와 변화구의 스트라이크 존 차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다.
이 연구에서 알게 된 사실은 현재 기본 값으로 제공되는 방송사 존은 실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사 존은 규칙 존의 일부인데(홈플레이트 투수쪽 끝변), 규칙 존 역시 실제 존과 다르다. 따라서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
야구공작소 정대성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나상인
일러스트= 야구공작소 정대성
참조= baseballsavant.com, 공식야구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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