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복귀를 발표한 후 홈구장을 찾은 지난 시즌. 사진제공_삼성 라이온즈)
‘끝판대장 오승환이 돌아왔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해 개막이 늦어지고 있는 지금 개막만을 기다리는 삼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문장이다. 2013시즌 후 해외진출을 선언했고 NPB 한신 타이거즈와 MLB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를 거쳐 6시즌 만에 KBO리그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성적과는 별개로 꽃길만을 걸은 해외진출은 아니었다. 2015년 말, 원정도박 혐의로 72경기 징계를 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이로 인해 지난해 8월 6일 정식선수로 등록되었지만 부상과 별개로 시즌을 소화할 수 없었고, 올 시즌에도 남은 징계로 인해 첫 30경기는 출전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 19의 여파로 KBO는 144경기 체제의 마지노선인 5월 초 개막을 목표로 하는 중이다. 하지만 5월 초 개막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경기 수 축소도 고려하고 있다. 135경기, 126경기, 117경기 등 다양한 축소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 가장 과감한 방식인 108경기 축소안(5월 29일 개막, 11월 내 PS 마무리)이 채택된다면 삼성은 오승환을 78경기밖에 기용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오프시즌 동안의 가장 큰 전력보강일지도 모르는 오승환의 기용시점이 너무 늦어질 수도 있다.
다가오는 2020시즌 삼성 전력의 가장 큰 변화인 오승환의 복귀는 불펜진과 전체 투수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 삼성 불펜의 상황은? – 과부하로 인한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
삼성은 전통적으로 타력이 강한 선 굵은 야구를 해왔다. 이런 팀의 스타일은 선동열 전 감독이 2005시즌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강력한 불펜 야구를 하는 팀으로 탈바꿈했고 그 중심에 오승환이 있었다. ‘강력한 불펜’의 상징과도 같았던 삼성의 중간-마무리 투수들의 활약은 2010년대 초 왕조 시절에도 여전히 건재했다.
그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년 전 삼성 불펜의 모습은 제법 괜찮았다. 불펜 에이스로 잠재력을 터뜨린 최충연, 암흑기를 홀로 견디며 드디어 그 짐을 나눠가진 심창민, 분전한 베테랑 권오준, 직전 시즌에 비해 주춤했지만 그래도 제 몫은 해준 장필준과 성공적인 보직 전환을 한 우규민까지 꽤나 양질의 투수진이었다.
물론 아쉽게 6위로 PS 진출은 실패했지만 시즌 내내 부진했던 선발진(sWAR 7.15 리그 9위, 평균자책점 5.61 리그 8위)에 비해 불펜진의 모습(sWAR 10.39 리그 2위, 평균자책점 4.66 리그 2위)은 확연히 달랐다. 시즌 말미까지 5강 경쟁에 참여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불펜진의 선전이 한 몫을 했다.
반면 작년에는 이전 시즌의 혹사와 선발 전환 실패 후유증이 겹친 불펜 에이스 최충연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고 사실상 전력 외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올 시즌에는 음주운전 적발 징계(150경기 출전 정지)로 전혀 출전할 수 없다는 문제까지 겹쳐 있다. 불펜 에이스를 넘어 차기 마무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의 이탈은 뼈아프다.
베테랑으로 중심을 잡아주던 권오준은 노쇠화(1980년생, 40세 시즌)를 겪었고, 이승현과 최지광이 나름대로 공백을 메우려 분전했지만 확실한 대안이 되어주지는 못 했다. 8월 이후로 한정한다면 삼성 불펜진은 리그에서 가장 나빴다.(평균자책점 5.06, 피OPS 0.773)
그나마 우규민과 장필준이 26개의 세이브와 22개의 홀드를 합작하며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해 줬지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둘이 다소간 아쉬웠던 이유는 왜 오승환의 복귀가 삼성에 엄청난 호재인지에 대한 근거가 된다.
삼성에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꼭 필요하다.
#1 삼성의 불펜은 지난 시즌 9회에 가장 약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어느 팀이나 강력한 마무리 투수는 필요하다. 삼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시즌 삼성 불펜진은 리그 중하위권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는데, 특히 9회에 약했다.
투수마다 스타일이 있다.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의 경우는 유독 1회, 혹은 특정 이닝을 버거워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마무리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짧은 이닝만을 소화하기 때문에 잠깐의 흔들림도 치명적이다. 경기를 끝내고 승리를 확정지어야 하는 순간에 가장 약해지는 불펜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2 잘못된 방식으로 기용된 리그 정상급 불펜자원.
삼성 투수진의 9회 성적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팀이 기록한 29개의 세이브 중 26개를 합작했고, 투수진 전체가 투구한 9회 이닝(102.1)의 44.3%를 차지하는 45.1이닝을 소화한 장필준&우규민 듀오의 9회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 중, 후반부를 맡아줘야 하는 두 명의 투수 모두 9회에 가장 흔들렸다. 이러한 모습은 26개의 세이브를 합작하는 동안 8개의 블론세이브도 범했다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둘 중 누구도 압도적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좋은 중간 자원이 될 수 있는 투수 두 명을 굳이 버거워하는 마무리 자리에 돌아가면서 기용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 둘의 중간 배치는 삼성 투수진에 두 가지 장점을 더해줄 수 있다. 1) 리그 정상급 셋업맨 두 명의 존재로 인해 오승환을 좀 더 수월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수 있다는 점, 2) 세 명의 투수가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리에서 뛸 수 있다는 점이다.
#3 일말의 불안감은 접어두자, 6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
시계를 6년 전으로 돌려보자.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후인 2014년, 오승환은 일본에 진출했다. 당시 오승환이 삼성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그 공백은 꽤나 컸다. 하지만 그 공백은 또 한 명의 엄청난 투수가 KBO리그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레 메꿔졌다.
마무리 투수 부재로 자칫 불펜이 아예 붕괴될 수도 있었지만 임창용의 복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9회를 버거워하던 차우찬-안지만이 중간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점은 분명 팀에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임창용의 첫 시즌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전 소속팀인 컵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KBO리그 개막이 임박해서야 계약을 했기 때문에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당시 셋업맨이었던 안지만이 마무리 등판만 하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임창용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컸고 실제로 시즌 초반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31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이와 동시에 단일 시즌 역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9개의 블론 세이브도 함께 기록했고, ‘창용영화제’라는 웃지 못할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부터 확실하게 준비한 2년 차 시즌에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6년 전 임창용과 현재의 오승환이 마주한 상황은 꽤 닮아 있다.
- 팔꿈치 부상이 국내 복귀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됨
- 오승환: 콜로라도에서 시즌 소화 도중 팔꿈치 수술을 결정하며 국내 복귀
- 임창용: 2012년 토미존 수술, 2013년 복귀. 2014년 방출 후 국내 복귀
- 9회를 버거워하는 중간투수들
- 오승환: 장필준&우규민은 마무리투수보다 중간 자원이 더 어울리는 투수들.
- 임창용: 복귀 전까지 임시 마무리였던 안지만은 9회를 버거워했고, 차우찬은 마무리투수 경험이 전무했던 상태.
한 가지 큰 차이점이라면, 급하게 복귀한 임창용과 다르게 오승환은 작년 말부터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고 개막이 늦어질수록 더욱 확실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오승환이라도 1982년생 만 38세의 노장이다.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경기 수 축소로 인한 적당한 등판 횟수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즌이 단축되어 많은 경기에 기용하지 못하더라도 삼성은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많이 확실하게 막아줄 투수가 절실하다. 2017년 이후 매년 줄어드는 구속이 걱정될 수도 있지만, 4월 11일 자체 청백전에서도 147km/h의 공을 뿌렸다. 관리가 동반된다면 오승환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투수다.
끝판대장, 친정팀의 암흑기도 끊어줄 수 있을까?
1982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해 온 삼성이 겪은 최초의 암흑기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년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다. 하지만 현재는 팀 역사상 최장 기간인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며 제2의 암흑기를 겪는 중이다.
오승환과 함께 뛰었던 중간계투들은 “오승환이 뒤에 있는 걸 아니까 편하게 던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승환이 맨 뒤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줬을 때 중간 투수들이 더욱 빛을 봤다.
현재 삼성에는 좋은 셋업맨 자원 두 명과 불펜 기용을 예고한 양창섭,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해온 노성호, 가능성을 보인 이승현도 있다. 8월 말 상무에서 전역하는 심창민까지 대기 중이다. 오승환의 체력적인 부담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작년 8월, 오승환은 복귀 후 처음으로 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해 “내년에는 이곳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왕조 시절 항상 경기의 끝을 책임지며 든든한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했던 오승환이 과연 친정팀의 암흑기도 끊어줄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김동민,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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